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레터가 청소년과 청년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아름다운재단이 해결하고 있는 주거현실이 궁금하시다면 지금 읽어보세요!
민달팽이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전월세 집도 내 집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새롭게 주거취약계층으로 대두된 청년층의 당사자 연대로,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대응뿐만 아니라 주거비, 주거환경, 공공주거정책 등 주거의제를 확산하고 있는데요, 집 계약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전월세 집도 내 집이다:집구하기 가이드>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의 가원활동가를 통해 최근 활동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가원 활동가님 안녕하세요. 민달팽이유니온에 대한 간단한 소개 및 담당하고 계신 업무를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민달팽이유니온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원입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세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 상담과 교육을 바탕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주거권 관련 제도의 개선을 요구합니다. 주거권 뿐만 아니라 빈곤, 젠더, 기후위기, 노동 등 주거권과 교차하는 의제와도 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무국에서 주거권 상담과 교육, 주거 분야 이슈파이팅과 기초법·복지 분야 연대 등의 활동을 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세입자 집구하기 가이드북 <전월세 집도 내 집이다: 집구하기 가이드>를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단체 내부적으로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과 함께 운영하는 평등문화지원기구의 간사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팬데믹 전, 민달팽이유니온의 자매 단체인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달팽이집(협동조합이 공급 및 운영 담당)’에 사는 입주조합원이었습니다. 가입 이전부터 민달팽이유니온을 알고 있기는 했고, 협동조합 조합원인 동시에 유니온 회원이기도 했지만, 조합에서 주로 교류하고, 민달팽이유니온의 활동에 직접 동참한 적은 없었는데요. 그러던 중 2020년 ‘달팽이집 연희’의 건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당시 저는 달팽이집 2호에 살면서 연희 집으로의 이주를 준비하던 중이었던지라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이때 예비 세입자로서 이 문제에 함께 대응하며 민달팽이유니온의 활동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사회 운동을 잘 알지 못했지만, ‘집’에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에 일종의 위기 의식을 느꼈고, 그래서 단체의 메시지에 공감했던 것 같아요. 이후로 콘텐츠 제작 일을 돕다가, 2021년부터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전세사기로 청년들이 목돈을 잃는 등 힘들어하고 있는데요. 그간 민달팽이유니온이 다양한 활동으로 전세사기 피해 대응에 함께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연대해왔고, 또 어떤 활동에 주력하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2022년 8월 보증금먹튀대응센터 운영, 2023년 4월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에 참여하며 전세사기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 사회에 알렸습니다. 이후 피해자 전국대책위, 피해당사자들과 연대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및 개정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여러 주체들의 노력이 더해져 전세사기특별법은 2023년 5월 제정되었고, 2024년 8월 개정되었지만 사실 온전히 피해 구제를 위한 안이 채택된 것이 아니라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피해자를 선별한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고, 외국인 피해자, 다세대 공동담보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이 불충분하고, 경매 종료 세대에 대한 소급 적용도 담겨 있지 않은 등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민법, 국세징수법 등처럼 관련된 제도를 총체적으로 살피고, 이것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예를 들면 민달팽이유니온이 발의한 지방세기본법이 2023년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경·공매 시 임차보증금을 체납된 지방세보다 우선 변제하는 내용인데요. 기존에는 임대인의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면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세금이 먼저 빠져나갔지만, 개정을 통해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외에도 전세사기의 정의에 포괄되지 않는 크고 작은 보증금 미반환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앞으로 계속 요구하고자 합니다.
전/월세로 독립을 앞둔 청년를 대상으로 주거상담을 진행하시면서 가장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주거 상담을 진행할 때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도에 근거해 ‘임대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도, 임대인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고압적인 태도로 나오면 세입자는 소모적인 분쟁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죠. 부당한 계약서를 작성했어도 이를 쉽게 해지할 수 없고, 누수 때문에 곰팡이가 잔뜩인데도 세입자가 사정사정해 가며 집수리를 진행하곤 합니다.
