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 6남매 양육자였던 윤독정 여사는 작은 부엌에서 동백기름을 만들기 시작해 ‘창성상점’이라는 가게를 번창시켰습니다. 넷째 아들에게는 그 노하우를 전수하며 늘 희망을 가지고 살자고 말하곤 했죠. 윤독정 여사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서성환 선대회장이 시작한 회사가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입니다. 그가 사망한 이후 유족은 뜻을 기리며 50억 규모의 주식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합니다. 한부모여성 창업대출지원사업 ‘희망가게’를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이죠.
올해가 희망가게 20주년이에요. 그동안 520호 희망가게가 오픈했고 1,420명의 희망가게 창업주와 그 자녀들이 희망을 품고 삶을 꾸려나갔습니다. 소상공인 가게가 3년 동안 살아남을 확률은 45%이지만, 희망가게는 72%가 3년을 거뜬히 버텼어요. 한부모여성들의 창업 지원금인 187억 원의 대출금 가운데 86%는 창업주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상환이 완료되었고요.
윤독정 여사가 아들에게 노하우를 전하며 희망을 말한 것처럼, 희망가게 선배 창업주는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새로운 창업주의 멘토가 되어 기꺼이 도움을 주었어요.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었을 때는 김나영, 송은이, 이시영 등 여성 방송인들과 시민들이 힘을 모아 한부모여성 창업주를 위해 긴급 생계비 및 생필품을 지원했어요. 홀로 가게를 운영하느라 자신의 건강을 돌볼 여유가 없는 창업주에게 희망가게는 사업지원뿐 아니라 건강검진과 치료・수술비까지 지원을 해주었죠.
“희망가게를 하기 전에는 무척 우울했어요. 돈도 없고 어딘가에 취업하기에도 어려운 상태여서 어떤 일을 못 했어요. 예전에는 하루가 검정색이었다면 지금에는 밝은 빛으로 바뀌었어요.”
희망가게로 2017년부터 영어수학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이경희 창업주는 이렇게 말했어요.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잖아요. 끝없이 캄캄하게 어두운 밤, 낭떠러지 같은 시절이요. 겪어보지 않았지만, 한부모여성들에겐 그런 순간들이 많았을거라 생각해요.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온전히 책임져야 할 때, 일은 해야하는데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 전전긍긍 애닳는 마음일 때, 여성이자 한부모라는 이유로 편견의 시선을 감당할 때. 그럴 때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다면 삶을 놓지 않고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죠. 한부모여성들의 밤에 선뜻 손 내밀어 준 반짝이는 여성들이 있었어요. 낭떠러지에서 빠져나올 사다리 같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희망가게의 러닝메이트, 파트너, 협력자들이죠.
20년 동안 희망가게는 520명의 한부모여성이자 창업주에게 삶의 희망을 선물했어요. 가늠할 수 없는 20년이라는 세월과 누구도 똑같지 않은 520명의 사람을 떠올리자면 희망가게가 만들어 온 오늘의 변화는 숫자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눈물과 생기가 가득한 움직임이라 느껴요.
결국 희망가게 20년이 만든 변화는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메시지를 전해줘요. 진심 어린 도움은 한 사람을 살린다는 것. 도움이 또 다른 도움을 만들어 낸다는 것. 그렇기에 우린 힘든 순간에도 희망을 갖고 누군가를 돕고 또 기꺼이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 희망가게가 20년 동안 만들어 온 변화와 메시지를 함께 발견하고 기억해주길 바라요. (✍️글: 홍슬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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