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여성가족은 생계와 양육이라는 이중고를 겪습니다. 이에 아름다운재단은 6개월부터 13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여성가족 40가구에 무상 맞춤 아이돌봄지원을 통해 돌봄공백 축소 및 구체적 돌봄고충을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2022년 시작된 한부모여성가족 맞춤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한부모여성가족에게 어떤 변화를 불러 왔을까요? 1년 6개월간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지원사업에 참여해 온 이지은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5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지은 씨는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이혼 후 세 가족의 생계와 양육을 홀로 해결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중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지원사업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 지원사업에 참여 중인 이지은 님

돌봄선생님을 만나 두 딸의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어요

“이혼 후 세 가족의 생계와 양육을 홀로 해결해야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아이돌봄이 필요할 때 지역아동센터에 맡겨 왔지만, 거리가 멀어 한계가 있었거든요.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지원사업이 가정 맞춤으로 아이돌봄을 해주는 서비스라는 말에 간절한 맘으로 신청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지원사업과 인연을 맺은 지 1년 반이 지났다. 일주일에 3번, 3시간씩 돌봄선생님이 집으로 직접 방문한다. 이지은 씨는 지원사업 이전의 삶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두 딸의 변화다.

“‘집’이라는 공간이 가장 마음 놓이고 따뜻한 곳이잖아요. 돌봄선생님이 아이들이 가장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집으로 필요한 시간에 항상 와주시니 아이들이 마음이 편하다고 해요. 아이들 생활습관도 좋아졌어요. 위생교육이 잘 안 되어 있었는데 선생님이 오시고부터는 집에 오자마자 손을 깨끗하게 씻어요. 전에는 몽골 요리법으로 고기 중심으로 먹었는데 돌봄선생님이 아이들 성장을 위해 식생활 조언을 해주신 덕분에 신선한 야채로 만든 샐러드를 곁들이는 등 식생활 개선도 하게 되었고요.”

아이돌봄지원사업은 몸뿐 아니라 마음의 변화도 가져왔다. ADHD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첫째는 돌봄선생님의 도움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안정감을 찾았고, 둘째는 배우고 싶어하던 피아노로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돌봄선생님이 정말 훌륭하세요. 특히, 둘째 아이가 피아노에 관심을 보였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적극적인 서포트를 못하고 있었는데 돌봄선생님이 음악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으셔서 둘째에게 피아노를 직접 가르쳐 주세요. 덕분에 지역 다문화행사 콩쿠르에 나가 1등을 할 정도로 재미를 붙이고 실력이 늘었어요. 최근엔 이웃이 이사를 가며 좋은 피아노를 물려주어 더 신나게 피아노를 배우고 있고요. 첫째에겐 친근한 상담사가 되어주세요. 엄마에게 말 못 하는 고민을 선생님께는 스스럼없이 털어놓더라고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지혜를 나눠주시기도 하고요.”

돌봄선생님과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이

지은 씨 집을 방문해 둘째 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긴장할 법도 한데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라 건반 하나하나를 누르며 야무진 연주를 선보였다. 관중의 박수에 싱긋 웃어 보이는 미소에서 뿌듯함과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엄마의 꿈을 현실로 이루게 해줬어요

아이돌봄지원사업은 지은 씨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이들을 대할 때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이 바쁘다 보니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거나 어려움에 귀 기울이지 못했는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전에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섰는데 지금은 ‘잘 클 거야’라고 좋은 점을 보려 노력해요. 아이들과 가까이에 있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재능이나 끼, 마음의 어려움을 선생님을 만나고 새롭게 읽어낼 수 있게 됐거든요.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상황에 매몰되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되었고요. 엄마로써 내면의 힘이 강해진 걸 느껴요.”

지은 씨는 돌봄선생님이 아이들을 봐주시는 동안 미뤄 두었던 자기 계발을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꿈꿔 왔던 토탈 뷰티숍을 위한 자격증 취득이 그것이다.

“피부미용, 네일아트 자격증 등을 하나하나 취득하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네일도 해주고 피부도 가꿔주면서 소소하게 용돈도 벌고 있고요. 공부가 마무리되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싱글맘과 토탈 뷰티숍을 차리고 싶어요. 엄마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 주신 돌봄선생님 덕분이에요.”

안정적인 돌봄환경으로 인해 한층 건강해진 아이들과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엄마의 모습까지. 돌봄지원사업이 지은 씨 가족에게 준 변화는 이렇듯 극적이다. 지은 씨는 ‘주변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받은 도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부모여성가족 대부분에게 내일배움카드가 지급되지만, 배움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육아와 생계에 매달리느라 활용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게를 차리면 한부모 엄마들이 내일배움카드로 자격증도 따고, 취업도 할 수 있게 직접 실기도 알려주고 적극적으로 돕고 싶어요.”

무지개처럼 찬란한 순간을 선사해준 아이돌봄지원사업에 감사해요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를 보여준 지은 씨는 ‘나에게 돌봄선생님은 어떤 의미였나’라는 질문에 ‘남편’과 같은 존재라고 대답했다. 어떤 일이 있든 같이 의논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돌봄선생님이 그런 존재가 되어 주었다는 것이다.

“타국 생활이 힘들고 외로운 날이 많았어요. 한국말이 서툴어 소통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정보도 부족해 놓치는 것도 많았고요. 그럴 때면 괜히 서글퍼지곤 했는데 선생님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마치 든든한 남편이 생긴 것 같더라고요.”

둘째 피아노 콩쿠르에 입히려 물려받은 연주복이 사이즈가 맞지 않자 20년 단골 옷 수선집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수선을 해 주시는가 하면 어깨와 허리 통증이 있는 지은 씨에게 솜씨 좋은 한의원을 소개해 주셔서 치료를 받았다. 아이들 돌봄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조언을 주는 선생님이 있어 그녀의 삶은 풍요로워졌다.

지은 씨는 선생님을 향한 마음을 담은 ‘무지개 선생님’이라는 단어로 돌봄선생님의 이름을 짓는 이벤트에 참가했다. 결과는 우수상이었다. ‘무지개 선생님’은 돌봄선생님을 떠올리며 두 딸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돌봄선생님 이름을 ‘무지개 선생님’으로 지은 이지은 님 가정

“우리 돌봄선생님은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분이에요. 아이들과 놀이를 할 때는 신나게 놀아 주시고,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단호하게 가르쳐 주시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현명하게 해결해주시거든요. 여러 가지 모습이 가득한 분이라는 뜻으로 지었어요. 먹구름 속에 무지개처럼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진 분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인터뷰 말미, 지은 씨는 아이돌봄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이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음을 깨달았다며 웃어 보였다.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왔고, 그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으리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녀 역시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마음으로 곁을 내어주고 싶다. 지은 씨는 그 소망을 두 딸에게 보내는 짧은 메시지 속에 담았다.

“엄마는 소망이 있어. 무지개 선생님이 우리에게 와서 희망을 보여주신 것처럼, 또 그동안 우리가족을 도와준 많은 분들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자.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고마워. 많이 사랑해.”

글 | 김유진
사진 | 임다윤

※ 본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지원사업>은 노필터TV기금, 모얼오버, 비보웨이브, 이겨내컴퍼니, 카카오뱅크, 한국펩시콜라, SGI서울보증의 기부금으로 지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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