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 후후레터를 통해 여러분과 만나고 있는 박주희 매니저입니다. 지난 2월 20일 나눔북스 ‘기부자를 움직이는 글쓰기’ 출간 기념 강의에 참여해 많은 분들을 만나뵈었어요. 주제는 ‘잠재기부회원을 타겟팅한 뉴스레터를 어떻게 써야하는가’였습니다.
단체마다 잠재기부회원을 다르게 정의하겠지만, 저는 ‘언젠가 아름다운재단과 만날 수 있는 사람들’로 생각합니다. 당장 기부로 인연을 맺지 않더라도 후후레터를 통해 공익이슈를 친근하게 느끼고, 활동가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레터를 운영해왔습니다.
후후레터를 누구에게 발송하는지 길게 설명한 이유, 글은 항상 읽는 사람을 염두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일기를 제외하고 보통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씁니다. 학업에서도, 일을 하면서도, 심지어 편지조차도 그렇죠. 보는 사람을 고려해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만큼 글쓰기는 이타적인 기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 아는 표현으로 가득한 글,‘ 우리’만 아는 이야기는 이타적인 글이라고 볼 수 없겠죠?
잠재기부회원을 생각하며 후후레터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강의 내용을 요약해 들려드릴게요.
✔️우선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1) 쉽게 쓰고
2) 사람을 등장시키고
3)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며 쓰자!
1. 들어가기 전, 왜 후후레터였을까요?
뉴스레터를 보통 이야기를 먼저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엔 이미 너무 많은 뉴스레터가 있어요. 우리 곁에서 일어난 일을 관점없이 써내려가기만 한다면, 이야기는 전달되지 않습니다. 어떤 목적을 두고 만들건지, 또 어떤 내용으로 채울건지 기획을 하고 써내려가야 해요.
후후레터의 목적은 ‘피부에 닿는 변화를 보여주자’였습니다. 보통 비영리단체들이 모금을 하고, 사람들은 기부에 참여합니다. 그리고나면 변화를 기대하죠. 물론 제깍제깍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는 더디게 바뀝니다. 그 지난한 과정 중에 기부자도, 활동가도 지칩니다. 저도 때론 그렇습니다. 그래서 레터를 통해서 ‘변화’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들을 공유하고, 매일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보며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공익생태계의 지속성이 늘어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후후레터를 발행할 때 왜 이 레터를 쓰는지 좀 더 쉽게 풀어서 작성했어요. 아까 말씀드린 ‘잠재기부회원’과 같은 단어는 등장하지 않죠? 관련 내용은 뒤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드릴게요.
후후레터는 변화의 증거를 전한다고 말씀드렸었잖아요. 물론 문제를 다룰 때도 많았지만 지금 얼마나 세상이 바뀌었는지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 왼쪽 ‘5년 간 달라진 투표환경’의 경우 장애인들의 투표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리스트업한 내용입니다. 그 모든 변화에 활동가들이 온몸으로 투쟁해온 역사가 담겨있는건 물론입니다.
오른쪽 이미지는 연말 특집으로 한 해 제가 메모장에 저장해두었거나 주목했던 변화들을 정리해서 소개한 내용입니다.
2. 후후레터 잘 알겠고… 글을 어떻게 쓰면 되나요?
1) 읽는 사람의 시각에서 생각해봐요. ‘이게 와닿을까?’
앞서 글은 이타적인 기술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어떤 글이 쉽게 술술 읽힌다면 글을 쓴 사람이 심혈을 기울였을 확률이 높습니다.
읽다가 뭔가 이해가 안돼서 넘어가버리거나, 스크롤을 쭈욱 내려버리지 않도록 후후레터는 최대한 읽는 사람의 시각에서 작성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지구온난화에 대해 쓴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어떻게 써야할까요?
보통 위와 같이 지구온도가 얼마나 올랐는지 통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관성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만으로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가 어렵습니다. 남 일처럼 느껴지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농업과 기후위기를 다룬 후후레터에서 당시 트위터에서 이야기되었던 ‘고춧가루 커넥션’이라는 말을 인용했습니다. 마침 김장철이었고, 좋은 고춧가루를 구하기가 참 어려운 시기였거든요.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이런 고춧가루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거란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가 극심해질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도록 미래 일기를 썼습니다. 이대로 가면 강원도에서는 사과가 나고, 제주에서는 망고가 나며, 김장은 어려워진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이주배경아동의 건강권 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주배경아동(이주아동)은 다문화가정·난민·귀화를 통한 중도입국 등 부모 혹은 본인이 국제 이주의 경험을 지닌 아동을 의미해요. 체류 비자가 있는 등록 이주민인 경우와 비자가 없는 미등록 이주민인 경우를 모두 아우릅니다. 문제는 건강보험 유무와 관계없이 이들이 병원에 쉽게 가기 어렵다는 거예요.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후후레터 구독자에게 어떻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래서 자녀나 조카가 있는 어른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로 서두를 열기로 했어요.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아기의 손톱을 깎아본 적, 있으신가요?’ 그 작고 조그마한 손에 상처라도 날까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 아이를 둔 양육자의 마음에 깊이 공감해주시길 바라며 글을 마저 써내려갔어요.
