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여성가족은 생계와 양육이라는 이중고를 겪습니다. 이에 아름다운재단은 6개월부터 13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여성가족 40가구에 무상 맞춤 아이돌봄지원을 통해 돌봄공백 축소 및 구체적 돌봄고충을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2022년 시작된 한부모여성가족 맞춤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한부모여성가족에게 어떤 변화를 불러 왔을까요? 1년 6개월간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지원사업에 참여해 온 최시원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토요일 아침. 시원 씨의 둘째 아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현관문 앞으로 다가간다.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다. 낯선 사람의 발걸음 소리에 실망했던 아이가 익숙한 구두 소리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윽고 계단을 밟고 올라온 이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선생니임!”하고 품에 안긴다. 사랑스러운 애교는 기본이다. 돌봄선생님이 오시는 토요일 아침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돌봄선생님을 향한 둘째의 재롱이라고 할까요? 얼마나 선생님을 좋아하는지 토요일이면 새벽같이 일어나요. 오시는 순간 착 달라붙어서는 떨어질 줄 모르고요. 저는 뒷전이에요. 엄마 빨리 공부하러 나가라고 등 떠밀 때도 있답니다.”
시원 씨 가족을 찾아온 돌봄선생님이라는 ‘행운’
13살, 4살 두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시원 씨는 1년 6개월 전. 아이돌봄지원사업을 통해 돌봄선생님과 만났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입학을 하게 되면서 육아 공백을 채워줄 누군가가 절실했던 차에 아이돌봄지원사업을 만나게 되었다.
“대학에 붙었을 때는 정말 기뻤지만, 두 아이를 놓고 나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웠던 게 사실이에요. 첫째는 발달장애 소견과 ADHD가 있었고, 사춘기가 찾아오는 나이라 예민한 상태였어요. 둘째는 어려서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고요.”
아이들 케어도 못하면서 내 욕심만 내는 걸까 자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공부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의 발전뿐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민이 깊어지던 중 미혼모협회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아이돌봄지원사업 공고를 보게 되었다. 맞춤돌봄이 가능해 원하는 시간에 돌봄선생님이 와줄 수 있다는 내용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원 씨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원 신청을 했다.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 아이돌봄지원사업을 통해 돌봄선생님이 배정되었고, 두 아이를 맡기고 대학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사회복지상담를 전공하고 있는 시원 씨는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보냈다. 열정적으로 공부한 덕에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도 받았다. 모든 건 맘 편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돌봄선생님 덕분이다.
“사실 초창기에는 돌봄선생님이 계셔도 공부하다 집에 달려가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아이 둘을 돌보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아이들이 선생님과 안전하게 잘 지내기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아이들이 선생님을 너무 잘 따르는 거예요.”
아이들의 마음도, 엄마의 마음도 환하게 밝혀준 ‘진심’
돌봄선생님은 시원 씨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한테 이런 걸 해주고 싶은데 어떨까요?’하고 먼저 물어올 정도로 신경을 써주셨다. 그래서일까. 아이들도 금세 선생님께 마음을 열었다. 차분하고 편안한 선생님의 성품에 금세 동화되어 안정감을 느끼고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하게 됐다. 특히, 감정 기복이 심해 불쑥 화를 내곤 했던 첫째는 선생님과 지내면서 많이 변했다.
“첫째는 자기가 잘못해도 소리를 지르고 억울해했는데 선생님이 오시고부터는 감정 기복이 많이 줄어들고 차분하게 말하려고 노력해요. 선생님이 아이를 잘 달래주시니 자기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조리 있게 대화하게 된 것 같아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힘든 일이 있거나 엄마와 부딪히는 일이 있을 때도 선생님께 상담 신청을 해요. 큰아이가 마음 열기가 힘든 타입인데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둘째는 돌봄선생님 껌딱지다. 선생님 오시는 날 계단 발소리만 들려도 마중을 나갈 정도로 따르고, 퇴근 시간이 되면 아쉽다고 울먹인다. 말이 느린 편이었는데 선생님을 만나고 말이 많이 늘기도 했다. 애착이 잘 형성된 덕분이다.