저는 이 이유가 여전히 임대차계약 관계가 ‘사적인 일’로 취급 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청년안심주택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건(링크)이 벌어졌는데요, 이때 서울시가 했던 표현이기도 해요. ‘세입자와 시행사(임대인) 간의 사적인 계약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사적인 일일 수가 있을까요? 집의 분배는 불평등하고, 이를 보완해야 할 제도는 인구정책과 맞물려 누군가는 영원히 소외되는 나라에서, 자신의 공간도 전 재산의 행방도 모두 임대인에게 달려있는 불평등한 관계를 형성해야만 살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어떻게 사적인 일이기만 할까요? 불공정거래도 신고할 수 있는데, 사람에게 꼭 필요한 ‘집’에서 부당한 일을 겪을 때는 사적인 취급을 당한다는 것이 낯설고 이상하죠.
서울,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이 소멸되고, 집값 불균형도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있는한 지금의 집값 폭등은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같은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청년들에게 지금 할 수 있는 것, 혹은 목소리 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에 대한 다른 관점과 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집’ 하면 사고 파는 것, 뭐가 부족하지만 싼 것, 좀 살 만하게 생긴 대신 비싼 것 등을 가장 기본적으로 떠올리기 쉽잖아요. 물론 당장 살 집을 구할 때는 이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동네가 철거된다고 해서, 보증금 올려줄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살던 집에서 어떻게든 쫓겨나고 ‘조금’ 싼 대신 이상하게 쪼개진 집, 이거 당연한 게 맞나? 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어요. 내 집을 구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살 만한 집이 허락되고, 누군가에게는 허락하지 않는 구조 속에 있다고 생각해보는 거죠. 내가 겪는 가지각색의 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단 하나, ‘더 많은 돈을 내는 것’ 뿐이라면 주거 문제는 몇 사람만의 문제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이 너무도 명징하니까요. 또 그런 사회에서는 종국에는 누구도 ‘안전한 집’을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집은 권리다!’라는 말의 의미도 함께 생각해보자고 말 건네고 싶어요. 문장으로 봤을 때는 너무 당연하고 진리인 명제처럼 읽히지만, 내 집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처음엔 어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한번 맛보면 끊을 수 없다!’는 것이, 민달팽이 운동의 대안 주거 모델인 달팽이집에서 사는 세입자들이 하는 말이기도 해요. 권리로 운영하는 집에 살다보면, 민간임대차시장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이상해보이기 때문이죠.
최근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들이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2025년 1월이 된 현재 시점으로는 두 가지 활동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비롯해 퇴진 이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체제전환을 요구하는 활동입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 <윤석열 물어가는 범청년행동> 등 연대체와 활동하고 있고요, 민달팽이유니온 회원들과 함께 매주 광장에도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서울시의 한 청년안심주택에서 발생한 보증금 미반환 사태 및 퇴거 위협 대응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해당 주택에 거주했거나 거주 중인 세입자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7일에는 서울시의 책임 있는 제도 운영과 임대사업자의 보증금 즉시 반환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주거권 활동을 하면서 막막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함께 운동하는 동료들과, ‘민달팽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회원들과 나누는 이야기로부터 원동력을 얻습니다. 누군가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라고, 이상적인 말들이라고 할지라도요.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끝없는 상상을 펼치다 보면 당장에는 요원한 것 같아도, 돌파구가 보이는 것 같아요. 상상을 잘 벼리면 대안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활동가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지, 또 ‘집’은 어떤 공간이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집은 몸의 안식과 영혼의 휴식을 취하는, 나만의 동굴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나만의 아늑한 공간이 될 수 있으려면 집은 내가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내 자리’여야 하겠지요. 그 집에 어떤 형태로 살고 있던 간에 상관없이 말이에요. 그리고 그것은 누구도 해칠 수 없는 나의 권리이고요. 또 집을 생각할 때는 현관문 안쪽 공간만 떠오르지는 않는 것 같아요. 내 집이 있는 거리, 동네, 도시에서도 그 공간을 구성하는 누구든 자신의 살 자리를 위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과 제도도 이를 위해 존재해야 하겠고요. 집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이 어떤 이도 쫓아내지 못하는 공간이 제가 바라는 집과 도시입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청소년에게도 집이 필요하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이하 온)’은 청소년의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원가족의 폭력, 방임 등으로 집을 떠난 청소년들에게도 분명 집이 필요하지만, 이들을 위한 정책이 미비한 상황인데요.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가정 밖 청소년주거권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참여해 현실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온’의 시연 활동가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시연 활동가님, 안녕하세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에서 주요하게 어떤 일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에서 활동하는 시연입니다. 온은 청소년 지원 현장, 인권단체, 법률단체, 개인 활동가 등의 다양한 단위가 모여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어요. 각 단위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별도의 사무국이 있고요. 저는 사무국에서 온의 전반적인 사업을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어요.
