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 모두를 위한 변화 – 2023 공익단체 디지털전환 성과공유회
공익적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의 디지털 전환과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2023 공익단체 IT인프라 지원사업’. 아름다운재단과 비영리IT지원센터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된 이번 사업에는 지역현안, 사회·환경·인권 문제에 대응하며 활동하는 소규모 18개 비영리단체가 참가해 디지털 기술 발전의 시대에 공익활동의 기반을 튼튼히 다졌습니다. 디지털 전환에 도전한 이번 사업의 참여단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의미 있는 변화를 나누는 ‘2023 공익단체 디지털 전환 사례공유회’에 다녀왔습니다.
쾌적한 디지털 업무 환경으로 한층 더 체계적인 디지털 전환
‘디지털 전환, 모두를 위한 변화: 우리의 변화를 만나는 연결의 날’. 이번 지원사업의 결과공유회가 종로에 있는 공익경영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서른 명 남짓한 활동가들이 이번 지원사업의 진행 경과를 발표하는 4개 단체 활동가들의 경험담을 차례로 경청합니다. 후끈후끈 열기가 뜨겁습니다.
지원사업 대상 가운데 10개 단체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전환을 목표로, 8개 단체는 미디어 콘텐츠 생산 자립을 목표로 하여 IT 기기, 온라인 협업 도구부터 교육, 전문가의 자문까지 디지털 전환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필요한 지원을 두루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참여단체에서는 디지털 전환의 기초부터 다지기 시작하여 최적화된 업무 환경을 이끌어 내고 각 단체의 주된 활동에 맞춰 한층 더 체계적이며 근본적인 디지털 전환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디지털 전환의 장점을 알리고 있습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의 유동현 활동가가 ‘IT,제가 먼저 잘 해봤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맨 처음 발표에 나섰습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지역의 25개 시민단체를 회원단체로 두고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의정·행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협의체입니다.
“지원사업을 신청할 때에 세 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어요. 저희 단체는 창립 25주년이 됐는데 그간의 자료를 클라우드에 저장하여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파악하고, 종이 없는 회의 등으로 사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며, 나아가 저희 협의회의 회원단체를 비롯해 지역 시민사회에 널리 디지털 전환의 장점을 알리는 것입니다. 목표대로 잘 실행하고 보니 지역의 시민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앞으로도 디지털 전환을 알려서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동시대의 다양한 사회 이슈를 놓고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는 협의체의 특성상 운영회의가 잦은데, 이번 지원사업에서는 회의자료를 인쇄하지 않는 ‘종이 없는 회의’를 실천했습니다. 업무PC에 설치하여 동기화를 마친 구글드라이브에 회의자료를 만들어두고 회의 때 빔프로젝터로 띄웁니다. 종이를 아껴 환경을 지키고 활동가의 프린트·복사업무도 경감될 뿐만 아니라, 회의 시 제안·결정사항을 온라인 업무 협업 툴로 곧바로 반영하여 더욱 신속히 이슈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성명서, 보도자료도 협업 툴에 올려서 회원단체가 언제든 접근하여 논의하기 쉽습니다. 또 그간 노트북이 없었는데 이번에 노트북을 마련하여 상근활동가가 외부활동 시 업무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요즘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이번 사업으로 지원받은 북스캐너, 교육 때 알게 된 메모앱(구글킵)으로 2000년대부터 쌓여온 단체의 자료를 수집·보존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아카이빙으로 현재의 활동을 축적된 단체 활동 데이터와 유기적으로 연계합니다.
디지털 전환으로 단체의 주요 활동을 일원화
두 번째로 사례발표에 나선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의 임아현 사무국장은 ‘IT, 별로예요…내 마음의 별로…’라는 제목으로 낯선 디지털 전환에 과감히 나서며 생긴 변화와 희망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은 대구에서 청년층을 조합원으로 하여 무담보와 자율이자로 소액대출 금융협동사업을 펼치는 청년연대단체입니다. 이번 지원사업에서 온라인 협업 툴을 이용해 업무에서 원활한 의사소통 환경을 조성하고, 믹스온(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구독형 홈페이지)으로 창의적인 단체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단체의 주 활동인 대안금융과 관련된 업무를 일원화했습니다. 청년 공동의 자원으로 금융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더 조직적이며 분석적인 활동 기틀을 닦았습니다.
“저희 디딤에서는 활동상 출자금, 운영비, 회원관리, 소액대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구글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회계관리를 일원화했고, 멘토링을 통해 로직(회계논리) 구조를 차근차근 하나하나 뜯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좀 막연히 ‘단체의 업무 환경이 좋아졌으면’ 싶었는데, IT 지식과 기술을 익히다 보니 이제 할 수 있겠다고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전문가가 가르쳐 준 사이트도구의 여러 기능은 지금까지 다 사용해보지는 못해 과제로 남아 있지만, 앞으로 꾸준히 잘 써보겠습니다. 저희 단체에서 필수적인 개인정보 보안강화 측면도 더욱 신경 쓰려 합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공익단체 IT인프라 지원사업’에서는 IT 기기 지원에 더해, 비영리 활동에서 사회적 가치의 확산을 깊게 이해하는 IT 전문가의 조언과 단체별 맞춤형 교육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단체가 매일매일 하는 일상적 활동 속에서 디지털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여 단체의 주 활동과 연결할 수 있게끔 돕고,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공공의 가치를 촉진했습니다.
