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과 마케팅, 어떤 조합일까?

안녕하세요. 저는 아름다운재단에서 자립준비청년 지원 ‘열여덟 어른’ 캠페인, 치매가정지원캠페인 ‘이름을 잊어도’ 등 캠페인 기획에 참여한 공익마케터 이지희 팀장입니다. 비영리와 마케팅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아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핵심적인 문제 해결 메시지를 도출하는 것이 마케팅의 중요한 과정이라면 비영리 마케팅은 거기에 공익적 가치와 지향을 더해 사회 변화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것이 아름다운재단 공익 마케팅 실무자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비영리 업무의 특성상, 영리 마케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실무자로서 ‘아름다운재단이 지향하는 공익적 가치를 캠페인을 통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참신한 방안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큰 기쁨이기도 합니다. 고민과 기쁨을 함께 안고 있는 이 매력적인 일을 해내기 위해 일상적으로 어떤 습관을 기르고 있는지 공유하고 싶어요. 더불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팁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숨 쉬듯 아이디어를 내는 감각

소제목만 보면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숨 쉬듯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그런 감각을 갖춘 말랑한 사고를 꿈꾸며 노력하는 평범한 기획자죠. 일본 디자인 회사 넨도(nendo)의 디자인 발상법을 다룬 책 <넨도의 문제해결 연구소>에서는 디자인은 멋지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내고 전달하는 것이 디자인이며, 일상 속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가질 때 진짜 문제 해결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죠. 전 이 말에 완전히 공감했습니다. 제가 하는 비영리 마케팅도 같은 맥락이거든요. 익숙한 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예상치 못했던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하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이러한 감각을 날카롭게 다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억은 잊어도 메모는 영원합니다

모두가 그렇듯 하루아침에 대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일 꾸준히 감각을 익혀 나간다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멋진 아이디어가 탄생할 거예요. 저는 SNS를 거의 일과 관련된 내용만 수집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고요. 매일 아침 출근길에 SNS에 들어가서. 팔로우하는 광고, 마케팅, 브랜딩, 기업 계정에서 올라온 새 게시글을 빠르게 훑어보죠. 그리고 그중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글이 있으면 바로 저장하거나 캡처해둡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죠? 그냥 캡처만 해놓으면 나중에 이걸 왜 저장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많다는 거요.😂 그래서 저는 캡처한 이미지에 떠오른 생각을 바로 적어두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 떠오른 단어나 문장을 간단히 메모
  • 해당 게시글에서 좋다고 느낀 점, 혹은 궁금한 점을 기록
  • 때로는 팀 채팅방에 공유&토론 

제가 수집하는 게시글의 종류는 다양해요. 마케팅·브랜딩 사례뿐만 아니라, 일과 삶에 대한 통찰을 주는 글들도 포함됩니다. 지금부터 제가 즐겨보는 채널과 인상 깊었던 게시글 몇 가지를 소개해볼게요! 😊

  • 인스타그램 채널  
    • @japan.commercial 다양한 영감을 주는 일본 광고 소재를 공유하는 채널. 한국과는 또 다른 감각의 광고물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추천!)
    • @writing.pm 일상과 마케팅을 바라보는 기획자의 시선을 기록하는 채널. 특히 일상에서 수집한 인사이트들이 재미있어요. 
    • @biscit.co.kr 마케팅 브랜드 실무자가 참고하기 좋은 레퍼런스를 소개해 주는 채널. 매주 새로운 마케팅&브랜드 뉴스를 올려줘서 좋습니다. 
    • @folin_co 뉴스레터 폴인의 채널. 지금 직장인들이 가장 관심 갖는 인사이트는 무엇일지 동향을 알 수 있다고 할까요? 나도 궁금하면 내 동료도 궁금할 테니, 동료와 함께 더 잘 일하기 위해 관심 갖는 채널입니다.  
    • @marketingfactory_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너~무 유명한  @stussygo의 서브 채널 

  • 부끄럽지만 공개해 보는 나의 메모 📝(아직 얕은 생각이지만 언젠가 아이디어로 연결되길..!