청소년주거권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온에서 활동하기 이전에 청년맞춤형 지원사업을 하는 현장에서 주로 후기 청소년*을 직접 지원하는 활동을 했었어요. ‘한 달 만이라도 일을 해보자’ 라는 저의 회유에 한 청(소)년이 ‘계속 있을 수 있는 집이 없는데 어떻게 출퇴근을 해요’ 라고 하셨어요. 순간 머리가 띵 했어요. 안정적인 집이 기반이 되어야 뭐든 해볼 수 있는 거구나 싶었죠. 누구나 ‘집 다운 집’이 필요한데, 청소년도 당연하게 요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구차하고 불쌍해보이는 설명 없이요.
※후기 청소년: 만 19~24세의 청소년으로, 여기에서는 학업, 취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대 초반의 청소년을 일컫는다.
탈가정청소년들이 마주하는 주거위기는 현재 어떠한지요? 청소년들과 직접 만나면서 체감하는 현실은 어떠한지 자세히 들려주세요.
청소년들의 주거위기는 탈가정을 하기 이전부터 계속 있었어요.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탈가정을 결심하지 않아요. 가정에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보호자의 폭력이 행해지죠. 청소년은 때로 참거나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요. 타협, 순종, 버티기… 그러다 도저히 참기 어려워지는 ‘내가 나다울 수 없는 순간’이 오는거죠. 거리는 성착취, 범죄 피해, 물리적 폭력 등 각종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에요. PC방, 찜질방, 상가 계단, 모텔과 같은 곳에서 전전하게 되고, 운이 좋아 지인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더라도 눈치 보느라 쪼그라드는 삶이죠. 근데 그것도 잠시뿐이에요. 돈이 조금 있다면 고시원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물리적 공간 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작아지게 만드는 곳이라고 해요. 그렇게 탈가정청소년들은 각자도생으로 버티고 생존해오고 있어요.
2024년 온이 가장 주력한 활동은 무엇인지, 활동의 성과로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탈가정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국가 주거 정책은 없는데, 집이 필요한 10대 청소년들을 계속 만나다보니 답답했었거든요. 방법을 찾고 싶었죠. 그래서 ‘10대 청소년 주거지원’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2024년에 고민하며 준비하고 기획했던 시간을 보냈어요. 청소년 현장 지원 기관들과 수차례 기획회의롤 통해 사업의 필요성을 점검하고 각종 인적, 재정적 자원을 준비했어요. 청소년 이동쉼터 등 청소년 현장 지원기관과 연합하여 아웃리치를 통해 주거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을 모집하기도 했지요. 뿐만 아니라 앞으로 청소년의 주거지원을 하는 데 있어서 ‘돌봄’ 지원에 대한 논의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와 관련된 연구에도 발을 떼었답니다. 청소년 주거지원 모델을 만들어가보려고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활동이죠?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청소년주거권을 주제로 책 출간(텀블벅 펀딩)과 연극 등을 진행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주거권 의제를 나누고 계신데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탈가정청소년의 시설 이야기를 다룬 연극 <모두에게>, 두 권의 책 <청소년주거권 수다회, 3년의 기록: 집 밖에서 집을 찾다>, <청소년주거권 수다회, 희곡: 내 숨이 내 발등에 닿을 때>로 시민 분들을 만났어요. 사실 대중에게 ‘청소년주거권’ 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고 낯선 느낌일 것 같아요. 도대체 청소년에게 주거권이 있다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건 그렇지만… 싶은 여러 가지 의문이 남기도 하고요. 어떤 분께서 그동안 대중 미디어 매체를 통해 소비되었던 ‘위험(혹은 위기) 청소년’에 대한 이미지가 걷히고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본인의 청소년기가 떠오르며 ‘사실은 나의, 그래서 누구나의 권리로 이야기 되어야 하는구나’ 깨달으시며 후원회원이 되신 분도 계셨죠. 온은 앞으로도 대중시민과 만나며 사회에 계속해서 청소년주거권이라는 언어와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온과 교류를 이어가는지, 또 온과 교류하면서 어떤 변화를 경험했을지 궁금합니다.
