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와 산호

제주바다에는 ‘바다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연산호가 살고 있습니다. 산호라고 하면 얕고 맑은 바다에 딱딱한 돌이나 뇌처럼 생긴 산호초를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제주바다의 산호는 조금 다릅니다. 깊은 바다의 절벽이나 바위에 부드러운 몸체로 나무와 꽃을 닮은 산호가 파도에 따라 휘청이며 아름답게 피어있습니다. 제주바다처럼 화려한 연산호가 다양하게 모여있는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합니다. 산호는 바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존재입니다. 산호의 군체가 모여 형성된 산호 군락은 바다 생물들에게 산란처이자 은신처, 먹이원이 되어, 다양한 생물들이 깃들어 살고 있습니다. 산호 군락은 바다숲과 같이 바다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바다생태계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주 바다 산호군락

기후위기 시대, 고통받는 산호들

우리나라 산호의 최대 군락지인 제주 남쪽 서귀포 앞바다는 ‘문섬 등 주변 해역 생태계보전지역’,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연산호군락’ 등 7개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밤수지맨드라미, 흰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 해송, 긴가지해송 등 수많은 법정보호종 산호의 주요 서식처입니다. 그러나 기후변화, 난개발, 해양 오염으로 급격히 변해가고 있습니다. 포스터에 활용할 사진을 조사하던 8월과 9월은 제주바다에 역대급 이상 고수온이 계속되던 때였고, 조사 현장에서 우리는 연산호가 녹아내려 죽어가고 돌산호와 말미잘에도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가슴 아픈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제주 산호, 지금 모습 그대로 온전할 수 있을까요? 제주 산호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산호를 알아보고 기록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합니다.

녹아내린 연산호

시민과학자의 기록, 아름다운 산호포스터가 되다.

제주바다 산호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서 알리고 싶은 시민들이 있습니다. 바로 산호를 기록하는 시민과학자인 ‘산호탐사대’입니다. 2023년 3월부터 매달 한 번씩 모여 문섬과 범섬에 서식하는 산호종과 이상현상을 기록해 왔습니다. 이 기록을 모아 제주바다에 아름다운 산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산호포스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8~9월 두 달간 27명(중복 제외 22명)의 산호탐사대가 조사한 자료와 2023년부터 조사했던 자료를 합하여 정리했습니다. 산호연구자의 검토를 거쳐 생태 예술가의 디자인으로 드디어 아름다운 산호포스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산호포스터에는 68종의 산호의 형태, 이름, 분류 정보를 담았습니다.

산호탐사대

제주 산호를 안내하는 첫 번째 포스터! 산호 보호의 첫걸음이 되길!

제주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스킨스쿠버 강사마저도 산호, 연산호 정도로 산호를 구분할 뿐, 수많은 종의 이름과 특징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산호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가 워낙 없기 때문입니다. 스킨스쿠버 샵에서 포스터를 활용하여, 다이버들에게 아름다운 제주바다 산호의 종 다양성을 한눈에 안내할 수 있도록 포스터를 나누어 드리고 있습니다!

산호탐사대 및 산호학교 등 시민과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나는 다이버들에게도 포스터를 나누고 산호를 익힐 수 있게 돕는 중입니다. 산호포스터를 통해 생겨날 산호 종에 대한 호기심, 알아차림이 산호 서식지 변화, 기후변화,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어 산호탐사대와 같은 직접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 기대되는 날들입니다. 제주 산호들이 지금 모습 그대로 온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산호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산호포스터를 살펴보며 산호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산호포스터 – 제주도 문섬과 범섬의 산호들

산호 포스트 다운받기 https://greenparan.org/22/?idx=123181536&bmode=view

글, 사진 |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은 국내외 해양의 기후위기 대응, 해양 생물다양성 보호, 해양보호구역 확대, 시민과학을 통한 산호 군락지 기록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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