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3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
빅테크의 폭주를 멈춰라
지난 2023년 12월, 유튜브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14,900원으로 무려 43% 인상했습니다. 유튜브는 “서비스와 고객 지원을 더욱 개선하고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하지만, 현재 유튜브의 경제 사정이 어렵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놓고 폭리를 취하겠다는 대담한 결정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튜브가 독점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이용자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죠. 이러한 빅테크의 횡포를 저지해보고자 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넷)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빅테크의 폭주를 멈춰라>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빅테크 시민사회포럼 개최
우선 시민사회 내에서 빅테크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모으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지금까지 시민사회 내에 빅테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맥락에서 제기되어 왔거든요. 예를 들어, 진보넷을 비롯한 정보인권단체들은 방대한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 대응해왔습니다. 메타와 구글이 표적 광고를 명분으로 우리의 인터넷 사용 기록을 동의없이 수집하고 있는 것을 비판해왔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이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참여연대와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거대 플랫폼이 지배적인 지위를 악용하여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상공인을 착취하는 행위를 비판해 왔습니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플랫폼의 상술(이를 다크패턴이라고 부릅니다)을 비판했고, 언론단체들은 포털을 통해 뉴스가 유통되면서 미디어 다양성이 훼손되는 경향을 우려해 왔습니다.
2023년 6월 23일 개최된 시민사회포럼 <빅테크 : 인권과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거인들>은 다양한 시민사회 주체들이 빅테크를 둘러싼 의제들을 공유하고, 빅테크가 현대 정보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적인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였습니다. 현장에는 3-40명이 참석한 크지 않은 행사였지만, 이 행사에 관심있는 분들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빅테크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주체의 열람권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는 방대한 이용자 기반에 의존합니다. 지난 2022년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불통 사태가 발생하자 많은 이용자들이 이탈했지만, 결국 며칠 후에 카카오톡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빅테크는 방대하고 세밀한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하는데, 독점력이 커질수록 개인정보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2년 메타는 개인정보 처리방침 등 약관을 업데이트하면서 이용자의 동의를 사실상 강제해서 논란이 되었죠. 특히 빅테크 플랫폼에서는 이용자의 이용행태(방문내역, 시청내역, 구매기록 등) 자체가 개인정보가 되고 분석되어 표적광고에 사용됩니다. 라이더와 같이 플랫폼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위치나 활동 내역이 모두 기록이 되고 자신에 대한 평가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모든 개인정보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집되고, 분석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빅테크의 개인정보 남용에 어떻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요? 우선 감독기구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야하겠죠. 그 전에 우리는 정보주체의 열람권을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빅테크에 정보주체가 감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자기 권리에 대한 정보주체의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요. 국내외 주요 빅테크(구글, 메타, 네이버, 카카오)에는 표적 광고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내 개인정보가 무엇인지 열람을 청구했습니다. 주요 배달앱(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에는 라이더유니온과 함께 플랫폼이 보유하고 있는 라이더의 개인정보(위치정보, 업무기록, 평가기록 등)에 대한 열람을 청구했습니다. 기업들은 처음에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열람권은 법에 근거가 있는 권리인데, 기업들이 이에 대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다시 한번 확인한 문제입니다. 법에 따르면 사실상 10일 이내에 완료가 되었어야 하는데, 여러번 메일을 보내면서 실랑이하고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는 우여곡절을 거쳐서 결국 일정하게 답변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대응 시스템이 개선되는 또 다른 성과도 있었구요. 다른 분들이 또 열람청구를 할 때에는 보다 쉽게 자기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빅테크 규제법안 발의
결국 빅테크의 독점력 남용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물론 공정거래법이 있고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에 근거하여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의 독점력 남용 행위를 규제해왔습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사후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몇 년의 조사와 또 몇 년의 소송, 그 후에 독점력 남용이라는 결론이 난다한들, 이미 망가진 시장을 복원할 수는 없습니다. 빅테크의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미 유럽에서는 빅테크 규제를 위한 디지털시장법(DMA)이 통과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구글 등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 남용 문제와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알리는 일련의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시민사회단체 및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한국의 빅테크 규제 법안을 만들었고, 박주민 의원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습니다. 박주민 의원안 외에도 여러 규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도 2023년 12월 19일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빅테크 독점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상당히 널리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조만간 마무리될 21대 국회에서 빅테크 규제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22대 국회에 다시 발의하면 됩니다.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이슈와 맞물려 빅테크 이슈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하루빨리 빅테크의 고삐를 조이지 않으면, 인공지능 생태계 역시 빅테크가 주도하는 세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글, 사진 : 진보네트워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