네 그럼요. 청소년들과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고 있어요. 오래 활동을 해오다보니 20대가 된 이들도 많이 있요. 온에는 ‘오너’라는 청소년주거권 운동을 함께 하는 당사자 활동가 조직이 있는데요. ‘오너’ 분들은 청소년주거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 하세요. 토론회나 간담회 등에서 발제를 하거나 강의도 하고요. 캠페인 부스에서 청소년주거권을 알리거나 각종 행사에 스텝으로 참여하기도 하죠. 당사자 활동가의 목소리와 참여를 확보하고 계속해서 확장해가는 것은 온의 중요한 지향점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10대에 청소년주거권운동을 함께 하셨고, 지금은 20대가 된 분께서 “온에서 한 번씩 연락 주시면 생각이 참 많아져요. 밖에서 어떻게 생각하든, 서로 위하고 간절했던 마음들이 아직도 생생해서 따뜻해집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서로가 서로의 곁이 되어주며 계속해서 청소년주거권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오너 분들과 같이 밥을 먹거나 김장을 담그기도 했는데요. 올해는 더 자주 재미난 일들로 모여보려고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가정 밖 청소년주거권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진행하셨는데요, 탈가정청소년 지원정책의 사각지대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청소년 정책에는 집이 없고 주거 정책에는 청소년이 없다’ 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과 같은 곳에서 주거지원에 연령 제한을 두고 있어요. 국가가 청소년은 주거권의 주체로 보고 있지 않죠. ‘위기청소년’에 대한 지원으로 쉼터와 같은 시설이 있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시설은 임시적인 대안일 뿐 ‘집’이 될 수 없어요. 게다가 ‘원가정 복귀’를 전제로 하고 운영하고 있죠.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은 낯선 이들과 한 곳에서 지내며 규칙과 통제가 강조되는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있어요.
탈가정청소년을 위해 논의되고 있는 공공정책이 있다면 무엇인지, 또 어떤 지원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공공정책이 너무 없어서 많이 확대되고 생겨나야 하는 현실입니다. 한 가지만 말해보자면, ‘시설 퇴소 청소년 공공임대주택’ 지원 사업이 있어요. 2년 이상 시설에 거주했던 청소년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는 제도인데요. 사실 이마저도 18세 이상 청소년만 신청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죠. 그런데 2023년에 전국에서 이 제도로 주거지원을 받은 인원은 40건밖에 되지 않아요. 매년 쉼터를 퇴소하는 인원이 4천여 명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비율이죠. 여전히 시설을 퇴소한 청소년들 중 많은 수는 비적정주거에 거주하는 주거위기 상황에 놓여있어요. 까다로운 신청절차와 2년 이상을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에 가로막혀 청소년들에게 이 정책은 사실상 도움이 되고 있지 않아요. 청소년의 욕구와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주거정책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만나다 보면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에 좌절한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청소년주거권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한 줌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이 작아보이는 우리의 운동이 과연 힘이 있을까?’ 싶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뭐 하나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면 계속 이 운동을 같이 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 같아요. 주거권 운동을 하는 곳에 찾아가서 청소년도 같이 하자고 한다거나, 청소년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린다거나 해요. 시설을 운영하면서도 청소년주거권 운동을 같이 하려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힘이 나기도 하고요. 계속 같은 편인 것 같은 사람들을 탐색하는 거죠. ‘우리 같이 하자!’라고 요청하거나 제안받게 될 때면 없던 힘도 나는 것 같이 신나요.
