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신선, 손자영 캠페이너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5월까지 6개월 간 펀딩부터 포장과 배송까지 살핌키트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살핌키트는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 거주하고 있는 68명의 보호아동에게 사춘기 시절 필요한 물품과 캠페이너의 살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한 키트입니다. 지난 6개월 간 살핌키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친구들에게 전해지기까지 크고 작은 어려움도 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캠페이너들이 몸소 느낀 배움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작은 살핌들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변화는 무엇이었을까요? 👉살핌키트 펀딩 자세히 보기 |
먼저, ‘살핌키트’를 왜 시작하게 되었나요?
신선 캠페이너: 어린시절 보육원에서 생활할 때 후원물품을 받은 경험이 많아요. 그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 나에게 더 필요한 것들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 제가 필요했던 것은 면도하는 법을 알려주는 작은 살핌이었어요. 면도기가 없어서 보육원 형의 일회용 면도기를 훔쳐서 300번 넘게 사용했어요. 많이 베이고 다쳤죠. 친구들은 아빠한테 배운다고 하던데 혹여 상처가 누군가에게 살핌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 전전긍긍했던 것 같아요.
자영 캠페이너: 저는 선 캠페이너의 이야기를 듣고 점점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의 유년기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죠. 속옷 이야기부터 첫 생리를 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까지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선 캠페이너가 ‘내가 이렇게까지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면서 ‘나 이거 진짜 필요했었는데…지금의 친구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죠. 그래서 보육원에서 자란 동생들이나 주변 친구들한테 그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엄청 물어봤어요. 나중에는 한 친구가 속옷 사업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웃음)
‘살핌키트’ 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어요?
자영 캠페이너: 여자 친구들에게는 속옷을, 남자친구들에게는 면도기를 보내주기로 결정을 하다보니 물품을 보내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곰곰히 생각해봤죠. ‘우리가 보내려고 하는게 물품 뿐일까?’ ‘우리가 물품을 통해서 진짜 보내고자 하는 것은 뭐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죠. 고민을 하면서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살펴주는 마음이 아닐까? 하고 다다랐죠. 그렇게 되자 ‘살핌키트’ 이름이 툭-하고 나오게 되었죠.
‘살핌키트’ 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어요?
신선 캠페이너: 어릴 때 단체로 오는 물품 중에 하나를 골라서 가져가는게 많았어요. 모두를 위해 준비된 비슷한 물품 중에서 하나를 골라가게 되다보니 나만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살핌키트를 기획할 때 친구들에게 ‘너만을 위한 거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그렇다 보니 개개인 별로 살핌키트를 구성하게 되었어요. 개별로 쓴 편지에도 친구가 신청할 때 썼었던 말들을 답장한다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내려갔죠. 결국, ‘너라는 존재가 너무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자영 캠페이너: 살핌키트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고민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야 우리가 진심으로 왜 하려고 하는지를 잃지 않게 되더라고요. 중요한 것은 진심과 진정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살핌의 메시지가 한 사람에게라도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한 사람에게 닿으면, 그 친구가 또 만날 사람이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나눌 때 당사자의 관점이 왜 중요할까요?
신선 캠페이너: 그 삶을 경험하지 않고서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캠페이너로서도 후배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하다는 의무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예전에 스타렉스에 보육원 이름이 랩핑되어있고, 후원물품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지역 신문사에 올라온 적이 있어요. 후원 물품 뒤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면 주는 사람들도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잘 전하고, 받는 사람도 그 마음을 잘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자영 캠페이너: 당사자의 관점은 결국 살아있는 이야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또한 다른 자립준비청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해요. 누군가 ‘너네 이거 필요하잖아’ 라기 보다는 우리가 우리 삶을 듣고 돌아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라고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우리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LG헬로비전 임직원분들과 살핌키트 포장 프로그램을 하고 난 뒤에 후기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 자립준비청년들을 잘 몰랐고, 실제로 인식이 안 좋았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서 이야기로 전하니까 다르게 들렸나봐요. 저는 그것도 당사자의 관점이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살핌키트’ 진행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영 캠페이너: 35명의 친구들에게 두번의 손편지를 썼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속옷 줄자를 보낼 때 간단한 쪽지로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살핌키트 안에 넣을 편지를 하나 하나 썼어요. 퇴근하고 난 후 저녁에 집에가서 편지를 썼는데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이 들었어요. “00님은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에요. 자신을 잘 살펴주세요.” 라는 말을 나에게 35번씩 해주는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해줬던 말이구나 생각해요. 아, 참고로 올해 저의 목표는 ‘저를 잘 살피자.’에요.
