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서울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놀이터>를 조성하며 장애/비장애 아동을 위한 실외놀이터 사업을 지원한 아름다운재단은 2022년부터는 매뉴얼 개발, 놀이키트 배포 등을 통해 무장애 실내놀이터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2024년에는 장애/비장애 아동의 놀이권 확보와 정서적 통합을 위한 무장애 실내놀이터 조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함께 사업을 진행한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김남진 국장님으로부터 <꿈틀꿈틀놀이터> 이후 지난 10년 간의 통합놀이터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무장애 통합놀이터 ‘꿈틀꿈틀놀이터’의 탄생을 회고하며
“우리가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너무 없어요. 어디서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왜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 장애아동은 없는 걸까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어디서 놀아요?”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이하 무장애연대)가 맨 처음 놀이터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것은 2005년 즈음으로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마을 곳곳에 있는 어린이공원, 아파트 단지마다 있는 어린이놀이터, 유원지나 대공원에 가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 그러나 어디에서도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공원의 접근성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고, 주민참여를 통해 도시 곳곳을 바꾸어가는 움직임들이 시작되던 때였어요. 놀이터에 대한 고민도 그렇게 아이들의 목소리에서부터 시작이 되었고, 국내외의 사례들을 모은다거나 관련된 법이나 제도, 설계와 시설물에 대한 연구들이 차곡차곡 여러 해에 걸쳐 축적되었습니다.
그러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통합놀이터를 진짜로 만들게 된 것이 2015년으로, 곧 1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하고 통합놀이터를 현실화해서 만들게 된 것이죠. 첫 대상지는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굉장히 의미가 있는 곳이었어요.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면서 어린이와 동반가족, 어르신, 청소년 등 누구나 즐겨 찾는 대표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랜드마크로서 상징성이 있었습니다. 통합놀이터를 조성하기 위해, 기존에 연구 중심이었던 ‘통합놀이터만들기네트워크’가 주축이 되어 실제 디자인과 설계, 모니터링 등을 전 과정을 직접 담당했습니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었어요. ‘통합’의 의미와 범위, 어떻게 놀이터에 구현할 것인가, 모든 과정이 치열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야 했어요.
그 결과 첫 통합놀이터인 ‘꿈틀꿈틀놀이터’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도 놀이터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놀이터는 단순한 ‘터’, ‘공간’, ‘장소’가 아니라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소통하는 공간, 함께 놀이가 이뤄지는 공간, 함께 놀이를 유도하는 공간이어야 했어요. 생각처럼 그대로 잘 구현하는 것은 어려웠고, 특히 장애아동이 놀이기구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꿈틀꿈틀놀이터’는 굉장히 많은 공감을 얻으며 어린이들에게 오픈되었고, 장애가 있는 어린이도 마음 편하게 놀이터를 방문하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되었지요. 무엇보다, “놀이터는 모든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꿈틀꿈틀놀이터’ 조성 이후에 여러 지자체와 기관에서 통합놀이터를 속속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고민하지 않았었는데, 통합놀이터를 마중물로 해서 교육, 스포츠, 여가 등등 다양한 영역까지 점차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함께 고민하는 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장애 따로, 비장애 따로가 아니라 함께 한다고 전제하는 것입니다.
통합놀이터를 만들 때 다가오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통합놀이기구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동안은 수요가 거의 없다 보니 놀이기구를 만드는 업체들이 통합놀이기구 개발에 별로 뜻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통합놀이터가 만들어지니까 업체들도 통합놀이기구 개발에 관심과 책임감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하나둘 통합놀이기구가 개발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결국 장애아동과 양육자, 당사자들뿐 아니라 사회의 관심이 높아져야 변화가 다가온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꿈틀꿈틀놀이터’ 이후로 10년간 통합놀이터만들기 운동을 해오면서 변화가 너무 더디거나, 가끔은 어렵고 힘들다 느낄 때가 많았지만, 지금 돌아보니 변화는 점프하듯 분명했어요. 우리가 정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구나 실감합니다.
팬데믹 이후 대두된 실내놀이터의 필요성, 다시 한 번 아름다운재단과 만나다
한편, 팬데믹 이후로 최근에는 안전과 건강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아이들의 놀이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바로 실내놀이터가 굉장히 중요한 놀이의 장이 된 것입니다. 민간업체들이 운영하는 키즈카페는 자주 이용하기 힘들 정도로 경제적인 부담이 크고 지역마다 편차가 큽니다. 장애아동은 더군다나 키즈카페 이용이 쉽지가 않지요. 아이들 간에 놀이의 불균형이 다시 한 번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고민을 아름다운재단과 다시 한 번 나누게 되었고, 함께 장애아동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실내놀이터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로 뭉쳤답니다.
실내놀이터는 기존 실외에 만들었던 통합놀이터보다 더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어요. 아직 첫 번째 실내놀이터인 서울 신트리공원 무장애(통합) 실내놀이터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여러 어려움을 해결해가며 조성한 결과물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실내공간은 더 좁고 한정된 공간 안에 놀이터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켜야 할 놀이터 설치 기준들을 지키면서 놀이시설을 설치하고 장애아동과 보호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활동공간과 편의 요소들을 적용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쉽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놀이시설을 이용할 것인가, 얼마나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할 것인가. 이 두 가지 문제는 무엇이 우선이라고 할 수 없으면서 어느 하나가 빠져서도 안 되는, 동전의 앞뒤와 같은 과제입니다. 곧 모습이 공개될 첫 번째 무장애(통합) 실내놀이터가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응원해주세요.
최근에는 통합놀이터를 좀 더 발전시키고 확산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다각적인 방향에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놀이시설물 업체들은 통합놀이시설물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도 통합놀이터를 조성하기 위해 정책적인 노력을 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보라매공원, 북서울꿈의숲 등 서울 각 권역 공원에 거점형놀이터를 조성하면서 통합놀이터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매년 통합놀이터를 1개소 이상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 말 구리시 늘푸른공원에 경기도 첫 통합놀이터를 조성합니다. 그동안은 무장애연대를 비롯, 민간영역에서만 추진했던 통합놀이터 연구들이 이제는 정부 산하 기관에서도 통합놀이터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연구에 착수하는 등 공공영역에서의 움직임도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사회 각 영역에서의 노력들이 본격적으로 어우러질 때 어떤 발전이 나타날지 기대됩니다.
이번 신트리공원 무장애(통합) 실내놀이터 또한 아름다운재단과 무장애연대, 서울시와 양천구가 함께 협력하여 실내놀이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민간영역과 공공영역이 각자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위한 놀이공간을 조성하기에, 시행착오는 줄이고 품질은 높이며 담겨야 할 가치는 더욱 잘 구현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실내, 실외를 나누지 않고 더 많은 통합놀이터가 만들어져서 모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글/사진: 김남진 사무국장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