활동가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지, 또 ‘집’은 어떤 공간이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집은 쉼을 잘 누릴 수 있는 곳이에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에서의 활동은 늘 새로운 에너지와 역량을 요구받게 돼요. 인권운동을 하는 곳이 대개 그러겠지만 매년 하는 일이 새롭고 매일 마주하는 일들이 때론 벅차기도 하죠. 그렇게 활동하며 에너지를 힘껏 쏟아붓고 나서는 충전을 잘하는 것이 너무 필요해요. 집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나에게만 집중하며 쉴 수 있어요. 지금 내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어떻구나 살피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나를 잘 돌보고 충전해서 또 신나게 활동하러 나가요. 한 청소년분이 ‘밖에서 사람들과 일에 치여 긴장하며 있었다가도 집에 돌아와서는 마음껏 울 수 있고 대자로 뻗어 누워 뒹굴거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모두에게 집은 온전히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충전소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재단, 주거위기청년들을 위한 든든한 한 사람
아름다운재단은 주거위기 상황에 놓인 청년들에게 고시원 등 임시거처 월세를 약 3개월 간 단기 지원하는 ‘긴급주거지원’, 공공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주거위기 극복을 위해 추가 지원이 필요한 청년에게는 맞춤형 통합지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청년들이 마음 편히 방문해 쉬어갈 수 있는 ‘청년, 공간’을 서울 영등포구에 오픈했어요. 아름다운재단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 담당자인 전서영 매니저에게 주거지원사업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서영 매니저님, 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에서 주요하게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배분)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전서영 매니저입니다. 사회문제의 사각지대를 발굴해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고 확장하기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공익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기획/실행하며 운영관리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게 된 동기나 계기가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들을 돕는 단체에서 봉사하면서 치료비 지원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후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하던 이른둥이 치료비 지원사업을 알게 되어 입사 후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아동, 청(소)년 대상의 배분사업을 주로 담당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2년간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계신데요,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2015년부터 3년 가족이나 사회와 지지체계가 끊어지거나 약해 거리에 노출되어 있는 노숙 및 배회하는 청소년을 지원하는 단체들을 돕는 ‘사각지대 청소년 단체 지원사업’을 진행했어요. 캠핑카를 통한 아웃리치(한빛청소년대안센터), 이동형 버스를 이용한 의료 특화형 아웃리치(의정부시이동형쉼터 포텐)를 진행하며 ‘거리청소년’의 안전망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아웃리치: ‘밖으로 나가(out) 서비스가 가능하게 한다(reach)’는 의미로 청소년이 있는 거리 현장에 나가 직접적이고도 긴급 지원을 제공하는 활동
이후에도 자립준비청년, 청소년복지시설 퇴소(경계선지능)청소년, 청소년부모 등을 위한 주거기반 통합 지원사업을 진행해왔는데요. 2023년 신규사업을 개발하던 중 사회지원이 미비해 노숙위기에 놓인 청년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현장단체, 배분위원 자문을 통해 노숙위기 상황의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실태조사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간 재단 지원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2년 간 주거위기청년들을 지원하시다보면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청년들이 자립할 때 가장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주거지원이에요. 기본적인 주거가 준비되지 않으면 본인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고 생활하며 안정적인 자립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학대나 방임으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거나, 그 외에도 청년을 둘러싼 여의치 않은 상황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들어요. 위험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니 경제적, 심리정서적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주거지원이 필요한 이유에요.
노숙은 신분이 아니다. 힘든 시기 지나는 청년들일 뿐 – 2024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
주거위기청년들이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청년, 공간’을 오픈하셨는데요. 샤워실이나 개방감있는 공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년, 공간’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공간을 만들면서 주요하게 고려한 부분을 알려주세요.
