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2일 서울 청년문화공간JU에서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결과공유회를 열었습니다. 지원사업에 참여한 24개의 비영리단체 활동가가 모여 한 해의 활동을 돌아보았습니다. 2024년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어떤 이야기를 남겼을까요?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굴, 변화를 이끌어온 활동가들을 만나보겠습니다.
“한 해 동안 이끌어온 변화의시나리오를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합니다. 이 자리가 2024년 만들어낸 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힘과 의지가 되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인식개선, 제도변화, 토대 마련 등 크고 작은 변화를 위해 큰 노력을 해주신 여러분 정말 멋집니다. 사회변화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우리가 모인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재단 공익사업팀 박정옥 팀장과 임동준 매니저의 인사말로 공유회의 막이 올랐습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다
‘해외주민운동연대(KOCO)’의 활동가가 첫 번째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3년 간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을 통해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24년에는 공익청년, 공익시민 양성 프로젝트로 미얀마 청년들을 만났죠.”
미얀마 민주주의의 토대가 될 청년활동가 양성의 경험을 나눈 해외주민운동연대는 군부 쿠데타로 위기를 맞은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염원을 알리며,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 끊임없는 연대를 이어나갈 것을 강조했습니다.
‘성공회용산나눔의집’은 외국인가정 자녀 체류권 증진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외국인가정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해야 한국에 남을 수 있는데,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되고 있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구체적 내용을 담은 리플릿을 만들어 배포했어요.”
<외국인가정 자녀의 진로 계획을 위한 정보> 리플릿과 함께 이주 배경 청소년과 학부모, 진로진학 선생님이 참여한 토론회를 열어 정책 필요성을 공론화하기도 했습니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는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전부 개정안 발의’를 위한 노력의 과정을 들려주었습니다.
“개선되지 않은 저상버스 예외노선 문제를 해결하고자 6개 지역의 노선을 실사했고, 5개 노선 지정 해제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사업 채택을 끌어냈습니다.”
국토교통부 예산 반영 약속을 받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리의 질적 변화를 이끈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의 적극적인 활동에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직장갑질 119’는 ‘직장인 젠더 폭력 경험 및 젠더감수성 지수 연속 조사’를 2023년에 이어 진행했습니다.
“A부터 F까지 젠더 감수성 지표 중 23년에는 C등급이 나왔는데, 24년에는 D로 등급이 낮아졌어요. 스토킹처벌법,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직장 내에서 성희롱, 스토킹 등 ‘젠더폭력’은 여전하고요. 이 결과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어떤 것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어떻게 제도 개선을 해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자 프로젝트’를 진행한 ‘시민활동 플랫폼 빠띠’는 한 시민단체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있었던 재미있는 경험에 대해 들려주었습니다.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성적표로 만들고 싶다는 시민단체가 있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공동발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의정활동을 성적표로 만들었는데 공익데이터가 사회의 방향을 읽어 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도전이 변화의 씨앗임을 믿기에 단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공익정보센터 블루닷’은 농촌 마을에서 겪고 있는 환경피해 문제를 위한 실행과 연구를,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는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 지원 활동가 상담사 기초 양성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고, ‘한국여성민우회’는 수천 편의 OTT를 검토, 폭력장면, 중·고령 캐릭터 모니터링으로 폭력의 문제성을 자세히 분석, 검토했습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비영리단체를 위한 개인정보 안전성 확보조치 이행 가이드>, <디지털 보안 가이드> 두 가지 가이드 책자를 발행해 시민사회단체가 상황에 맞는 개인정보 안전성을 확보하고 디지털 기기 보안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변화의 여정을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다
이번 결과공유회에는 활동가들이 만든 제작물이 많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진보네트워크의 서적을 비롯하여 공익정보센터 블루닷의 <변화를 만드는 지도 함께 공부하기>, 셰어의 <포괄적 임신중지 상담 지원 활동가, 상담사 기초 양성과정>,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사회적협동조합의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의 <시민국방백서>, 민달팽이 유니온의 <전월세 집도 내 집이다> 등 각 단체의 변화의 시나리오를 한 권의 책에 담은 것입니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활동가는 청년 세입자의 주거권을 위해 <전월세 집도 내 집이다>를 발행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청년이 처음 집을 구할 때의 두렵고 막막함을 이해하기에 집 구하기 노하우부터 마음 챙김까지 꼼꼼하게 담아냈습니다. 세입자를 위한, 세입자에 의한, 세입자가 쓴 가이드북이죠.”
