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을 통해 제주자연의벗은 제주지역의 해양 생태 환경 도서를 제작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그곳에 살고 있는 붉은 바다 거북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제주바다는 바다거북의 서식지
2023년 2월이었다. 80세가 넘은 해녀 손안자씨는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바닷가에서 성게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바다거북이 눈앞에 나타났다. 게다가 옆에는 남방큰돌고래 몇 마리도 같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손안자 해녀가 본 바다거북은 푸른바다거북으로 짐작된다. 어릴 때는 잡식을 하지만 어른이 되면 해조류와 해초를 먹는 채식동물로 변하는 것이 푸른바다거북이다.
실제로 손안자 해녀가 일을 하는 하도리 바닷가에는 ‘잘피’라는 바다의 풀과 함께 미역 같은 해조류가 많이 자란다. 아마 푸른바다거북이 이것을 먹으러 온 것이다. 실제로 푸른바다거북은 제주 해안에서 해녀나 스쿠버의 눈에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손안자 해녀는 어릴 적에 하도리 바닷가에 있는 토끼 섬에 바다거북이 알을 낳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발견되고 있지 않다. 공식적으로는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수욕장에 붉은바다거북이 4차례 알을 낳았다는 것이 기록되었다.
왜 붉은바다거북은 다시 제주바다에 알을 낳으러 오지 않고 있을까?
하지만 2007년을 마지막으로 중문해수욕장에 붉은바다거북은 알을 낳지 않고 있다. 왜 붉은바다거북은 제주 바다에 다시 돌아오고 있지 않을까? 이미 중문색달해수욕장이 붉은바다거북이 알을 낳을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고, 바다거북 산란지로서의 조건을 너무나 많이 상실했기 때문이다. 해수욕장의 야간 조명과 사시사철, 밤낮 가릴 것 없이 관광객들이 출입 하는 것도 큰 원인이다. 바다거북은 인공조명에 매우 민감하여 빛이나 사람의 기척을 느끼면 뭍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의 한 바다거북 산란지에서는 인공조명을 막기 위해 해안에 커튼을 치기도 한다.
바다거북은 보통 6월~8월에 알을 낳는데 예전보다 제주도내 해수욕장 개장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지면서 산란 시기와 겹치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바다거북이 알을 낳을 때가 되면 그에 맞춰 중문 해안사구에는 서핑대회가 열리면서 천막 등 해양레저 시설로 점령되다시피 한다. 이 때문에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러 올라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는 것이다.
중문해수욕장만이 문제가 아니다. 제주 해안이 아파하고 있다.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곳인 제주의 해안사구는 무려 82.4%가 훼손되어 전국에서 가장 훼손률이 높다. (2017, 국립생태원) 해양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등 매해 평균 30마리 이상의 바다거북이 제주 해안에서 죽거나 다쳐서 발견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해양쓰레기였다. 해양쓰레기를 먹이로 알고 먹었다가 죽는 경우와 폐그물에 걸려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제주바다는 바다거북에게 위험한 바다인 것이다.
공존을 위한 시작
그런데 바다거북의 대규모 산란지인 일본과 미국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붉은바다거북의 정기적 산란지인 일본의 오하마해안은 산란 시기에는 해수욕장을 폐쇄한다. 대신에 바다거북 생태관광을 진행하고 있다. 야쿠시마 해안은 산란 기간에는 밤중에 출입을 통제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바다거북 새끼들이 부화해서 도로의 인공조명을 보고 도로로 오다가 차에 깔려 죽는 일이 다수 발생했다. 그러자 플로리다 주민들은 바다거북 산란 시기에는 가로등을 끄는 운동을 시작했다. 공존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제주자연의벗은 2022년부터 바다거북과 서식지 보전 운동을 시작했다. 바다거북 한-중-일 국제포럼, 바다거북 모니터링,제주 바다거북 학교, 보전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바다거북과 제주의 바다를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바다거북의 존재에 대해 알리는 것부터 필요했다. 첫 번째 단추로 미래세대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바다거북을 중심으로 한 해양 생태교육 도서를 중심으로 만들었다. 어린이를 통해서 학부모들에게도 관심을 확산시킬 수 있으며 바다거북을 매개로 한 해양 환경문제를 다룸으로써 환경문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 바다를 사랑하고 제주를 찾는 어른들을 위해서도 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붉은바다거북이 추천하는 제주 해안 10선‘을 넣었다.
이번 콘텐츠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되, 도서 발간은 시민들의 후원을 받기로 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펀딩을 시작한 것이다. 대중들의 반응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바다거북 생태 도서 시리즈를 내놓으려고 한다. 이 책이 바다거북과의 공존을 시작하게 하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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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제주자연의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