노숙위기청년들이 보다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배려받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어요. 노숙위기청년들은 고시원, 반지하 등 좁고 창문조차 없는 열악한 곳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방감 있게 창문을 배치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했고요. 좁은 공간에 있어서 스트레칭을 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간단히 운동할 수 있는 공간과 피곤한 몸을 잠시나마 누일 수 있는 낮잠 공간도 따로 조성했어요. 무엇보다 거리에서 생활하다 보면 잘 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1인 샤워실이나 세탁실을 만들어 언제든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방공간에서는 함께 음식을 만들어먹고 정리해보며 주거지원 이후 살림을 잘 이어가기 위해 관리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 중 긴급지원과 개별맞춤형 지원을 함께 진행하시는 것이 눈에 띕니다. 긴급지원과 맞춤형 지원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은 ‘청년, 공간’에서의 만남을 시작으로 혼자 집을 알아보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청년들을 위해 동행 지원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긴급주거지원’의 경우 머물 곳이 없는 위기 상황에 놓인 청년들에게 고시원 등 임시 거처의 월세를 약 3개월간 단기 지원하고 있어요. 필요한 공공 자원을 연계하며 빠른 위기 개입을 통해 안정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때 공공의 지원을 받을 수 없거나, 청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복합적인 경우 1년 이상의 ‘주거 기반 개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거를 유지하며 건강한 자립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소개하고 싶은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거리나 지인집, PC방, 빨래방을 전전하거나 월세가 밀려 쫒겨날 상황에 있는 청년들이 지원을 통해 주거지가 안정되면 무기력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해보며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되는 것을 보게 됐어요. 일례로 실직 후 임대료 미납으로 강제퇴거 상황이었던 한 청년은 긴급주거지원으로 임시거주지(고시원)를 마련하고 취업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게 된 경우도 있었고요. 타 시설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던 청년은 쉬고 싶은 날에도 특정한 시간에는 시설에 있을 수 없어서 무조건 나갔어야 했는데, 편히 쉴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생기니 공황장애 증상도 줄고 안정감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청년 대부분이 본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동행지원으로 정부의 긴급복지지원 생계비 지원신청을 하게 되어 급한 상황에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늘어나는 부채에 무기력했던 청년은 채무조정신청으로 다시 일을 시작해 주거지 마련을 위한 생활비를 조금씩 모아가는 등 필요한 공공자원 연계로 어려움을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주거위기청년들을 위한 공공 지원도 절실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현재 지원의 사각지대는 어떠한지, 또 어떤 공공지원이 확대되어야 할지 궁금합니다.
청년들의 주거지를 탐색하며 지원하다보면 노숙위기청년에게 공급되는 주택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또 공공자원을 연계하기 어렵거나, 입주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주거지가 마련되었다고 하더라도 주거급여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거지를 유지하기도 어렵고요. 지금보다 공공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노숙 시설들은 대부분 중장년의 노숙인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청년들이 머물거나,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는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노숙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재진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현장에 자원이 투입되어 주거위기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여러 장치나 지원책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의 현실을 살피다 보면,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에 좌절한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사업을 이어가는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원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변화를 느낄 때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사업을 만난 이후 사업 참여자들의 삶이 변하는 것을 보고 듣게 될 때나, 지원사업이 의미있는 시도가 되어 민간이나 공공에서의 지원 확대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게 될 때 현장단체의 전문성과 아름다운재단의 노하우, 가치를 담은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에너지를 얻게 되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매니저님께 집은 어떤 의미인지, 또 ‘집’은 어떤 공간이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집’은 마주하는 삶의 고단함을 덜어주는 저만의 쉴 곳이자 머물 곳이 되어주는 공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하루를 마치고 습관처럼 ‘집’으로 가면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일 같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어디서 내 한몸 누이고 쉬어야 할 지를 늘 생각해야 한다면 얼마나 지치고 힘들까’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청년들이 이런 고민을 내려놓고 편히 ‘집’에서 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