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을 통해 다른몸들은 질병권 보장을 위한 ‘질병서사포럼’과 ‘돌봄운동을 위한 국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질병서사포럼은 신청자가 조기 마감되었고, 돌봄운동을 위한 국제 강연도 현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다른몸들의 활동 후기를 1,2부 나눠서 전해드립니다. |
Ⅰ.질병서사포럼
다른몸들에서는 빈곤한 질병세계 언어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저항의 도구로서 질병서사에 주목했습니다. 질병 극복이 아닌, 질병을 둘러싼 차별, 배제, 혐오의 구조를 드러내거나 아픈 몸과 함께 산다는 의미를 묻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다른몸들은 질병서사 서클 질병과 함께 춤을 동료들과 2년동안 함께 쓴 질병서사를 페미니스트저널 일다와 비마이너에 <질병과 함께 춤을>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하고, 동명의 책으로 출간 했습니다. 그리고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시민들을 언론으로 통해 공개 모집해서 시민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제작해서 백상문화예술대상 연극 부분 후보에 오르고 레드어워드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시민 배우들의 질병서사를 「아픈 몸 무대에 서다」(2022,오월의 봄)라는 책으로 출간 했습니다. 또한편 코로나19 초기 정부는 기저질환자가 아니면 안전하다고 발표하면서, 정작 기저질환자의 삶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현실에 저희는 분노했습니다. 이에 다른몸들에서는 <코로나 19를 건너는 아픈 몸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시민 공모전을 열고, 선정작을 한겨레 21에 <코로나19와 아픈몸>이라는 형태로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몸들에서는 마침내, 2023년 한국 최초로 <질병서사포럼: 저항으로서의 질병서사, 세상을 바꾸는 질병서사>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질병서사 포럼은 최근 몇 년 사이 질병 극복 수기를 넘어서는 다양한 질병서사가 등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주목과 사회적 해석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편 그동안 다른몸들에서 치열하게 진행해온 질병서사 운동을 돌아 보며, 한국 사회 현재 질병서사 상황을 검토해보자는 취지도 있었습니다.
질병서사 포럼은 재난, 혐오, 불평등이 일상인 사회의 개인들은 아플 수 밖에 없고, 질병을 중요한 이슈로 삼아야 하고 삼을 수 밖는 현실 이라는 점에 주목했던 만큼, 아픈 몸들의 질병서사가 품은 엄청난 저항과 변화의 가능성과 의미를 탐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는 “자신의 아픈 몸을 설명할 질병세계 언어가 중요하다”라는 말로 지난 8월 25일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질병서사 포럼 ‘저항으로서의 질병서사, 세상을 바꾸는 질병서사’에서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다른몸들 주최로 7인의 작가가 패널로 참여해 열렸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해서 총 150여명이 시민들이 참여해 열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번 포럼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아픈 몸 당사자들이 쓴 질병서사가 출판계에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며 기획됐습니다. 기존 질병서사가 질병의 극복을 강조했지만, 최근 3-4년 사이 쏟아지는 질병서사는 아픈 몸을 둘러싼 차별과 배제의 구조를 다루거나 질병과 동거하는 삶에 대해 다루는 경향이 늘었습니다. 이에 저항적 질병서사를 하나의 사회 운동방법론으로 채택하며, 질병권(잘아플권리) 운동을 해온 ‘다른몸들’에서는 자신의 질병서사를 출간한 7인의 작가과 함께하는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기획과 진행을 맡은 조한진희(『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저자, 다른몸들 대표) 작가는 질병서사포럼 개최의 의미를 “소수자들은 자기 언어가 없고 자기 언어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소수자가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소수자에게는 자긍심이 회복되어야 변화를 요구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강할수록 당사자의 자기 낙인도 강해진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이지만 장애인을 혐오하는 시선을 내면화하거나, 여성이지만 여성 혐오적 시선을 내면화하듯 아픈 몸들도 그렇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사회는 자기 관리와 통치성을 강조하면서 질병을 개인화한다. 그래서 자기 관리 실패로 질병을 인식하고, 아픈 몸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늘 미안해한다. 이 모든 것을 벗어나는데 있어서, 아픈 몸들이 자신의 질병 경험과 의미를 재해석하는 질병서사는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질병의 전문가
베스트셀러 작가자 정신병과 함께 살고 있는 리단 작가(『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저자)는 “앞으로의 사회에서 정신 질환은 더욱더 광범위하고 그리고 계속 모습을 달리하여 존재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고 병이 있는 우리는 단지 질병 당사자가 아니라 우리의 질병을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한 선행 연구자라고 생각한”라고 설명했습니다.