소중한 변화들 덕분에 널리, 멀리 나아갑니다
이번 지원사업에서는 해외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활발히 활동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끄는 단체가 있습니다. 성평등 정치의 실현을 위한 연구·활동 단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입니다. 황연주 사무국장은 IT인프라 기반 구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성단체들과 온라인 협업 툴(구글워크스페이스)을 이용하여 함께 일한 든든한 국제적 파트너십까지 디지털 전환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발표 제목 ‘IT, 널리 그리고 멀리 나아가는 힘’ 그대로 도약을 이뤄낸 전환의 경험이 멋집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변화들이 있었어요. 저희는 정말 기초부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업무를 위한 소통으로 사용하던 메신저(텔레그램) 대신 온라인 협업 툴을 도입했습니다. 메신저로는 수많은 문서 파일과 이미지, 메시지가 오고 가서 중요도나 토픽에 따른 분류를 할 수 없거니와 어디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재차 확인해야 했거든요. 이제는 사안별로 온라인 협업 툴에 폴더를 나눠 정리하고 파일을 공유하는데, 현안에 대한 의견서나 성명서에 단체 연명을 하거나, 단체간 연대 활동을 할 때에 편리하게 사용합니다. 활동 일정도 구글캘린더로 공유가 잘 되고 잔디(온라인 협업 툴)와 연동돼서 편합니다. 이렇게 하여 저희 단체에 워라밸이 생겼습니다.”
미지의 세계 디지털 전환, 다 함께 탐구해요
네 번째로 사례 발표를 한 이는 평화통일·국제구호 단체 사단법인 하나누리 전이슬 간사입니다. 이번 사업에서 하나누리는 영상 제작에 필요한 특수장비, 소프트웨어(편집프로그램)를 지원받아 콘텐츠 제작 역량을 총체적으로 향상했습니다. 요새 하나누리에서는 단체의 활동의제인 평화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 확장에 힘쓰기 위해 평화를 주제로 쇼츠 영상,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독창적이고 기발한 내용으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우리 삶 가까이에서 평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가치와 의미, 중요성을 설득합니다.
“이번 지원사업으로 활동에 꼭 필요한 장비를 지원받고 실시간 영상 중계 프로그램(OBS Studio)도 쓰게 되니 무척 설레었습니다. 그런데 IT 기기나 편집 프로그램을 쓰려면 공부할 게 많고 관련 활동에 시간과 품이 제법 듭니다. 이번에 전문가들이 세심히 알려주셔서 잘 배우긴 했지만, 더욱 유용하게 IT를 활용하려면 단체 구성원 모두가 미지의 세계인 디지털 전환을 탐구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단체 사무처장님도 유튜브로 공부하면서 DJI 카메라(동영상 촬영 카메라) 사용법을 배웠거든요. 아직은 모두가 다 잘 알지 못하는 디지털 전환에 따르는 고충을 서로 나누고 헤아려주면서 미리 충분한 업무 시간을 확보해두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함께하니까!
어느덧 마지막 Q&A 시간. 하나누리와 마찬가지로 미디어 콘텐츠 제작 부문에서 지원을 받은 도시농업 단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환경단체 지구닦는사람들 와이퍼스에서도 지원받은 드론이나 카메라를 사용하며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느낀 보람과 어려움을 짧게 나눴습니다. 또 디지털 전환 관련 단체 실무를 이끄는 활동가들이 비슷하게 겪고 있는 힘든 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습니다.
강인하고 활기 넘치는 활동가들은 서로 건넨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바탕으로 단체 안팎에서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에 대한 공통의 인식 토대를 마련하여 지속가능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2023 공익단체 디지털 전환 사례공유회’ 사회를 맡은 비영리IT지원센터 이혜복 매니저는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들이 공익단체 IT인프라 지원사업이 가능하도록 재원을 제공하여 시민 스스로 디지털 전환 공익단체 선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의의가 크다”며 기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공익단체. 이를 든든히 지지하는 시민들. 모두가 함께하니까 모두를 위한 변화를 틀림없이 앞당길 수 있겠지요! 이상 ‘2023 공익단체 디지털 전환 사례공유회’ 현장이었습니다.
가장 답답한 거 딱 하나만 먼저 해결해 보세요~ 비영리단체의 디지털 전환, 어렵지 않습니다.사례공유회가 열리기 전 실시된 특강 교육에서 각 공익단체의 SEO(검색엔진최적화)를 강조한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지원팀장. 이번 사업의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평가지표를 개발한 전문가 박정웅 팀장은 비영리단체에서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과 비전을 찬찬히 짚어봅니다. “비영리 활동이란 세상에서 외면당하는 문제를 찾아내어 변화시키고 해결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 뜻깊고 정말 필요한 일이지요. 조직 내 더욱 원활하고 평등한 의사소통을 위해 소모적인 업무 환경을 디지털 전환으로 개선해나간다면, 귀중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가 시간과 자원을 아껴 비영리조직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직면할 때 우리 사회의 성숙한 시각과 대처를 더더욱 이끌어 내겠지요. 모두를 위한 변화를 목표로 디지털 전환의 선례가 쌓이다 보면 머지않아 한국의 비영리 영역에서 디지털 생태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에 관심 있는 비영리단체에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박정웅 팀장은 꿀팁 한 가지를 알려줍니다. ”평소 활동하실 때에 가장 답답한 거, 실무자 입장이라면 단체 대표님이 제일 답답해하는 거(웃음) 딱 하나만 먼저 해결해 보세요! 클라우드 기반 협업 툴 도입, 단체 홈페이지 도메인 주소가 포함된 메일계정 사용(팀즈나 구글워크스페이스 이용), 온라인 캘린더 일정공유 등 뭐든 하나만 시도해 보세요. 그럼 다음부터는 예상보다 훨씬 쉽게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
글: 조성미
사진: 조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