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청년 경제교육 지원사업 ‘청년금융자립프로젝트 서로서기’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종잣돈(ETF) 지원으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고, 경제교육 및 재무상담, 소모임 등을 통해 단순 현금성 지원을 넘어 건강한 경제적 가치관을 통해 안정적 자립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본 사업은 삼프로TV와 미래에셋이 함께하는 ‘삼프로TV청년희망프로젝트기금’으로 진행되며 진행되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와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됩니다. |
돈은 참 좋다. 그래서 누구나 돈을 탐낸다. 동시에 돈은 참 무섭다. 누구에게나 돈은 어렵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돈이 만만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 돈에 쪼들리지도 휘둘리지도 않고 살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더 열심히 자산관리를 하는 방식으로 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30세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한다’고 해서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미 몇 년 전 일이다. 그러나 끌어모을 기초 자산이 있어야 영끌도 가능한 법이다. 경제적 독립이 더 필요할 수 있는 자립청년청년은 앞으로 자산을 어떻게 모으고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아름다운재단과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청년 경제교육 지원사업’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주목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갈 재무관리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본 사업의 목적이다.
자산관리가 필수인 사회… 그러나 자립준비청년에겐 너무 높은 장벽
경제교육 지원사업에 참여한 자립준비청년들은 “자산관리가 필수 덕목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했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다. 돈을 지원해 줄 사람은 물론이고 투자에 대해 제대로 알려줄 사람도 많지 않았다.
“주변에 투자 안 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저만 뒤처지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시작하기가 어려웠어요. 경제 용어는 들어도 잘 모르겠고요. 가족에게 금융 문제를 의논하기도 쉽지 않았죠. 저 혼자 헤쳐가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있거든요.” (자립준비청년 김어진, 가명)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힘들 것 같았어요. 투자도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배울 곳이 없더라고요. 일단 증권사 어플부터 깔았는데 용어도 너무 어렵고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거예요. 처음에 발을 잘못 디뎠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자립준비청년 정시우, 가명)
“투자할 때도 마음의 여유가 필요해요. 처음엔 저도 많이 조급했어요. ‘이대로 졸업하고 몇 년 지나면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었거든요. 처음에 50만 원을 주식에 넣었는데 잃을까 봐 겁이 나서 벌벌 떨리더라고요.” (자립준비청년 송준기, 가명)
“아는 자립준비청년 동생이 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어요. 마음이 불안하니까 돈을 빨리 모으고 싶었던 거죠. 그렇다고 돈 문제를 상의할 만한 어른은 없고요. 심지어 사기를 당하고도 이야기할 사람이 주변에 없던 상황이었죠.” (자립준비청년 오지민, 가명)
어려움 속에서도 청년들은 어떻게 해서든 더 주체적으로 돈을 모으고 또 굴리고 싶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 사업 공지를 봤을 때 망설임 없이 참여 신청을 했고, 또래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경제·금융을 다시 배웠다.
지난 6월부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몇 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청년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식을 배웠고 막연한 불안감은 줄었다. 자신의 소비 및 투자 유형을 확인하면서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됐다. 경제적 미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든든한 어른이 생겼고,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또래 자립준비청년과의 네트워크도 만들어졌다.
지원사업 참여하면서 어떤 프로그램이 좋았는지 청년들에게 물어보자 답변이 길어졌다. 딱 한 가지만 꼽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경제교육 시간에 보험에 대해서 배웠는데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어요. 제가 보험에 들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그동안 늘 불안했거든요. 지금도 보험에 가입하지는 못하지만, 해결책을 찾았어요. ‘의료비’ 항목으로 돈을 모아서 필요할 때 사용하는 거죠. 또 교육을 시작하면서 바로 정기적금도 들었는데요. 돈이 쌓이는 게 즐겁습니다.” (정시우)
“교육을 듣고 나서 용도에 따라 통장을 분리했더니 가계부를 체계적으로 쓰게 됐고요. 무조건 돈을 아끼는 게 능사가 아니라 제 상황과 욕구에 맞게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또 저는 알고 지내는 자립준비청년이 없어서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도 컸거든요. 실제로 만나보니 참 좋았어요. 왠지 모를 유대감이 있더라고요.” (김어진)
“종잣돈 운용보고서를 보면서 왜 여기에 투자했는지 공부할 수 있었어요. 경제교육도 좋았어요. 솔직히 뻔한 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교육을 들어보니 너무 즐겁더라고요.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밥도 맛있고요. 여기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다 재미있어요. 소모임은 처음에 6명 정도로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고 사람이 많아져서 이젠 ‘대모임’이 됐어요.” (송준기)
“소비 상황을 확인하고 더 줄일 방법을 알게 돼서 바로 실천으로 옮겼어요. K패스로 교통비도 절약했고, 텔레비전을 없애서 통신비도 아꼈죠. 일대일 경제상담도 너무 좋았어요. 일단 ‘상담해 주겠다’라고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든든했고요. 실비보험을 비교해봤는데, 제가 보험료를 남들보다 많이 내고 있더라고요. 또 소비패턴을 분석하면서 자신을 더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제가 이룬 것은 무엇인지 확인했고,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소비하는지도 알게 되었죠.” (오지민)
운용보고서 읽으면서 생생한 투자 경험, 경제상담·소모임 통해 든든한 네트워크까지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자립준비청년 1만 1,403명이 사회로 나왔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주거·생활·교육·취업 등을 지원하지만,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만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사회 한편에서는 부모에게 받은 수천만 원을 투자해 고수익을 내거나 아예 부모로부터 고가의 주식을 물려받는 청년들도 있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이처럼 막막한 마음으로 통장을 펼치는 청년들도 여전히 많다.
이제 막 자립을 준비하기 시작한 청년들에게 돈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이다. 누구나 그렇듯 앞으로 긴 인생 내내 짊어져야 할 테고, 그럼에도 끝내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 질문에는 정답도 없다. 그래서 더 막막하다. 그래도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한다면 조금은 더 쉽게 길을 찾아갈 것이다.
여전히 돈이 무섭고 어려울 동료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서, 인터뷰를 마치며 청년들은 경제교육을 통해서 발견한 용기와 지혜를 나누어주었다. 함께 헤매고 넘어지면서 기필코 나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자립준비청년은 돈 문제를 도와줄 ‘에어백’이 없지만, 대신 돈에 대한 생각이 더 깊은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다른 자립준비청년들도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잖아요. 그만큼 결과도 좋을 거예요. 다들 파이팅!” (송준기)
“10대, 20대의 시간은 정말 비싼 것 같아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시간이잖아요. 그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면 좋겠다고, 자립준비청년 후배가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네요.” (김어진)
글. 박효원ㅣ사진. 이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