신선 캠페이너: 면도기 사용법 영상을 실제로 찍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나요. 아빠처럼 영상을 찍으면서 하나하나 알려주는 느낌이 좋았어요. 실제로 제가 평소에 하고 싶은 것이었죠. 보육원에 있는 친구들 뿐만 아니라 이혼 가정이나 저마다의 이유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같은 친구들이 많은 것이고, 다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자립준비청년을 넘어서요.
작은 살핌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했는데 우리에게 작은 살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선 캠페이너: 처음 자립을 했을 때 스스로에게 거하게 닭볶음탕을 해줬어요. 혼자 산다고 해서 대충 먹기 보다는 잘 차려 먹으면서 자립 생활을 희망차게 시작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요새도 집에서 자주 음식을 해먹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산책을 자주해요. 복잡할 때 혼자 가만히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지는데 걸으면서 바람도 쐬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를 살피고 있어요.
자영 캠페이너: 자립 후 살아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상황에도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버텨주느냐가 자립의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살펴주는 거지요. 아, 최근에 좋은 이불을 샀는데 그렇게라도 저를 아껴주고 싶었어요. 눈에 보이게 말이죠. 그런 작은 살핌을 삶에서 계속 가져가려고요. 결국, 인생은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68명에 친구들에게 ‘살핌키트’를 보내고 나서 펑펑 울었다는 소식이 있던데 진짜인가요?
자영 캠페이너: 진짜입니다. 정말 눈물이 펑펑 나던데요. 한 친구의 메시지였는데 ‘내가 소중한 사람인 것을 잊지 않겠다. 나도 멋진 선배가 되겠다.’ 라는 말이였어요. 감동이었고, 감사했죠. 친구들이 진짜 잘 살았으면 좋겠고 나도 잘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던 것 같아요. 친구의 메시지를 저장해두었어요. 힘들거나 기운 없을 때 보려고요.
신선 캠페이너: 저는 한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받았는데 그냥 귀여웠어요. (웃음) 자립선배가 알려줘서 더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도 받았는데 제가 작은 도움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앞으로도 친구들이 아주 작은 경험이지만, 스스로를 한번 더 돌아보고 살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을테지만, 작은 울림이라도 닿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살핌키트’가 친구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경험이 되기를 바라나요?
신선 캠페이너: 사춘기 시절에 저는 보육원에 살고 있고, 부모님이랑 살지 않는 것을 많이 숨기고 초라하다고 느꼈거든요. 살핌키트를 받은 친구들이 단 한번이라도 ‘나는 귀한 사람이구나’ ‘괜찮은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자립을 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살피고 있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살핌키트를 통해 스스로를 좀 더 따뜻하게 살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자영 캠페이너: 날 살펴줬던 사람이 있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도 과거에 잠깐이라도 받았던 살핌을 오래 기억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이번에 살핌키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만들어오면서 자립이라는 게 경제적 지원을 넘어 복합적이고 어려운 거고, 더 많이 고민해야한다는 것을 오히려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당사자의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고요. 그리고 지난 5-6개월 간 우리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살핌키트를 보낼 수 있도록 기부해주신 기부자님들과 함께 도와주신 매니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요.
살핌키트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여덟 어른들의 삶에 작은 살핌이 오래 남기를 바라겠습니다 🙂
글: 신선, 손자영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