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5 아픈 어린이를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
 
아기의 손톱을 깎아본 적, 있으신가요? 너무 작아서 자르기도 조심스럽고 혹여 다칠까 조마조마하잖아요. 양육자라면 아기가 열이 조금만 올라도 마음이 아프고 힘들 거예요. 약하고 귀한 존재인 만큼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아이들이 아프면 너무 힘듭니다. 돈 없어도, 힘들어도 아이가 제일 우선이니까 병원에 가야 합니다. 병원비 때문에 생활이 너무 힘듭니다.”
 
아이가 아프면 업고 뛰고 싶은 것이 양육자의 마음이지만, 의료비가 부담스러워서 머뭇대는 양육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주배경아동을 기르는 양육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주배경아동(이주아동)은 다문화가정·난민·귀화를 통한 중도입국 등 부모 혹은 본인이 국제 이주의 경험을 지닌 아동으로, 한국에 체류 비자가 있는 등록 이주민인 경우와 비자가 없는 미등록 이주민인 경우를 모두 아우릅니다.
 
아름다운재단이 조사해 보니 이주민들은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해 전전긍긍한 경험이 있었어요. 임신, 출산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이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해고되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이로 인해 조산, 신생아질환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치료비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어른의 마음, 아름다운재단이 영유아 건강권 지원사업을 통해 이주아동의 치료를 지원한 이유입니다. 오늘은 이주아동들이 치료를 통해 어떻게 건강을 회복했는지, 나아가 아이들이 적기에 치료를 받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전해드릴게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힘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영유아 건강권 지원사업’을 진행한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 정지숙 상임이사, 김아이잔 팀장(왼쪽부터)
아름다운재단은 ‘영유아 건강권 지원사업’을 통해 이주아동 24명에게 치료비를 지원했는데요. 24명의 아동 중 9명이 이른둥이로, 지속적인 치료와 관찰이 필요하거나 난치성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기에 짧은 지원사업 기간 동안 큰 변화를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지원 당시 체중이 3.4kg에 불과했던 아동이 병원 진료를 무사히 받고 4개월 뒤 6.2kg으로 성장하거나,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지원사업에 참여한 아이들의 사례를 전해드립니다. 
 
1) 알리사의 퇴원🏥
만 1세였던 이주아동, 알리사(가명)는 열이 올라 응급실로 향했어요. 금방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2시간 만에 심장이 멈추는 위급한 상황이 되었고, 3개월 동안 치료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알리사는 체류 자격도 있고, 건강보험도 가입되어 있었지만 보험료 체납으로 고액의 의료비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지원을 받아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합니다.
 
내국인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6회 이상 체납할 경우 건강보험이 중단되지만, 이주민의 경우 한 번이라도 체납하면 완납할 때까지 건강보험이 중단됩니다. 월 150만 원을 버는 알리사의 아버지는 4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 1인당 부과하는 월 15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내기는 어려웠어요. (이주민은 세대원 각각에게 보험료가 부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틀 후 연체된 건강보험료를 납부했지만, 내국인처럼 공단 부담의 의료비를 소급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2) 심장병을 앓던 라띠의 치료💉
신생아 때 심장병이 발견된 만4세 라띠(가명), 출생 당시에는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었는데요. 건강보험이 없어 수술을 4년이나 미뤘어요. 막대한 수술비를 엄마가 혼자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름다운재단의 지원과 지역 사회의 모금을 통해 올 여름 수술을 받았어요. 치료비는 6,100만 원…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면 4년 전, 300만 원으로 할 수 있던 수술이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는 지원사업으로 각 이주민 가정에 치료비 300만 원을 지원했지만,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의료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 기관의 지원을 찾아 연결하는 등 일부라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함께 수행했습니다. 나아가 얼마나 더 많은 아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2024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는?
치료비 지원과 더불어 이주아동 171명의 건강권 실태를 조사해봤습니다. 
‘미충족 의료’는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도 제때 치료받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2021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5세 내국인 아동의 연간 미충족 의료율은 2.4%였는데요. 조사에 참여한 이주아동들의 미충족 의료율은 19.3%로, 내국인 아동의 8배 이상이었습니다. 
 
양육자들은 미충족 의료의 원인으로 의료비 부담을 꼽았습니다. 왜 의료비 부담을 느끼고 있을까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아이들은 국제수가(일반수가)를 적용받기 때문입니다. 국제수가는 의료기관이 외국인 의료 관광객들에게 받는 높은 의료비입니다. 건강보험 수가의 3~5배로 비싼데, 이 비용이 건강보험이 없는 이주아동에게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주아동의 연간 입원율은 36.8%로, 10세 미만 내국인 아동의 연간 입원율 6.8%보다 5배 높습니다. 응급실 이용률 역시 이주아동은 24.6%로 내국인 아동의 응급실 이용률 8.3% 대비 3배 높은 상황이에요. 조사결과를 통해 이주민 영유아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상태가 악화되어 중증 상태나 응급 상황에 이르러서야 의료기관을 이용한다는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입원·수술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 있기는 합니다. 다만 새로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업 대상만 확대하고 예산은 늘리지 않아 소수의 미등록 이주민만이 혜택을 받고 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들이 아플 때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려면 별도의 의료비 지원사업이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국적 아동은 본국 대사관에 먼저 출생등록을 하고, 출입국사무소에 외국인등록을 한 후, 건강보험 가입 신청을 해야합니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인데요. 건강보험 공단은 태어난 후 90일 이내에 출생등록을 하고 건강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만 급여 적용을 해주고 있어요.
 
그러나 이주아동 중 건강보험 가입까지 시간이 걸려 급여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아동이 26명(22%)에 달했습니다. 90일 이내 건강보험 가입을 하지 못한 이주아동에게는 ‘부당이득’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주민의 체류자격을 담보로 환수 조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건강보험이 있는 이주아동 중 보험료 체납으로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아동은 21명(17.8%)에 이릅니다. 내국인의 경우 6회 이상 보험료를 체납할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이주민은 보험료를 한 번이라도 체납하면 완납할 때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2019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이주아동에 대해서는 부모의 체류자격이나 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건강보험 가입허용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권고는 이행되지 않고 있어요. 국내 출생 신생아라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나아가 부모의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폐지되어야 합니다. 
※ 일각에서는 세금으로 미등록 이주민을 치료해도 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주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이번 후후레터는 이주아동의 의료현실을 다뤘습니다. 이주아동은 의료기관에서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한 비율인 OOO OOO이 높은 편이었는데요. 정답 힌트는 본문과 빠르게 지나가는 그림 속에 있습니다. 정답을 맞혀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5분께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드릴게요!
  
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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