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서비스 지원자와 만나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을 교육시키기엔 서울 환경이 좋고 말을 방목하기엔 제주 들녘이 최고라는 말이다. 무언가의 성장에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시작됐을 법한 이 문장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변질돼 전언처럼 쓰인다. ‘서울’이 뜻하는 상징적 맥락은 사라지고 진짜 ‘서울’만 남았다.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에 개발이 편중된 까닭이다.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그로 인해 문화, 교육, 복지 인프라가 마련되니 서울과 수도권 외 지역의 불균형은 외려 자연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선정아동

2016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보조기구 지원사업 광주지역 선정아동



장애인 복지 서비스 역시 그 상황을 피해갈 수 없었다. 아름다운재단의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이 3년전부터 광역시의 보조기구센터와 파트너십을 결심한 건 그 때문이었다. 지역이라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이는 서비스 지원자와 만나기 위한 시도. 광주광역시 보조기구센터는 그 계기로 인연을 맺은 아름다운재단의 믿음직한 동행자다.

새로운 사각지대, 건강보험 납부자

“광주광역시 보조기구센터는 지역사회에 있는 장애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는 올해로 3년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서류심사부터 현장평가, 선정 후 기구 제작과 납품을 위한 현장평가 등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에게 맞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간순간이 특별합니다.”

올해 광주광역시 보조기구센터의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신청자는 모두 56명이었다. 이 중에서 정원 20명에 남은 예산으로 추가 지원할 수 있는 6명을 더한 26명이 선정됐다. 30명만 서류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절반이 넘는 이들이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안타까운 마음 때문일까. 사업 담당자인 유보미 작업치료사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광주광역시보조기구센터 담당자

광주광역시 보조기구센터 유보미 작업치료사

“중점으로 보는 부분 중 하나는 보조기구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 입니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어머니께서 단순히 무료로 주니까 받는 것인지 꼭 필요해서 신청했는지를 알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시고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얘기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냥 있으면 좋다고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는 분이 있거든요. 이번처럼 일상생활 보조기구가 추가된 경우 보호자가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요.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특히 이 사업이 유보미 작업치료사에게 소중한 이유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아닌 건강보험을 납부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가장이 4대 보험료를 납부한다는 이유로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 그리 넉넉하지도 않아 고가의 보조기구를 구입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적확한 지원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평가 기록지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현장평가 기록지


광주광역시 보조기구센터의 진심 어린 수행 때문인지 사업 만족도도 높다. 이러한 지원자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일방적이고 일시적인 시혜성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서비스 지원자의 보호자들은 센터를 수시로 방문해서 조금이라도 놓치고 있는 부분을 알려주고, 센터 담당자는 지원 가정을 방문해서 기구를 다시 맞추고 조절한다.

포괄적인 서비스로 삶의 질을 말하다

여러 민간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지원한 보조기구 결과가 안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지원자가 품었던 희망이 무너지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 물론 하나를 적용했는데 상상 외의 효과를 낼 때도 있다. 유보미 작업치료사는 그 순간 ‘우리가 최선의 성장을 선물했구나’ 싶어 가슴이 벅차다고 이야기한다. 작업치료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특수교육을 전공하려다가 작업치료학과로 진학해서 치료 쪽에서 근무했어요. 장애인, 환자, 다친 사람들이 일상생활로 복귀를 하거나 혼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치료사의 역할인데 정작 치료실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라는 게 매번 답답했어요. 그래서 좀 더 넓은 의미의 치료,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도 안정된 일상에서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보조기구지원센터의 일이 더욱 보람 있는 것 같습니다.”

광주광역시보조기구센터 담당자

유보미 작업치료사는 아름다운재단 사업을 통해 맞춤 보조기구가 어떻게 장애아동청소년과 그 가정을 치료하고 보살피는지 확인했다. 작업치료사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려고 선택한 보조기구센터에서 또 하나의 파트너를 만난 셈이다. 앞으로 계속 확장될 이 사업은 낯모를 기부자들의 십시일반이 이룬 의미 있는 변화다. 누락 없는 복지서비스를 지향하는 이들의 아낌없는 응원이다.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목욕의자나 유모차 등 기성제품도 지원자에게 맞춤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맞춤형 사업의 취지와 어긋나는 부분이 아쉽더라고요. 절차적으로 복잡하지만 선택의 폭도 넓히면 좋겠고요. 그리고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영•유아용 카시트도 지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포괄적인 서비스로 광주광역시 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거죠.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자 여러분도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글 우승연ㅣ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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