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는 커피입니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에서 기부 회원과 소통하며 기부의 가치를 알리고 있는 최율 매니저입니다. 여러 기부회원과 소통하다 보면 즐거움을 더 키우기 위해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정기 기부를 꾸준히 하면서도 생일과 같은 기쁜 날을 기부로 연결하거나 직장 동료들과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기부로 연결하는 기부회원이 있거든요.

기부회원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저도 즐거운 방법으로 기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눔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기부 회원과 소통하는 것은 의미 있고 보람도 있지만, 저에게는 업무이자 루틴한 일이다 보니 일적인 관점으로 기부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부를 관성적으로 이어가게 되더라고요. 

‘일’로 바라보는 기부에서 벗어나 즐겁게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부금을 입장에서만 보지 말고 다른 시선에서 기부를 바라볼 필요는 없을까? 즐거운 기부를 위해 여러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즐겁게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었어요.

방법은 지금 당장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가진 취미활동 중 커피가 생각나더라고요. 15년 동안 커피는 저에게 가장 즐거운 취미였거든요. 매일 커피 내리고, 로스팅하고 맛을 평가하면서 얻은 경험을 동료와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았어요. 

‘일’과 달리 ‘취미’라는 단어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크게 의식할 필요도 없고, 성과를 꼭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정을 반드시 맞춰야 할 필요도 없어요. 잘 해내야만 한다는 강박도 없고 불편하거나 다급하지도 않아요. 책임 지거나 비난받을 일도 없으니 취미는 온전히 즐거운 단어로 느껴집니다. 이 즐거운 취미로 동료들을 만나보면 일상에 어떤 활력이 생길지 궁금해졌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커피, 같이 내려드릴까요?’ 

출근길 커피는 직장인들의 생존템이라고도 하죠? 실제로 아침이면 출근 시간 텀블러를 들고 출근하는 동료들이 제법 많아요. 아름다운재단 1층 휴게실에 있는 커피 머신이 가장 바쁠 때도 아침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입니다. 커피를 나눔 하기 좋은 시간도 그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출근 시간 아침, 그리고 점심에 커피를 내리기 전 동료들에게 무작정 물었습니다. 

지금 저도 커피 내려 마실건데 같이 내려드릴까요?’

정말요? 고맙습니다.

평소 이야기할 기회가 적었던 동료였음에도 커피 제안을 수락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커피 내릴 때 한두 마디 이야기하는 찰나에 소원했던 실타래를 대화로 풀기도 했고 커피 나눔에 대해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아! 물론, 사양하는 동료도 있긴 했지만 거절은 더 나은 제안을 위한 훌륭한 경험이라 생각하며 꾸준히 동료들에게 커피 나눔을 시도했습니다. 

처음 꺼내는 말 한마디가 어려웠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며 점점 커피를 나눠마시는 빈도가 많아지다 보니 저 스스로에게도 커피 나눔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가끔은 집에서 마시고 있는 맛있는 커피를 가져와 동료들과 나눠 마시면서 커피가 가진 다양한 맛을 알려주기도 했어요. 그렇게 커피를 나눠 마시다 보니 커피를 주제로 이야기가 잦아지기 시작했고 커피에 대해 관심 많은 동료들이 재단 안에도 제법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에는 구성원들이 학습이나 취미로 소규모 조직을 운영하며 함께 성장하는 비안비(비영리안의 비영리)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비안비를 활용해서 더 다양하고 맛있는 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커피 모임을 기획하고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3년 간 이어온 커.미.모! 

커피모임은 커.미.모(커피로 미적감각을 향상시키는 모임)라고 지어봤어요. 인원은 최대 10명! 혼자 모임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했기에 사람 수가 너무 많으면 어려울듯해서 최대 10명으로 잡았고 업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했습니다. 사내 게시판을 중심으로 홍보도 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동료들에게 대면 홍보도 진행했어요.

커미모 모임 사진

커.미.모에 참여한 동료들은 커피에 대한 지식,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방법 등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와 추출 역량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커피에 대한 지식도 학습하고 싶고, 커피도 잘 내리고 싶은 기대가 있는 거죠. 그러려면 먼저 커피라는 원재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했습니다. 커피가 어떻게 생산되고 가공되어 우리 입까지 오게 되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면 좋으니까요. 그래서 기본 이론교육부터 진행했습니다.

