“아름다운재단의 고등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90점이에요. 청소년의 교육기회를 공평하게 만든 거 자체가 의미가 있고,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지원에 대한 고민을 선도했고요. 다 잘했다고 봐요. 그런데 그 다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 10점은 유보했어요.” 

임종화 전 배분위원의 목소리에서는 뿌듯함과 아쉬움이 함께 묻어났다. 2011년 전문위원으로 인연을 맺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배분위원으로 참여했으니 그의 아름다운재단 활동 경력은 무려 8년. 그동안 꾸준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배분사업을 검토해서 논의하고 심사에 참여했다. ‘고등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역시 임 전 배분위원이 함께 한 사업이다. 

고등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아름다운재단 창립 초기인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올해로 17년째. 이 전통있고 의미있는 사업이 올해까지만 운영된다. 무상교육이 점차 확대되어 사실상 전국의 고등학교가 등록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결정이다.

아름다운재단 임종화 전 배분위원

아름다운재단 임종화 전 배분위원

양적 성과를 넘어, ‘교육기회의 평등’이라는 본질로

예나 지금이나 아동청소년 지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이고, 크고 작은 단체들이 이와 관련된 배분사업을 벌인다. 아름다운재단보다 훨씬 규모가 큰 재단들도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장학재단’을 표방하는 곳만 해도 수십 곳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사업을 하는데, 아름다운재단의 고등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임종화 전 배분위원은 “보통 이런 지원사업의 선발이나 지원과정은 양적인 것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름다운재단은 그렇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업의 방식이 달라졌지만, 과거 교육비 지원사업은 ‘가난하지만 성실한 청소년,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청소년’에게 집중되었다. 다른 말로 하면 ‘대학에 들어가 사회적 성공을 이룰 만한’ 청소년만 선발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사업은 언뜻 보기에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가난을 수치화하고 성적을 수치화해서 지원받을 청소년을 선정한다. 등록금만 나눠주면 되기 때문에 사업을 관리하기도 쉽다. 빠르게 가시적 성과를 만들기에는 이보다 효과적인 방식이 없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하다. 사실 가난한데 꿈을 잃지 않고 살아나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아니, 애초에 잃어버릴 꿈조차 없는 청소년들도 너무나 많다. 임 전 배분위원은 “세상을 경험해봐야 뭐가 자신의 꿈인 지 알 수 있다. 꿈의 전제는 결국 경험인데, 가난할수록 그런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고 했다. 이렇게 꿈을 모색할 기회도, 도전하고 실패할 기회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교육 불평등 해소”라는 사업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책변화에 맞춰 등록금 중심의 기본적인 지원에서 나아가 교육복지 차원으로 보다 폭넓은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3년간 연간 200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 내용에는 입학금, 수업료는 물론 교과서비, 학교운영지원비, 수학여행비, 특별활동비, 통학교통비, 예체능학원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안경, 가방, 신발 등을 살 수 있는 비용도 포함되는데 최근에는 생리대, 마스크, 손세정제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보건위생용품으로도 사용범위를 확대했다.

교육비는 한도 내에서 청소년이 직접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우고 영수증을 챙기고 제출하는 모든 과정이 청소년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교육비의 지출 전 과정을 믿고 맡기는 것이다. 이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꼼꼼한 모니터링도 함께 지원된다. 모니터링을 통해 청소년이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하고, 더 나아가 청소년들이 새로운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역할을 한다.

폭넓고 지속적인 지원으로부터 정책이 변화될 때까지

이런 사업은 인력도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사업 담당자가 신경 쓸 일도 훨씬 많다. 게다가 이런 방식을 통한 변화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질적 성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은 번거롭고 복잡한 길을 택했다. 매년 청소년과 현장 수행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을 개선했다.

