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숙인 관련 자활시설에 입소한 20~39세 청년층은 15.7%에 이른다. 이는 일시 집계조사이며, 현장의 목소리에 의하면 노숙인 관련 자활시설에는 그 이상의 청년층이 스쳐 가고 있다. 여기에 더부살이를 비롯해 찜질방과 PC방 등 거리를 전전하는 청년층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수치는 심각한 수준이다.
청년기는 인생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절이다. 이 시기에 노숙을 염려해야 한다면 인생의 전반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이에 아름다운재단은 노숙위기청년의 자립 안전망을 구축하고, 공공서비스의 확대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위원으로는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남기철 교수, 노숙인자활시설 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원장, 노숙인일시보호시설 디딤센터 김진미 원장이 함께하고 있다. 노숙인 복지 관련 경력은 각 23년여, 합하면 70년을 넘어선다. 그 지식과 경험은 그들과 나누는 대담에도 녹아 있어 노숙위기청년의 현안과 주거복지의 방향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있다.
청년이 머무는 공간의 현주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년 노숙인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영향에도 청년 노숙인의 수치는 요지부동이다. 청년들이 노숙에 봉착하는 이유도 다양해졌다. 수년 전만 해도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 노숙위기청년 중에는 자립준비청년과 가정밖청소년은 물론 보통의 청년들도 상당수다. 그들이 노력하지 않은 탓이 아니다. 남기철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주거의 안정성을 찾아가던 방식이 세상이 변화하고, 세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통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물가도 상승하고 집값도 폭등했다. 이는 청년층의 주거 위기가 자립 과정 중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적시의 지원을 통해 주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현행 청년 대상 주거복지는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주거 지원 정책은 대다수 국가처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직접 거주지를 지원하는 방식, 둘째는 주거급여를 통해 거주지의 월세를 지원하는 방식, 셋째는 특정 대상에게 정신적, 육체적 돌봄 서비스를 비롯한 주거 관련 프로그램을 통합 지원하는 방식인데요. 공공임대주택은 우리나라 가구 수를 기준으로 약 9%, 즉 2,100만여 가구 중 170~180만 호 정도로 늘어났고요. 주거급여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과 주거급여는 제도적으로 상당히 경직되어 있어 청년층을 포함해 당장 주거를 염려하는 분들이 이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남기철 교수)
“아울러 공공의 주거복지사업 중에는 전세임대, 매입임대, 영구임대 등 주거취약계층 대상 주택지원제도도 실행되고 있는데요. 대상자에게 도움과 보탬이 되고 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해요. 또한 이 제도는 주 대상층으로 노숙위기청년이 고려되지 않았는데요. 지금 노숙위기청년은 어떠한 주거복지 관련 법이나 조례에도 지원 대상군으로 편입되지 않고 있어요. 이 대목은 노숙위기청년을 위한 주택지원제도가 열악하다는 현실을 얘기하고 있죠.” (김진미 원장)
“저는 청년주택에 대해 짚어보고 싶은데요. 청년주택은 환영할 만한 제도지만, 전반적으로 공급량이 제한적이고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보증금과 임대료가 적지 않아요. 그래서 어렵게 선정되더라도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요. 물론 경제력과 노동력이 뒷받침되는 청년이면 대기 기간 동안 요구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겠죠. 그러나 하루하루 생계가 급급한 청년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아요.” (서정화 원장)
전문위원들의 지적처럼 청년 대상 임대주택의 공급량 증대가 요구되고 있다. 동시에 칸막이 같은 입주 자격과 조건 역시 완화돼야 한다. 그 관점에서 서정화 원장은 노숙위기청년 대상 무보증금 월세 제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노숙위기청년에게 공공 정책과 서비스는 현실성이 반영되지 않은 절차와 요건으로 경직되어 있는 상황이다. 제도의 문턱을 낮추는 다각적 변화와 실효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숙위기청년의 양대 과제는 주거의 안정성과 지속성인데요. 아직 안정적 주거 진입을 위한 주택 공급이나 주거비 지원이 충분치가 않고요. 지속적 주거 유지를 위한 공공서비스는 더욱 취약한 실정이에요. 일반적으로 한 청년이 독립하고, 가정을 구성하고, 집을 장만하기까지 가족과 사회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잖아요. 그 지원이 없는 청년에게는 정부나 사회에서 보완적인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죠.” (김진미 원장)
“그리고 노숙위기청년 중에는 가정밖청소년이 방치된 경우도 많아요. 보통은 청소년이 가출하면 찾아서 원가정이나 보호시설로 인도하곤 해요. 하지만 원가정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보호시설의 공동생활이나 공공서비스는 청소년들의 특성이 전제되지 않아 적응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다시 거리로 나오는 수순이죠. 그 측면에서 영국에서 최초로 시행된 포이어(Foyer) 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포이어 모델은 16세~25세 사이 노숙위기청년 및 가정밖청소년에게 보호시설이 아닌 방식으로 양질의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요. 심리상담과 직업교육을 비롯한 통합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면서 그들이 자립생활을 영위하고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예요. 우리나라 역시 보호시설에 치중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을 기획한 후 통합적인 공공서비스를 시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서정화 원장)
“포이어 모델도 그렇듯 청년 노숙인 문제를 다양하게 경험한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주거복지와 더불어 직업훈련, 사회관계, 금융교육 관련 공공서비스를 결합해서 지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공공서비스를 시행하는 데다 상대적으로 청년층 복지에는 관심이 적은 편입니다. 따라서 청년층 복지에 대한 역량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청년층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요. 이 시도는 노숙인 관련 시설에 집중시키기보다는 지역사회에서 폭넓게 제공하는 편이 효과적일 듯합니다.” (남기철 교수)
청년의 집과 울타리를 그린 조감도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대상 주거 지원 정책과 서비스는 제한성과 경직성 때문에 노숙위기청년에게는 유명무실하다. 그 괴리를 메우고자 전문위원들은 <노숙위기청년 주거복지사업>에서 실효적인 주거 서비스 모델을 확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우선은 ‘Housing First’, 주거 우선 접근 모델을 중심으로 보증금과 월세, 주거 환경 조성비, 의료지원‧심리상담‧직업교육‧커뮤니티활동 등 맞춤형 통합 지원을 하며, 청년층을 위한 주거 안전망의 초석을 다지는 중이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지원 대상자는 10인으로 소수지만, 그런 만큼 전문위원들은 그들을 선정할 때 심사위원으로서 각고의 정성을 기울였다.