                                 

아이디어로 나오는 짜릿한 순간을 맛봐요.

꾸준히 공부하며 말랑한 사고를 길러왔다면,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뿅! 하고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텐데요. 특히 과업의 수위가 높고 난관이 많을 수록 말랑한 사고가 필요한 것 같아요. 다행히 저도 그런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사례 연구와 팀원들과의 아이데이션을 거쳐 완성된 두 가지 프로젝트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사례  <열여덟 어른>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 프로젝트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하며 미디어에서 자립준비청년 캐릭터가 부정적인 캐릭터로 소비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 문제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죠. 당시 저와 팀은 이 문제를 ‘잘’ 알리기 위한 기획을 시작했고 시작하자마자 여러 난관에 마주하게 됩니다. 😫

📌 미션: 미디어에서 부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자립준비청년 캐릭터에 대해 잘 알리기 
📌 아이데이션 과정 
(1) 창작자와 미디어 비판으로 보일 수 있음 -> 긍정적인 메시지 도출 
(2)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당사자 보호 필요 -> 당사자와 대중의 인식 간극 줄이기 
(3) 미디어만 잘 하면 되는 문제로 보일 수 있음 -> 미디어, 창작자, 대중 누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 을 생각하도록  
(4) ‘그래서 어떻게 해달라고?’에 대한 답 필요–> 풍부한 사례 조사와 당사자 참여로 보통의 청춘 모습 전달  

💡 아이디어 도출
아이디어의 시작은 우연히 본 <노예 12년> 의 스틸컷과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웃고 있는 일러스트였어요. 동일한 장면의 영화 스틸 컷과 달리 두 주인공이 웃고 있는 모습의 일러스트를 보며 사람이 사람을 동등하게 마주하는 것과 미소 한 번, 따스한 말 한마디가 주는 위로와 희망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그렇게 두 이미지를 보고 무릎을 탁!치며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자립준비청년 당사자가 미디어 속 자립준비청년 캐릭터를 긍정적으로 패러디하는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 프로젝트였습니다. 자립준비청년 캐릭터는 주로 부정적인 상황과 서사 속에서 소비되어 왔지만, 당사자로서 우리는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혹은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그리고 싶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직접 캐릭터를 창작하며 새로운 시각을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흔하게 사용된 클리셰가 아닌 다른 시각의 메시지를 보여주어 누구든 ‘뜨끔’하는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더 나아가, 이 프로젝트는 당사자 중심의 긍정적인 애드보커시 활동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4년의 활동을 담은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북을 전달하며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주안점: 우리 프로젝트의 핵심은 “당사자의 말은 힘이 세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옳은 말이라 해도,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그 화살은 다시 당사자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되,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 공감을 이끌어내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 균형점이 한 마디로 ‘뜨끔’하게 하는 수위였고요. 이 수위를 조절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아이디어로 풀어내야 하는 숙제였어요. 

팀 회의에서 툭 던진 아이디어를 하나씩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 만큼이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동료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죠. 어떻게 보면 사진 한 장으로 뭘 그렇게 까지 상상을 해?라고 할 수 있지만 주 기획자가 느낀 감정과 전달하고픈 모습을 함께 상상하고 때론 냉정하지만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작은 아이디어가 실제로 실행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려면, 내가 하는 일 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일에도 유연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고요. 기획자로서 꾸준히 말랑한 사고를 길러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

그러니 계속해서..

마지막으로, 제가 일에 대한 통찰을 얻었던, 그리고 항상 되새기는 광고 문구와 책의 한 구절이 있어요. 두 문구 모두 일에 대한 어려움 속에서도 배움을 갈망하는 태도를 담고 있죠.

Yukimasa Ida 전시 포스터 @japan.commercial

 

<반 고흐, 영혼의 편지> @rich_dadc

저는 이 글을 볼 때마다 두근거리고, 제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겸손함을 되새기게 돼요. 그래서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아름다운재단다운 공익 마케팅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재단이 전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리고 조금이라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재단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보다 더 성공적인 마케팅이 있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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