시민들과 함께 <시민국방백서>를 쓴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는 <시민국방백서>가 국방부의 <국방백서> 대항마라며 자신감을 내보였습니다.
“국방백서를 시민들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 책입니다. 또, 국방백서에서 다루지 않는 한국군 역사와 군의 민주화 관련 내용을 담았죠. 원고 마감 막바지에 계엄사태가 터졌습니다. 긴급하게 준비하며 힘들기도 했는데 끝까지 함께 애써 준 분들 덕분에 무사히 책을 발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사회적협동조합’의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는 발달장애청년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네 번의 북토크를 했어요. 발달장애인과 이웃이 경계 없이 다정하게 연결되길 바라며 시작한 사부작 운동을 널리 알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정성이 담긴 책은 다정한 연대의 물꼬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쉬는 시간, 활동가들은 책을 나누고 살펴보며 ‘그동안의 애씀이 느껴진다.’,‘원고도 좋고 편집 디자인이 예쁘다.’,‘수준 높은 내용이 좋은 자극이 된다’라며 격려와 응원을 나누었습니다.
새로운 공익의 확산과 실천, 생활속의 활동이 돋보이다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는 이웃과 함께 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활동에도 주목해 왔습니다. 2024년에도 많은 시민단체가 변화를 위해 고민하며 성장했는데요.
휠체어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식당, 카페 정보가 집약된 앱을 개발한 ‘계단뿌셔클럽’은 서울 11개 주요 상권 29,000개 장소의 계단을 직접 실사했습니다.
“계단 방해 없는 식당이나 카페 정보를 담은 계단정복지도를 앱으로 서비스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계단이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이동 약자들에게 의미 있는 시작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산반빈곤센터’는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무연고 사망자와 저소득층 주민을 위해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의식을 지원하는 ‘공영장례’를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활동가는 “가난한 이들은 살아서도 차별을 받고 죽어서도 차별을 받습니다. 공영장례는 봉사가 아닌 장례복지권리이며 새로 쓰는 사회 계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공영장례가 전국으로 확산하기를 희망했습니다.
해안사구 보존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온 ‘제주자연의벗’은 왕나비와 모래지치 상봉 프로젝트로 왕나비를 키워 방사하는 활동을 벌였고,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은 청년부채 전문 상담사를 양성, 부채상담을 진행해 청년 채무자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끊어내는 데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도심 속 정원 활동으로 생태계와 공동체를 잇고 살피는 ‘마인드풀가드너스사회적협동조합’, 돌봄노동자의 삶을 그린 토론연극과 상영회로 돌봄노동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 호평을 이끈 ‘다른몸들’, 성별·나이·성 정체성·장애를 떠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고 인식변화 모색의 희망을 기록한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과 일상을 결합한 ‘섬띵피스’의 활동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공유회가 끝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 활동가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참 좋았다’라며 저마다의 소감을 전했습니다. 지원을 받아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생각을 하는 시민들을 만나 힘을 얻은 것도, 변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한 것입니다. 특히 어수선한 시국에 ‘내가 살고 있는 숲이 타고 있는데 내 나무만 바라보고 있어도 될까’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공유회를 통해 ‘이런 시간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내 나무를 튼튼히 가꾼다면 여러 나무가 모여 불타지 않는 숲이 되겠구나.’,‘많은 이들이 일상 속에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의미 없는 일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입을 모았습니다.
성패를 넘어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들과의 공감과 연대가 세상의 원동력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2024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지원사업 결과공유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신선하고 단단하며 거침없는 활동으로 귀가 솔깃한 변화의 주제를 고민하고 실행한 모든 활동가님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일상에 스며든 작은 변화를 멈추지 않는 여러분이 있는 한, 아름다운재단은 도전적인 공익활동 프로젝트를 지원, 공익활동 저변 확대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글: 김유진
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