“공인노무사에 도전하던 청년도 생각나네요. 이 청년은 고시원에 거주 중이었는데요. 내년에 시험을 치르기까지 월세 걱정 없이 공부만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어요. 사실 이 사업의 주목적은 노숙위기청년의 안전한 주거 환경 지원이고, 이후에 적절한 직업 관련 지원을 연계하는데요. 일단 시험에 합격하면 주거 환경의 긍정적 변화가 뒤따르는 만큼 탄력적으로 이 청년의 꿈부터 지원하자고 논의했어요.” (서정화 원장)
“저는 한 청년을 추천한 사회복지사의 메시지가 특별히 기억에 남더라고요. ‘이 청년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3개월 동안 계획한 일을 실행하는 쾌거를 이뤘다’며, 그래서 ‘주거 지원을 통해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고, 한 걸음 올라설 수 있는 지원이 현시점에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였어요. 너무 공감됐어요. 이 사업은 작은 변화를 지지하고, 거기서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도록 응원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잖아요.” (김진미 원장)
노숙위기청년들의 사정은 예상보다 훨씬 다양했다. 그래서 심사 기준 내 유연성을 최대로 적용하며 지원 대상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모두 지원할 수는 없었다. 안타까운 심정 속에 전문위원들은 이 사업의 지원 규모와 체계가 확장되길 희망했다. 그 관점에서 전문위원들은 이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한 실무 기관과의 협업 방향을 주요하게 제시했다. 키워드는 ‘청년 네트워크의 강화’와 ‘현장 침투력 제고’다. 그러자면 청년층과 전국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기관, 그리고 청년층의 상황과 문제에 해박한 단체와의 연계는 필수다.
“이 사업은 사각지대에 놓인 주거 위기 청년들이 대상이다 보니 일선 현장의 역량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특히 ‘청년 생태계 및 과제에 대한 민감성’과 ‘지역사회 내 주거 자원 연계성’ 관련 역량이 반드시 요구되는데요. ‘청년’과 ‘주거’는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보니 양면을 조화롭게 실현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는 양면을 입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간다면 좋겠습니다.” (남기철 교수)
지금도 무수한 노숙위기청년이 주거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위원들은 그 사실에 통감하며 사회적 의무와 책임으로 이 사업에 집중하는 중이다. 대담 속 분석과 제안에도 나타났듯이 그들은 이 사업을 통해 청년층의 사회적 지원 기반을 확립시키고, 자립 지원 모델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청년층을 향한 격려와 지지 또한 스며 있다. 아무리 세상이 변화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전문위원들은 진심 어린 메시지가 청년들의 마음에 닿아 청춘의 희망으로 움트길 소망했다.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예요’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청년들의 주거 위기는 그들의 사회 부적응 때문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뒷받침하지 못한 주거복지가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도 지원금을 받는다고 위축될 이유가 없어요, 그저 보편화된 주거복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동등한 파트너로서 함께한다고 여겨주시길 바랍니다.” (남기철 교수)
“누구나 그렇듯 살아가다 보면 느닷없이 위기가 닥치곤 해요. 하지만 그 위기를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이 사업에 함께하는 청년들도 인생의 위기가 찾아왔을 수 있어요. 당연히 사회적인 나눔으로 지지받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당당하게 가슴 펴고 위기에서 벗어나길 희망합니다.” (서정화 원장)
“주거의 위기는 존재의 근간이 흔들리는 사건이죠. 오늘 밤, 잠들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얼마나 힘겨울까요. 그 위기 속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몸부림을 저희가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유관 지원 확대와 인식 변화 위해 노력하며 응원하고 있어요. 그 사실을 잊지 말고 힘내 주세요.” (김진미 원장)
글: 노현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