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로서 겪는 열악한 현실, 그러나 한국인들의 슬픔, 그 마음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네팔 이주노동자 400여명,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위한 성금 3백만원 기탁 

대구지하철 참사의 비극이 우리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지금, 
열악한 노동현실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네팔의 이주노동자(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돕겠다고 나서 큰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네팔 이주노동자 공동체 협회인 운마(UNMA, United Nepalis Migrant Association)의 카말 파우델(Kamal Paudel) 회장 등 10여명의 네팔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 4월27일(일) 아름다운 재단(이사장 박상증)을 방문해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돕는데 써달라며 네팔 외국인 노동자들로부터 모금한 성금 3,002,000원을 전달했다. 

PVC 파이프 제조공장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아름다운 재단을 방문한 카말 파우델 운마 회장은 “우리의 일터인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에게 불행하고 슬픈 일이 생길 때 그것을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라며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불행한 사고를 겪은 한국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만 있다면 함께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성금 기탁의 취지를 밝혔다. 또한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과 한국사회, 그리고 한국인들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며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는 바램도 덧붙였다. 

이 성금은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2월24일부터 두달간 운마(UNMA)가 중심이 되어 모금한 금액으로, 총 400여명의 네팔 노동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아름다운 재단을 방문한 사마르 타파(Samar Thapa) 운마 사무국장은 “좀더 빨리 성금을 전달하고 싶었지만 네팔 노동자들이 주․야간 2교대 근무에 주말에까지 일을 하고 있어 모금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네팔 노동자들의 모금을 이끈 운마(UNMA)는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 공동체(Community)들의 협의회로 현재 민족, 종교, 지역, 문화적 공동체 등 29개의 네팔 노동자 공동체가 있으며 약 3천5백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네팔 노동자 가운데 1천2백여명이 각각의 공동체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운마를 중심으로 한 네팔 노동자들의 공동체 활동은 네팔 노동자들간의 친목도모 및 자조적 역할 이외에도 모국의 현실을 올바르게 알리는 사업, 산업재해를 당한 타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조건 향상 등 폭넓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7. 운마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안양 이주노동자의 집 이금연 관장은 과거 NCC(Nepalis Consulting Committee)로부터 시작되었던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역사와 공동체 활동은 한국 외국인 노동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금연 관장의 말에 따르면 1990년~1992년 초기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네팔 민주화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이들로, 민주화 의식이 투철했던 고학력자들이 한국의 경제 발전과 민주화 운동의 영향을 받아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다른 국가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에 비해 건강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과 네팔 사회의 상호기여, 인권문제, 네팔의 평화 기원 등의 사회문화적 문제에도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하루 12시간이 훨씬 넘는 장시간의 노동과 한달 100여만원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그리고 재해에 노출되어 있는 위험한 작업환경 등의 열악한 노동현실에도 불구하고 3백만원의 성금을 모아준 네팔 4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 차별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두달동안 5천원, 1만원씩을 보태어 만들어준 이 성금과 그들의 온정은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재단은 이 성금을 네팔 외국인 노동자들의 바램대로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가운데서도 특히 부모 또는 부양자를 잃고 어려움에 처한 아동을 돕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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