“두 아이 모두 표정이 한결 밝아졌어요. 아이들은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아는 것 같아요. 일전에 다른 돌봄서비스를 통해 선생님을 모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둘째가 선생님께 가지 않으려고 벽에 붙어 있곤 했거든요. 지금은 엄마보다 돌봄선생님이 우선이에요.”
돌봄선생님의 진심 어린 마음은 시원 씨에게도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올해 봄, 둘째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돌봄선생님이 깜짝 문병을 와주신 일이다.
“코로나 시기라 면회가 어려워서 친정엄마도 오지 말라고 했을 때였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둘째가 좋아하는 망고주스를 사서 찾아오셨더라고요. 아이가 링거 꽂은 팔을 선생님께 보여주면서 아프다고 응석을 부리는데 코끝이 찡하더라고요. 정말 감사했고,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엄마도 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돌봄선생님을 만나기 전, 그녀는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두 아이를 생각하면 힘을 내야 하는데 자꾸만 마음에 먹구름이 끼었다. 그때 깨달았다. 달라져야 한다고. 그러려면 엄마도 쉴 시간, 숨 쉴 구멍이 있어야 한다고.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 돌봄선생님을 만났고 공부를 시작하며 제 삶은 행복해졌어요. 제가 밝아지니 아이들도 밝아졌고요. 첫째는 제가 대학생이라는 걸 자랑스러워해요.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 장학생이라고 자랑을 했다더라고요. 공부하라고 잔소리만 하는 엄마가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엄마라는 게 좋다고 말해주는 첫째를 볼 때, 공부하길 잘했구나 싶어요.”
시원 씨는 내년 2년 제 대학 졸업 후에도 공부를 이어가려 한다. 사회복지사 1급을 준비하면서 사회복지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예정이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 시원 씨는 첫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대답했다.
“첫째처럼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자극이 없으면 도태되기 때문에 섬세한 케어가 필요해요. 그런데도 정부 지원을 받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거든요. 공무원이 되어서 경계성장애 아이들을 직접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새봄선생님, 우리 집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원 씨는 첫째와 함께 지원사업 중 돌봄선생님의 이름을 짓는 이벤트에 참여해 ‘새봄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예쁜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새봄선생님’은 첫째가 지은 이름이에요. ‘엄마. 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우리가 더 많이 웃는 것 같아. 봄처럼 환하게 말이야.’라고 하더라고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온 것처럼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시고 우리 가족이 더 밝아지고 행복해진 걸 표현한 말이라고 하니 확 와닿았어요.”
아이돌봄지원사업과 돌봄선생님은 시원 씨와 두 아이에게 행복이고 쉼이었다. 충전할 시간을 통해 내일을 꿈꾸게 해주었고, 더 밝은 곳으로 나아갈 힘을 주었다. 이제 비축한 힘으로 새로운 봄을 맞이하려 한다. 시원 씨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에 그 다짐을 담았다.
“우리 아들들아.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잘해주어 정말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잘 될 거라고 믿어. 엄마도 노력할 테니까 믿어주고, 잘 따라주었으면 좋겠어. 사랑한다.”
글 | 김유진
사진 | 임다윤
※ 본 <한부모여성가족 아이돌봄지원사업>은 노필터TV기금, 모얼오버, 비보웨이브, 이겨내컴퍼니, 카카오뱅크, 한국펩시콜라, SGI서울보증의 기부금으로 지원됩니다. |
최시원
최시원 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을 통해 아이들 돌봄서비스 이용하며 아이들이 정말 환해지고 저도 얼굴에 미소가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 잘 키우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재단
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입니다. 귀한 아이들과 엄마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하고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