임종화 전 배분위원은 “정말 필요한 부분은 눈에 잘 안 보인다. 그래서 (그런 방식의 지원은) 잘 안 하려고들 한다”면서 “(성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몇 명이 대학에 갔는지가 중요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런 생각을 넘어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이 정말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지 끊임없이 질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이, 그리고 임 전 배분위원이 그래왔던 것처럼.

임 전 배분위원은 “지원을 받는 청소년들이 (사업을 통해) 의미 있는 낭비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직접 ‘낭비’를 경험하고 스스로 깨달아야 더 현명하게 삶을 계획할 수 있으니까. 또한 청소년의 삶이 바뀔 때까지 충분하고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가뭄이 든 논에 물 한 동이 부은 뒤에 ‘열심히 했으니 이제 됐다’고 흐뭇하게 돌아서면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의 도전은 점차 다른 단체에도 확산됐다. 이제는 다수의 재단들이 이러한 사업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임 배분위원은 “일부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곳도 있지만, 사업에 대해서 제대로 고민하는 곳은 대부분 아름다운재단의 방식을 따라왔다”고 전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청소년들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청소년 지원사업의 흐름도 변화시킨 것이다.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름다운재단의 또 다른 강점은 단지 청소년 한명 한명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을 통해서 사회적 메시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임 전 배분위원은 “아름다운재단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재단은 아니지만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한 지원이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결국 우리 사회가 감당할 일’이라고 사회에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은 ‘급식비, 교복비, 등록금은 모든 청소년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라는 사회적 인식을 넓혔고, 실제로 그렇게 권리를 누렸을 때 청소년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증명해보였다. 사회적 합의가 모아졌고 마침내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교육이 도입됐다.

여전히 남아있는 교육기회 불평등… ‘기본’의 수준을 높이자

전국적으로 확대된 무상교육 제도에 대해서 임종화 전 배분위원은 “밥 먹이고 등록금 주는 것은 교육 기회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비로소 기본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정도를 갖고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에도 다음 단계의 사업을 당부했다.

임 전 배분위원은 “‘기본’의 수준을 계속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교육 기회는 여전히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불평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속에서 우리는 현실을 목격했다. 노트북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의 격차, 혼자 쓰는 방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이 격차, 자기주도학습을 도와줄 사람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의 격차가 그렇다.

그래서 임 전 배분위원은 “‘과잉’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많이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그 ‘과잉’이 기본이 된다”고 했다. 가난한 애들이 무슨 여행이냐고, 문화생활이냐고, 비싼 밥과 옷이냐고 누군가는 비난할 것이다. 이런 것들은 ‘사치’라고. 그러나 그가 보기에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기본’ 사항들이다.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서 임 전 배분위원은 “‘너를 돕긴 하지만 나보다 잘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방식은 평등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더 많이 여행하고 체험하고 다양하게 배우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경험들을 결핍 없이 채워서 청소년들이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청소년과 함께 하는 삶이 자신의 소명’이라는 임종화 전 배분위원와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당부의 말을 들어보았다.

“너희들이 받은 것은 다 선물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집이 여유 있는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게 선물이라는 걸 잘 몰라요. 반대로 어려운 아이들은 자기가 선물을 안 받았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신은 누구에게나 선물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선물은 노력해서 받은 게 아니잖아요. 그냥 받은 거죠. 그 선물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라고 주신 거예요. 청소년들이 그 선물을 잘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쓰길 바랍니다.”

[아름다운재단] 고등학생교육비지원사업 사업보고서 2004-2021

글 박효원 l 사진 이현경

[고등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세대를 잇는 빈곤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배움과 미래에 대한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지탱해줄 버팀목이 필요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의 고등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성적순으로 주는 ‘상금’이 아니라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에 힘을 실어줄 ‘희망’이고자 합니다.

아름다운재단 고등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2004년 시작되어 2009년부터 한국사회복지관협회, 한국청소년자활지원관협의회에 이어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와의 협력사업으로 전환 운영되었습니다.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어 2021년까지 확대된 고등학교 무상교육 정부 정책에 따라 2021년도를 끝으로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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