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아동가정 155가구·아동 171명 대상 의료서비스·건강보험 등 실태조사
건강보험 울타리 밖의 아이들…입원율은 5배, 응급실은 3배
건강보험 보장 확대 위한 제도 보완 필요…“모든 아동이 평등한 건강권 보장받기를”

아름다운재단이 ‘이주와 인권연구소’·’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와 ‘2024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배경아동이 높은 의료비와 낮은 의료 접근성 등으로 건강권을 위협받는 실태를 조사하고, 지원제도의 보완점을 제시하는 것이 골자다. 이주배경아동(이주아동)이란 다문화가정·난민·귀화를 통한 중도입국 등 부모 혹은 본인이 국제 이주의 경험을 지닌 아동으로, 한국에 체류 비자가 있는 등록 이주민인 경우와 비자가 없는 미등록 이주민인 경우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아름다운재단 ‘영유아 건강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주와 인권연구소가 9개 이주인권 단체와 협력하여 진행했다. 조사는 이주아동가정 155가구(아동 171명)를 대상으로, 의료 이용 실태조사와 심층 인터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비수도권 거주자로 한정했는데, 이는 수도권에 비해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비수도권의 상황을 파악해 시급성을 알리고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함이다. 조사 대상은 부모가 모두 외국 국적자인 영유아로, 최근 1년 내 의료기관 이용 경험이 있는 2018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아동이다. 아동들의 국적은 22개국이었으며, 주요 국적은 우즈베키스탄(25명, 14.6%), 베트남(23명, 14.0%), 캄보디아(17명, 9.9%) 등이다. 합법적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이주아동은 49명(28.7%), 국민건강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은 아동은 52명(30.4%)이었다.

필수예방접종률 이주아동 55.2%, 한국 아동 96.4%…접종 못한 이유 정보 부족 31.3%
조사 결과 1세 이주아동의 필수예방접종률은 55.2%로, 한국아동(96.4%) 보다 크게 낮았다.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정보 부족(31.3%)과 비용 부담(8.3%)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미등록이주아동의 경우 2022년부터 보건소에서 임시관리번호를 발급받아 민간 의료기관에서도 무료 예방접종이 가능해졌으나 비용을 지급하고 접종했다는 비율이 22.2%였다. 이는 예방접종 제도가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실질적인 장벽이 있음을 보여준다.

외래진료율 낮고 입원·응급실 이용률 높아…적절한 의료서비스 시기 놓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세 미만 한국아동의 연간 외래진료 이용률은 94.5%, 입원율은 6.8%, 응급실 이용률은 8.3%였다. 반면 이번 조사 결과 이주아동의 외래진료 이용률은 72.5%로 낮았으며 입원율은 36.8%, 응급실 이용률은 24.6%였다. 입원율은 한국아동의 5배, 응급실 이용률은 약 3배 높은 셈이다. 이는 이주아동이 적절한 시기에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중증 상태로 악화된 후에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준다.

치료나 검사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 19.8%…한국 아동의 8배
의료기관에서 치료나 검사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 즉 미충족 의료율은 19.3%로 2021년 국민건강통계에서 발표한 한국 아동(2.4%)의 8배 이상이었다. 미충족 의료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세 가지는 비용 부담(73.7%), 시간을 내기 어려움(52.6%), 의료진과 의사소통의 어려움(36.8%)이었다. 의료비 부담은 가족의 생계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아동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주아동, 건강보험 가입 절차 복잡…출생등록 지연으로 건강보험 급여 제한 경험 有
국내 출생한 외국 국적 아동은 본국 대사관에 90일 이내 출생등록을 하고 출입국사무소에서 외국인등록을 완료해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내전 등 국적국의 사정으로 출생등록이 지연되는 일은 흔한 경우며, 이로 인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건강보험이 있는 아동 118명 중 건강보험 가입까지 시간이 걸려 급여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아동은 26명(22%)였다. 또한 한국 국적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6회까지 체납하더라도 급여 제한이 발생하지 않지만, 이주민은 단 한 번의 체납만으로도 급여가 제한된다. 이는 경제적 부담이 큰 이주민들에게 심각한 의료 접근성 차별로 작용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가입국으로서 모든 아동의 평등한 건강권 보장되길”
이에 따라 연구 보고서에서는 이주배경아동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이주아동의 건강보험 차별 폐지 및 보장 확대 ▲의료비 지원사업 신설 ▲희귀질환·장애아동 및 한부모가정 등 긴급 의료비 지원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이번 연구는 이주배경영유아의 건강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룬 첫 연구로, 의료사각지대를 조명하고 지원제도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이 유엔 아동권리협약 가입국으로서 모든 아동이 평등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름다운재단은 기부자, 활동가, 아름다운 시민이 함께 하는 공익재단이다. ‘모두를 위한 변화, 변화를 만드는 연결’을 위해, 올바른 기부문화를 확산하고 건강, 교육, 노동, 문화, 안전, 주거, 환경, 사회참여 영역의 40여 개 사업을 통해 이웃을 돕고 공익활동을 지원한다.

[사진] 2024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 표지
2024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 표지

[사진] 2023 이주민을 위한 다국어 안내 가이드(본 보고서와 무관함)
2023 이주민을 위한 다국어 안내 가이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