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증거를 담는 후후레터! 다섯번째 주제는 기후위기입니다. 나날이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행동의 온도를 높이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기후위기로 한반도 곳곳에서 고사하고 있는 나무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녹아내릴 것 같은 더위에도 지리산을 꼬박 오릅니다. 기쁨이 자리해야 할 산행의 끝에는 씁쓸함만이 가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크리스마스 트리, 구상나무가 허옇게 속살을 드러내고 죽어있으니까요. 서늘한 고산지대의 나무들이 죽는다는건 그만큼 지구가 뜨거워졌다는 증거입니다.

한반도 기후 모니터링을 진행해온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인터뷰 당일에도 지리산에 있었어요. 기후로 인해 생태계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요한 것들을 찾아나가고 있죠.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도 산행에 함께하고 있는데요! 이 산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시작해야할 지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위기, 멸종에는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Q. 이번 여름, 더워도 너무 더웠습니다. 한반도 백두대간을 오가시면서 기후위기가 더욱 와닿으셨을 것 같은데요. 어떠셨나요?

A. 너무 더웠죠. 그냥 더운 정도가 아니라 기온이 낮은 해발 1500~2000미터 아고산대에서 사는 침엽수들이 고사(枯死)할 정도니까요. 7월 20일에 지리산 모니터링을 진행했는데 침엽수 중에 멀쩡한 애들이 없더라고요. 아기, 어른 나무 할 것 없이 다 아파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는게 느껴집니다.

2021년 7월, 지리산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현장

2021년 7월, 지리산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현장

2021년 5월 1일, 지리산 중봉 서사면의 고사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2021년 5월 1일, 지리산 중봉 서사면의 고사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Q. 크리스마스 트리로도 불리는 구상나무는 멸종위기종이라고도 하던데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A.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의 지리산과 한라산에만 서식합니다. 특별한 나무죠. 2010년 전후로 한라산에 있던 구상나무들이 고사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지리산 천왕봉의 구상나무 서식지에서 90%가 고사되었어요. 기후위기 영향을 받는 침엽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분비나무, 구상나무, 가문비나무뿐만 아니라 주목나무, 잣나무도 고사가 시작됐어요. 침엽수는 상록수라서 푸르름을 유지해야 하는데 단풍 든 것처럼 갈색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침엽수들이 죽어가는 원인으로 기후위기가 꼽힙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A.구상나무의 경우에는 1, 2월에 내린 눈으로 4월 말, 5월 초순까지 수분을 공급받아야 해요. 그런데 적설양이 급격하게 줄었거든요. 같은 양의 눈이 내려도 증발산 속도가 빨라서 땅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습니다. 그 자리에서 수 천년동안, 대대손손 살아온 나무들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날씨를 10~20년 사이에 갑자기 경험하고 있는 거예요.

시민과 함께 기록하는 기후위기의 증거들

Q. 오랜기간 생태계 모니터링을 진행해오셨는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계신가요?

A. 산에 가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관찰수단으로 살펴봐요. 드론을 자주 띄우는데요. 멀리서 띄우는게 아니라 나무들의 고사 현장까지 가서 올려야해요. 상업용 드론은 직선으로 연결이 되어야 추락하지 않고 잘 올라가거든요. 산에도 오르고, 허가도 받기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올해는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통해서 시민들과 함께 기후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요. 산은 혼자 가면 위험하니까 늘 같이 다녀야 하거든요. 최소 2-3명 조를 이뤄서 가는데 주말에도 시간내어서 함께해주는 분들이 계세요. 

한반도 기후위기 모니터링 현장

한반도 기후위기 모니터링 현장

Q. 시민들이 자원활동가로 참여하는 동기나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막연히 생각했던 기후변화를 현실에서 이해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가?’를 고민하시다가 함께 해주시는 것 같아요. 녹색연합은 2018년부터 ‘그린백패커’라는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직접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으로 찾아가서 기후위기로 영향 받고 죽어가는 침엽수의 모습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Q. 자원활동가들도 처음 고사 현장을 보면 많이 놀랄 것 같아요.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다를 테니까요.

A. 심각하다는 것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느끼시죠. 우울해하시기도 하고, 나부터 뭘 해야하는지 찾아보시기도 하고요. 기후위기는 직접 보지 않으면 체감하기가 힘들잖아요. 스마트폰 배터리 닳는 건 눈에 보이지만 탄소는 눈에 안보이니까요. 하지만 명백한 현실이라는 것을 모니터링을 하면서 체감하고 있죠.

Q. 고생하면서 산에 올라갈때마다 나무들이 죽어있으니 정말 심적으로 힘드실 것 같습니다.

A. 산에 올라가는 마음가짐이 예전과 다른거 같아요. 정신이 바짝바짝 든다고 해야할까요. 1990년 초반부터 1995년까지 지리산 하봉, 중봉, 천왕봉까지 침엽수림이 쫙 펼쳐져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그 숲의 반 이상이 고사목지대입니다. 이제는 일주일에 두 번씩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살펴야 할 지역이 많다보니 올해 봄부터는 거의 쉰 적이 없네요.

나무들의 죽음에서, 인간의 위기로… 움직여야 합니다.

Q. 침엽수들의 죽음을 시작으로 인간에게는 어떤 위기들이 닥칠까요? 나아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당장 산불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요. 산사태도 공격적으로 오고 있고요. 이외에도 우리가 느끼는 생활의 변화가 큽니다. 2-3주 겪으면서 느꼈잖아요. 더우니까 뭔가를 하기가 힘들어요. 하루하루를 의욕적으로 사는게 아니라 연명하듯 생존하게 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걱정되는건 아이들이예요.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90까지 사는 시대인데 어린이들은 어떻게 하나요. 그래서 더욱,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200년간 누려온 문명의 질서를 돌아봐야 하겠죠. 석탄, 석유를 중심으로 해서 살아왔던 체제도 바로잡아야하지 않을까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 우리의 일로 받아들이고 지구와 자연의 경고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지구를 지킨다는 건 곧 함께 살아갈 사람들을 지킨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하는데요. 한반도 기후모니터링을 진행한다는 것이, 지구에게, 또 전문위원님께는 어떤 의미인가요?

A.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의 아고산대 침엽수가 죽어가는 것은 기후위기로 생물 다양성 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증거이자 경고입니다. 깊이 있게 살펴보고, 또 다른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만큼 개인적으로도, 활동가의 입장에서도 의미가 커지고 있죠. 코로나19도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훼손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원난성과 라오스 산림지대에 서식하는 박쥐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바이러스가 인간사회로 넘어왔거든요. 지금까지 없었던 자연의 변화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Q. 늘 환경은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요소였잖아요. 이제는 변화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변화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A. 개인적으로는 백두대간 보호구역처럼 여의도 수백배가 되는 면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서 보호할 수 있게 된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보호구역을 지정하는데도 자원활동가들의 노력이 컸어요. 같이 땀흘리고 현장에서 지내기 때문이예요. 함께 땀흘리고, 현장을 살피고, 보고서나 결과물들이 세상에 반영되고 정책으로 만들어질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사진 : 녹색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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