2) 사람이 보이면 흥미가 생겨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다보면 사람 이야기에 눈이 먼저 가요. 회사나 단체 계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이야기에 반응이 높은 편이죠. 사람이 보여야 신뢰를 하게 되고, 공감하게 됩니다. 나눔북스 ‘기부자를 움직이는 글쓰기’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몇 해 전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만일 멸종 위기에 처한 강아지 한 마리가 다르푸르에 있다면 미국인들이 다르푸르 분쟁에 주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옳았다. 심지어 사람이 아닌 한 생명체여도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 한 사람 또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여야 한다. 스토리가 전 세계의 기아 문제나 교육 위기에 관한 것이라면 그것은 진짜 스토리가 못 된다.”
광범위한 이슈를 다루기보다 실제 사람의 이야기를 등장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뜻인데요. 실제로 도보로 배달해 번 수익금으로 기부를 하는 뚜벅기부님의 이야기(후후레터 게재)와 정책변화를 이야기는 허진이 캠페이너(기부회원 뉴스레터 게재)의 이야기가 높은 반응을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3) 우리를 잠깐 지우고 문제의 본질부터
자, 마지막입니다! 여러분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글을 쓴다면, 담당하고 있는 일이나 소속된 곳의 존재를 가장 먼저 내보이고 싶을 때가 많을 거예요. 유념해야 할 점은 그 모든 것들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특히나 대중들이 봐야 하는 글을 쓴다면 꼭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글을 쓰는 ‘나’와 관련있는 대명사들을 지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실제 사례를 보여드릴게요. 아래의 글은 아름다운재단의 관점에서 쓴 글입니다. 아름다운재단과 무장애연대의 존재가 먼저 나오고, 왜 무장애 실내놀이터가 필요한지 작성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무장애연대는 무장애 실내놀이터 조성 사업을 함께하고 있어요. 최근 전염병 확산, 대기오염, 유해물질 검출 등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부분의 공공형 실내놀이터는 비장애아동만을 사용자로 고려하고 있어 장애아동뿐 아니라 장애가 있는 보호자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어왔습니다. |
재단 구성원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지만, 후후레터 구독자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본질인 ‘무장애 놀이터’의 필요성을 알리는데 집중했습니다. 누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를 먼저 쓰는게 아니라, 문제의 본질인 ‘놀이터’에 집중하고, 무장애 실내놀이터가 완공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일러스트로도 제작했습니다.
“키즈카페 없으면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다니까.” 친구들의 말을 듣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던 어린시절을 떠올려보게 됐어요. 혼자서 그네를 독점하려다 싸우기도 하고, 엉덩이가 들썩거릴 정도로 시소를 타며 박자감을 즐기기도 했죠. (중략) 키즈카페가 많아진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열린 공간이 아니더라고요.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입구, 트램펄린으로 가는데 보이는 수많은 방해물까지. 휠체어를 탄 장애아동과 보호자들은 입장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휠체어가 편히 드나들만큼 널찍한 입구가 있고, 손힘이 약한 아이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있다면, 기저귀도 편히 교체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면 어떨까요? (중략) |
늘 어려운 글쓰기지만… 같이 해봅시다!
긴 글인만큼 스크롤만 쭉 내린 분들을 위해 세 가지만 다시 전달드릴게요!
1) 쉽게 쓰고
2) 사람을 등장시키고
3)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며 쓰자!
짧은 글이지만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적어봤습니다. 읽는 사람을 고려하며 글을 써보려 했는데, 충분히 쉬웠는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 쓴 글도 같은 팀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어요.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땐 역시 곁에 있는 동료들이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거예요. 혹시나 글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마지막 4) 글을 마구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자! 를 기억해주세요.
그럼 저는 다음 후후레터로 또 인사드릴게요. 4월 후후레터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