커피의 품종부터 커피가 생산되어 우리 입까지 오게 되는 경로, 그리고 왜 커피 가격이 다른지, 커피는 왜 재배 지역마다 다른 맛이 있는지 등을 간략하게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커피가 가진 다양한 향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집에 있는 아로마 키트도 준비해서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커피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해서 별로 서로 다른 특징을 느껴볼 수 있도록 시음하는 시간도 가져봤어요.

“그동안 시중에서 사 마시던 커피에 다양한 향미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어 좋았어요.”

“커피가 서로 다른 맛이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제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커피 모임을 통해 커피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피드백이나 맛과 향이 다채롭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을 듣고 나니 모임을 진행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커피 모임을 진행하면서 동료들과 커피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커피를 주제로 한 여행, 커피 자격증, 커피 추출 방식 등 커피의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그렇게 커.미.모를 3년 동안 운영하다 보니 커피를 주제로 한 모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모임 진행 인원도 3명이나 늘었지요.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니 커피에 대한 대화의 폭과 깊이, 그리고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졌어요. 그리고 이야기뿐만 아니라 혼자서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게샤파티, 커피로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낸 일들

좋은 건 나눌수록 배가 된다는 말처럼, 커.미.모로 느끼는 행복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다양한 커피를 더 많은 동료들에게 알리고 경험할 수 있도 커피 나눔 행사를 만들어보기로 했죠! 

좋은 커피를 내려서 동료들에게 나누고, 동료들에게 소정의 비용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 비용은 전액 기부하고요!  비용은 1,000원을 기본으로 하되 행사 취지나 커피 맛이 좋으면 +a를 낼 수 있도록 했요. 그렇게 모인 금액은 아름다운재단의 ‘아름다운재단만들기’기금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서 행사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에 예약제로 1팀당 20분, 최대 3명으로 제한을 두고 접수를 어요. 포스터도 만들고 사내 게시판에도 홍보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대면으로 열심히 세일즈 했습니다. 업무시간을 방해하면 안 되기에 행사 시간은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2시간으로 제한했습니다.

커피 나눔 행사 포스터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게샤 빌리지 커피 6종으로 준비했는데요. 게샤(GESHA)는 에티오피아의 지역 이름입니다. 이곳의 토착 품종이 파나마로 이식, 재배되어 커피 경연 대회에 출품되었는데 3년 동안 독보적 1위를 차지하면서 전 세계 커피인들의 관심을 사로잡게 됩니다. 바로 그 커피가 최근 비싼 커피로 유명해진 게이샤(GEISHA)입니다. 파나마 게이샤에 비해 에티오피아 게샤 커피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맛은 뛰어나 이번 커피 나눔 행사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게샤커피 6종이기에 커피 행사 이름도 게샤 파티!

준비는 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관심에 행사 현장의 반응도 매우 뜨거웠습니다. 참여한 동료들 모두 기본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했어요. 첫 게샤파티는 10만 원의 금액이 모였고, 행사 당일 업무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앵콜게샤파티’를 또 준비했습니다. 처음 행사 때보다 더 유연한 준비로 행사를 진행했고 참석한 동료들은 첫 행사보다 더 많은 15만 원이 모였습니다.

행사를 통해 모은 25만 원은 약속한 대로 ‘아름다운재단만들기’기금에 기부했습니다. 당연히 사내 게시판에도 공유했고요. 적은 비용이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나눔의 선순환을 경험했습니다. 일 말고 좋아하는 취미를 통해 나눔을 실천했고 그 나눔에 반응한 동료들은 자신의 시간, 열정을 모아 나눔 행사를 만들어냈습니다. 행사 취지에 공감한 동료들은 흔쾌히 자신의 비용을 나눴고 그 돈은 기부로 이어졌습니다.

커피라는 취미로 사람들을 연결하면서 소소하지만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공익활동이라는 것도 낯설고 거창한 게 아니라, 일상에서 해내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을 모으는 대서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커.미.모는 올해도 일상 속 나눔, 즐거움을 찾아보겠습니다. 다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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