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서울혁신파크가 문을 닫았다

2023년 12월, 은평구 녹번동 소재한 서울혁신파크가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혁신파크는 서울시의 시유지 중 가장 넓은 규모인 109,727㎡, 약 3만 3천평의 부지에 청년,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시민사회단체 등 600여개의 입주단체와 공원, 운동장, 공유텃밭, 축제의 장으로 활용되는 녹지를 품고 있던 보기드문 공유지 公有地 였습니다. 대부분의 입주단체가 퇴거하고 난 후 건물들은 오랫동안 폐쇄된 채 방치되어 있었으며, 마지막 입주단체 카페쓸이 2024년 9월, 영업을 종료하고 파크를 떠나면서 서울혁신파크는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전대미문’의 사회혁신 프로젝트였던 서울혁신파크가 사라지는 과정 역시 보기 드물게 빠르고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혁신파크 청년청 전경

사라져가는 혁신파크를 기록하는 이유

이번 아카이빙 프로젝트는 서울혁신파크에 대한 첫 번째 민간 아카이브이자 공공 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재해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라져가는 서울혁신파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이유는 그곳을 만들어냈던 시대와 그곳에 쌓여있는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 때문입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울혁신파크에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일상을 보내는 커뮤니티였으며, 비건페스티벌과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축제의 장이자 은평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원이었습니다. 사회혁신, 커먼즈, 커뮤니티 등 사회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개념 뒤에는 사람들의 삶만큼 다채롭고 소중한 기억들이 쌓여있으며, 서울혁신파크에 대한 동시대적인 기억의 원천은 이러한 기억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서울혁신파크 내 피아노숲 전경

‘서울혁신파크의 기억’ 시민의 기억으로 재구성한 서울혁신파크의 역사

<서울혁신파크의 기억>은 파크 조성 초기부터 철거가 진행 중인 현재까지 서울혁신파크와 다양하게 연결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인터뷰 기록집입니다. 기록집에는 원시림 같았던 국립보건원 부지에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가 처음 자리를 잡은 2012년부터 혁신파크의 소멸이 진행 중인 2024년의 이야기까지 12년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혁신파크에 입주하여 활동했던 개인의 구술 기록들은 혁신파크의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교차하며 서울혁신파크의 생성과 성장, 소멸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혁신파크 안팎에서 다양한 범주의 네트워킹을 형성하며 활동했던 이들의 이야기에는 혁신파크의 공공성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의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기억을 장소와 맵핑한 지도와 개인의 시간을 사회적인 시간과 연결시켜 파편화되기 쉬운 개인적 경험에 역사성을 부여한 타임라인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기록집 발간과 더불어 이번 아카이빙의 결과물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서울혁신파크의 기억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아카이브 전시 <2012-2024 서울혁신파크 아카이브展 : 新공원, 혁신파크의 기억> 를 9월 6일부터 27일까지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개최했습니다.

서울혁신파크의 기억 전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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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 서울혁신파크의기억_열람용

서울혁신파크의 기억 인터뷰 기록집 표지

글, 사진 | 페이퍼백아카이브

페이퍼백아카이브는 여성의 서사, 도시 공간, 로컬을 키워드로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을 기록하고 아카이브의 문화적 체험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대중적으로 확산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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