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서울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놀이터>를 조성하며 장애/비장애 아동을 위한 실외놀이터 사업을 지원한 아름다운재단은 2022년부터는 매뉴얼 개발, 놀이키트 배포 등을 통해 무장애 실내놀이터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2024년에는 장애/비장애 아동의 놀이권 확보와 정서적 통합을 위한 무장애 실내놀이터 조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
당신의 기억 속에 놀이터는 어떤 놀이터인가요? 제 기억 속 놀이터는 아파트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노란 조합놀이대, 그 옆에 덩그러니 멈춰 있는 시소, 그리고 한 여름날 달궈진 모래 바닥위로 매달려 있는 그네가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입니다. 간혹 아이들이 오고가며 한 번씩 그네를 타고 가지만,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쉬는 장소이자, 한밤중에 아저씨들이 담배를 피우는 곳이지요. 함께 놀 친구가 없고, 시간이 없어서, 할 일이 많아서 아이들이 떠나버린 놀이터는 세월에 빛이 바래져 아파트에서 가장 생기 없는 곳이 되었어요.
요즘은 놀이터가 어떤 모습일까요? 주변의 놀이터에 가보 신 적이 있나요? 아마도 다양한 놀이터의 모습에 놀라실 수도 있어요. 다양한 형태의 놀이터에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개발되고 있고, 숲놀이터, 물놀이터 등 특정 콘셉트를 담은 놀이터도 있어요. 놀이터만 디자인하고 시공하는 전문가들이 아이들과 함께 만든 놀이터도 있을 만큼, 놀이 및 놀이터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였기 때문이죠.
오늘은 다양한 놀이터 중에서 장애 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놀이터’에 대해서 몇 가지 알아보려고 해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첫 번째, 명칭이 굳이 통합놀이터인가요?
단순하게는 말 그대로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을 ‘통합’하여 함께 이용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어요. 통합놀이터에서의 통합(Inclusion)은 장애와 비장애의 ‘사회적 통합’을 말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받고, 함께 살고, 함께 놀고, 함께 노동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은 장애인의 탈시설화 사회운동과 함께 하고 있어요. 통합놀이터 조성은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이 가능하도록 차별적인 사회 환경을 바꾸는 것입니다.
두 번째, 그럼 통합놀이터는 특별한 놀이터를 말하는 것일까요?
사실 통합놀이터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특별한 놀이기구가 설치된 놀이터는 아니에요. 여러분이 통합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탄다고 했을 때, 통합적인 디자인 요소가 무엇인지 쉽게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특별한 디자인이 담긴 놀이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예를 들면 통합 놀이터에는 두 명이 함께 탈 수 있도록 더 넓게 제작된 미끄럼틀이 있어요. 그래서 장애아동이 보호자와 함께 미끄럼틀을 탈 수 있습니다. 또한 바구니 형태나 안전벨트가 장착된 그네도 있어요. 그래서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영유아 어린이도 안전하게 그네를 탈 수 있지요. 그래도 놀이터라 함은 모름지기 모험과 재미가 함께 있어야 하지요. 안전하기만 한 놀이터는 재미가 없으니까요. 통합놀이터는 다양한 신체조건, 연령의 어린이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나 높이의 놀이기구를 설치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스스로 모험과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이제 통합놀이터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셨을 거예요.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아이들의 놀이에는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있는데 무엇일까요?
바로 놀이 공간, 놀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친구입니다. 즉, 놀이터는 놀이기구만 타는 곳은 아니에요. 놀이터에서는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함께 규칙을 만들고, 때론 협상하고, 때론 경쟁도 할 수 있는 놀이가 생성될 수 있어야 하지요. 그럼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세 번째, 통합놀이터는 인증제도가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합놀이터에 대한 인증제도는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아요. 놀이터가 만들어지는 어린이공원이나 근린공원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Barrier Free 인증)’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놀이터는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주출입구와 접근로 등 아주 기본적인 접근성만 확보 의무를 갖습니다. 물론 내부시설 및 놀이기구에 대해서 관련 부처의 안전 및 설치 검사, 어린이 활동 공간 검사 등 기본 필수 인증 검사는 받게 됩니다. 통합놀이터는 통합디자인, 모험과 재미, 안전이라는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도록 만든 놀이터예요. 저는 인증제도로 통합 놀이터를 제한한다면, 상상력이 제한되어 기발한 놀이시설이 개발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놀이시설 개발은 위험할 수 있지요. 아,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네 번째, 그럼 통합놀이터는 모든 장애 유형의 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나요?
놀이터라는 공간은 크기나 조건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든 장애 유형의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의 놀이를 전부 한 놀이터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워요. 장애 유형에 따라서 고려해야 하는 놀이기구의 편의성이나 흥미요소가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통합놀이터는 물리적인 접근성 확보를 위해 가능한 편의시설을 고려하는 한편, ‘함께 노는 것’에 초점을 두고 놀이터를 만들어요. 장애 유형에 따라 어떤 놀이기구는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놀이기구나 놀이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합니다. 따라서 통합놀이터는 통합의 철학을 가지고 설계, 설치, 운영하되, 최대한 다양한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놀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격려하는 놀이터인 것이지요.
다섯 번째, 우리 동네에도 통합놀이터가 있나요?
정부에서 밝힌 명확한 통합놀이터 지침은 없지만, 우리 동네에도 잘 살펴보면 통합관점의 놀이터를 찾아볼 수 있어요. 미끄럼틀이나 조합놀이대에 경사로가 설치되었거나, 앉아서 이동할 수 있도록 넓은 계단과 손잡이가 설치된 통로, 휠체어나 유아차에서 옮겨 앉기 쉽도록 손잡이와 지지대가 적용된 놀이기구들이 있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탈 수 있는 넓은 그네나 2인용 그네는 양육자와 함께 탈 수 있는 통합놀이기구이지요. 모래놀이터에 모래놀이 테이블을 설치한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아름다운재단과 무장애 실내놀이터 지원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김남진 사무국장은 ‘놀이터가 작거나 예산 문제 등 여러 이유들로 모든 놀이기구를 통합형으로 설치하기는 어렵더라도 놀이시설의 최소 20~30% 이상은 통합형 놀이기구를 설치해야 통합놀이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는 2023년까지 전국에 조성된 통합놀이터를 31곳으로 집계했는데, 전국 놀이터의 0.03%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통합놀이터는 확산되는 추세에요. 최근 서울시도 ‘거점형 놀이터 사업’에서 통합놀이터 조성을 장려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통합놀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많이 이해가 되셨나요? 통합놀이터의 관점에서 사회적통합은 장애 어린이도 비장애 어린이와 동등하게 놀이 활동에 참여하고 비장애 어린이와 더불어 함께 놀이 활동을 즐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하고 모든 사람은 사회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기회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내가 우리 사회에서 환영받고 있으며, 나도 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아름다운재단에서는 서울 양천구 신트리 근린공원에 ‘무장애(통합) 실내놀이터’를 한창 조성 중에 있어요. 어떤 모습의 놀이터가 탄생할지, 저도 무척 궁금하답니다. 놀이터가 완공되면 다시 찾아와서 소식 전할게요. 신트리 무장애 실내놀이터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