건강한 몸만 강조하는 건강 중심 사회
24년차 조현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박목우(『아픈 몸 무대에서다』, 『질병과 함께 춤을』 공저자) 작가는 다른몸들의 질병서클 ‘질병과 함께 춤을’에서 함께 삶을 나누고 질병서사를 썼던 경험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통증과 불면, 두려움과 환청,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 뭉치는 근육, 굳어가는 몸 등 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누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그 어둠을 바라봄으로써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 중심 사회인지가 드러났다”라며 “건강 중심 사회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생산성을 위해서 다시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만성적인 질병을 겪고 있는 아픈 몸들이 다시 행복하게 돌아가야 할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답답함 때문에 쓰기 시작한 질병 서사
코론병 진단 11년차인 안희제(『난치의 상상력』 저자) 작가는 자신이 질병서사를 쓴 계기에 대해 “아픈 사람은 병원에만 있거나 아니면 병원 밖에서 아픔을 보이지 않도록 감추고 있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런데 저는 병원보다 병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 당연히 갑자기 변한 일상에 속이 답답한데 말을 할 곳이 없다는 것도 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답답함, 저에게는 이 단어가 질병 서사를 처음 쓰게 된 계기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정체성 사이의 줄타기
우울증 경험을 책으로 펴낸 이하늬(『나의 F코드 이야기』 저자) 작가는 “제가 다양한 모습의 우울증 당사자를 인터뷰했고 책에도 스테레오 타입의 우울증 환자는 없다고 쓰면서도 책이 나왔을 때 사람들한테 내가 가짜 우울증으로 보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을 했었고 정말 우울하면 책을 쓸 의욕 같은 건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북토크에서 어떤 독자분이 저한테 ‘그러면 자살 시도한 적 있냐’ 물어보셨는데 그 질문이 어떻게 들렸냐면 너는 우울증 책을 쓸 만큼 우울하지 않아 이렇게 들려서 스스로를 계속 이런 책을 써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했다고 들려주었다.
개인적인 경험은 절대적 정보 아냐
2019년에 유방암을 진단 받은 한겨레 신문 양선아 기자는 자신이 질병서사를 쓰게 된 계기를 “제가 쓴 글들이 전부가 아닌데 객관적인, 유방암 환자가 굉장히 많은데 제가 쓴 글들을 뭔가 완전히 절대화 할까 봐 그런 걱정들을 했었는데 그래서 이게 나의 어떤 개인적인 경험이고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최대한 이야기하려고 노력을 했었다”라며 “혹시라도 환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너무 절대적인 정보로 여겨질까 봐 걱정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질병권 운동 통한 미래 그리기
류마티즘관절염과 합병증을 겪고 있는 아픈몸이자 운동사회성폭력 생존자인 이혜정(『질병과 함께 춤을』 공저자) 작가는 “꾀병이라고 의심하거나 통증 호소를 듣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며 관계에서 마음의 문을 닫는 경험을 반복하게 됐다”라며 “마치 성폭력 피해 경험 이후에 내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 애썼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제가 아프다는 이야기도 점차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를 포기하게 된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 작가는 ‘질병과 함께 춤을’ 모임을 회상했다. 그녀는 “질병으로 인해 미래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질병에 숨어 있는 여러 사회 구조적 문제들을 동료들과 공부하면서 질병권 운동을 하다보니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마무리로 조한진희 대표는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언어가 없을 때 인간은 스스로의 경험에서도 소외된다는 것” 그리고 아픈 몸 정체성과 관련한 청중의 질문에 대해 “아픈 몸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수용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왜 아픈 몸을 가지고 정체성으로 확립하고 싶어 하는가 이 질문을 해보는 게 필요할 것 이며, 앞으로 이 자리를 계기로 새로운 질병서사 흐름이 생기길 바란다”며 포럼을 마무리 했습니다.
글 | 다른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