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에 빼앗긴 시설아동들의 평등한 식판

 

국회, 2013년 아동양육시설 급식비 100원 인상안 통과

1인당 한 끼 급식비 1,520원…보건복지부 권고 최저급식단가 절반에도 못 미쳐

 

 

“가슴 아프다.”더니…인상은 고작 100원

 

아동양육시설 아동들의 먹을 권리는 새해에도 지켜지지 못했다.

 

국회는 1월 1일, 아동양육시설 급식비를 1,420원에서 고작 100원 인상하는 2013년도 예산안을 결국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현재 양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1만 6천여명의 아동들은 올해부터 한 끼 1,520원짜리 식사를 하게 됐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는 저소득 아동 급식비 단가는 한 끼 3,500원. 1,520원은 이 최저급식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물가 인상률을 감안한다면 100원 인상은 아이들의 식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이 100원 인상조차 결정된 과정을 보면 정부가 시설아동들의 밥값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2012년 7월, 보육원 원장들이 보건복지부에 밥값을 3,500원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보건복지부는 고작 200원 올린 예산안을 올렸고, 이를 받아든 기획재정부는 이마저도 ‘100원 인상’으로 절반을 깎아버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아동양육시설 급식비 100원 인상안이 도마에 오르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슴이 아프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밥값 인상을 재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복지예산 2조 4천억원을 포함 2013년도 복지예산은 97조 4천억원. 여기에 민간 위탁 복지사업까지 합치면 사실상 복지예산은 103조 원에 달한다. 복지예산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겨 복지 100조원 시대를 열고 전체 예산에서 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사상 처음으로 30%에 접어들었다며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시설 아동들은 300억원의 예산만 확보되면 3,500원짜리 밥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은 이정도의 밥을 먹을 권리도 없는 것인지, 불규칙한 후원금에 밥값의 절반 이상을 기대야 하는 아동 양육 시설들이 매일 식비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OECD 국가 중 복지예산 비중 꼴찌’라는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이다.

 

시설아동은 아동복지정책에서 소외?

 

이렇게 불평등한 식비가 수십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가 시설 아동을 ‘시설 수급자’로 분류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원되는 저소득층 아동의 한 끼 식비는 평균 3,500원에서 4,000원 선이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 생계비 기준을 적용받는 시설 수급자는 1인당 평균 지원 단가(2013년 예산 기준 월 15만9,000원)가 이미 책정돼 있고, 보건복지부가 어디에 얼마를 쓰는가를 사업지침(식비 1,500원, 한달 의복비 1만3,000원 등)으로 통보해 시설에서 이를 집행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시설 수급자’라는 이유로 시설 아동들은 아동이면서도 아동복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계적인 구분으로 인해 아동은 물론 장애인, 노인 등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외계층들은 오히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지원금으로 도저히 식사를 차릴 수 없는 시설에서는 민간 후원금에 기댈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국가의 역할을 민간이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이미 부모에게서 한 차례 상처를 입은 아동들은 상당수 그 상처가 만든 아픔을 겪고 있다. 미숙아로 태어나 보통 분유는 제대로 삼키지도 못하는 영아들, 가난이 안겨준 고도비만과 아토피까지. 구토방지 분유와 잘 짜여진 식단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1,520원이라는 밥값은 단순히 먹을 권리를 떠나 아이들의 건강권, 심지어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평등한 식판 위한 캠페인 진행 중

 

이러한 불평등한 밥값에 반대하며 아름다운재단은 시설 아동들의 식비를 현실화 하기 위해 ‘나는 반대합니다 시즌2’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목표는 2014년부터 모든 아동양육시설 아동들에게 평등한 식판을 제공하는 것. 이를 위해 현재 시민예산 편성을 위한 모금을 진행중이다. 모금비는 2013년 한해 동안 2개 기관 약 130여명 아동들에 대한 적정 급식비 지원에 사용된다. 1년간 양질의 식단을 제공한 뒤 급식비 지원 전/후의 영양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 자료들을 근거로 국회청원 등을 진행해 정책변화를 이끌어 낼 예정이다.

 

‘나는 반대합니다’ 캠페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www.beautifulfund.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부는 인터넷 홈페이지, 전화기부(02-766-1004), 휴대전화 문자참여(#89491004 ‘급식비’입력 후 전송)를 통해 참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