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 사회변화팀에서 공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전서영 매니저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현장단체와 협력을 맺고 지원사업을 기획,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원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내용적 측면의 논의를 가장 많이 하게 되지만, 팀 안에서 중요하게 고민을 하는 것은 아름다운재단이 지향하는 가치와 관점이 담기도록 하는 일입니다.
타 민간단체 지원사업에 참여경험이 있었던 참여자들로부터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은 다른 단체와 달라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는 하는데요. 아름다운재단다운 가치와 관점을 지원사업에 녹이고 진행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담당자들이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재단다운 지원사업에 대한 이야기와 팀에서 고민한 흔적을 나눠봅니다.
변화를 만드는 연결의 시작,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탐색
지원사업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일은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찾는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원이 필요한 새로운 대상을 찾기도 하지만, 지원내용이나 진행방식을 차별화해 지원 영역을 확장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될 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에 현장이나 전문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참여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많이 듣고자 노력합니다. 이를 통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지원되어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찾고 지원사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2001년 ‘일본군위안부’피해자인 故 김군자 할머니가 출연한 기금으로 시작한 자립준비청년 대상 지원사업의 경우 현재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 민간단체에서 자립준비청년 대상의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2001년 당시 자립준비청년은 지금처럼 누구도 주목하지 못한 사각지대였습니다.
같은 대상이지만 여러 영역, 방식으로 확장해나가며 지원사업으로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으로 오랜기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장학생들과 만나면서 들은 이야기, 당사자나 그를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사각지대를 찾게 되어 ‘비진학청년’ 대상의 ‘청년 자립정착꿈 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퇴소 후 대다수는 생계를 위해 대학진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와는 무관하게 시설과 연결된 공장 등으로 일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비진학 청년들에 주목하게 되었고 지원사업 개발까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교육비, 주거비 등 기본 지원에서 좀 더 영역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청년들이 커뮤니티활동을 통해 쉼을 누리는 것을 경험하고 또래 간 지지망을 만들 수 있도록 ‘청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에서 생활하고 있는 ‘보호대상아동’으로 지원대상을 넓혀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끊임없는 탐색을 통해 지원대상이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참여자의 이야기뿐 아니라 함께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협력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사각지대에 있는 또다른 대상이나 지원영역으로 개편, 확장해나가기도 합니다. 현장단체, 무엇보다 당사자의 이야기가 아름다운재단다운 지원사업을 만드는 시작점이 되기 때문에 사회변화팀에서는 지원사업 참여자들이 쉽게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름다운재단다운 가치와 관점을 지원사업에 녹이는 일

지원사업 참여자, 협력단체로부터 받은 편지 & 인터뷰 키워드로 만든 워드클라우드
하나, 존중을 경험하게 하는 것
아름다운재단은 지원이 시작되는 신청단계부터 참여하는 모든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존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청년들이 참여하는 면접심사의 경우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평가받는 자리가 아닌 앞으로의 삶을 지지받는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면접 분위기나 방식을 심사위원과 논의하며 진행합니다. 자립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청년 스타트키트 지원사업’도 일방적으로 물건을 꾸려서 보내는게 아니라, 청년들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선택형 키트를 구성했습니다. 참여형 프로그램 역시 동일 시간대에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취향에 따라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했죠. 담당자로서는 품이 많이 들지만 재단과 함께하는 참여자들이 존중받는 것을 경험해보게 한다는 점을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협력단체와 함께 고민하며 지원사업을 진행합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우리에게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많지 않았습니다. 항상 누군가가 지원해 주면 지원해 주시는 대로 감사하게 생각할 뿐이었죠. 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지원해 주시는 내용도 많은데 심지어 내가 ‘선택’할 수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선택’과 ‘성장’을 존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중받은 만큼 저도 타인의 선택과 성장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발전하겠습니다.”- 청년 스타트키트 지원사업 참여 청년
“아름다운재단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즉 당사자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심사위원과 함께 고민하는 과정도 남다르고요. 개선방안을 제안하면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거든요.” –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심사위원
둘, 결과보다는 과정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경험하고 시도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참여자의 성공과 실패 과정까지도 지지하는 것인데요. 보통은 수상을 하거나 점수를 올리는 등의 결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찾아보는데 방점을 둡니다. 그간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탐색해보며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에서 진행하는 ‘작은변화 프로젝트’는 자립준비청년들이 팀을 꾸려 각자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초기 기획 당시 자립준비청년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점을 착안해 팀별 주제, 활동내용, 예산운영 등을 청년들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하며 성공과 실패의 과정 그리고 관계 속에서의 배움을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결과’를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닌, 과정에서의 배움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는 지원사업에서 사용하는 용어에도 담고 있습니다. 성과보고회보다는 결과공유회로, 제출양식도 결과보고서보다는 변화기록지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에도 결과 중심의 우수팀을 선발해 경쟁을 부추기기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참여한 모두를 축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하고요.
“다른 민간단체에서 진행되는 지원사업의 경우는 특별한 성과가 있어야지 지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배워봐야 알 수 있는데 계획에 수상경력을 증빙하라고 하거든요. 어느 대회에 나가서 수상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명확한 성과가 있어야지 지원해주는 조건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쉼표 같은 경우는 그런 조건 없이 즐겁고 마음 편하게 문화활동에 참여 해 다양하게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지원이 가능해서 좋았어요. 배워볼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준 것이 좋았어요.” –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수행단체 사업담당자
“뭘 하려고 해도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하고, 도전도 잘 못했고요. 그런데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 참여한 후에는) 한번쯤 실패해도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편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도전하게 되었어요.” –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참여 청년
셋, 참여자의 얼굴없는 콘텐츠
참여자가 사업에 참여한 이야기, 또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등을 다룬 콘텐츠도 꾸준히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때 참여자의 얼굴을 노출하도록 요구하지 않습니다. 노출여부를 묻는 것조차 참여자에게는 불편한 감정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수락을 했으나 이후에 살아갈 때에 성숙하지 못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경험할 수도 있죠. 때문에 여러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거절해도 된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참여자의 모습이 담기지 않은 인터뷰 글이나 사업영상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지만 얼굴이 담기지 않은 이미지 컷을 고민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과 형태로 지원사업의 변화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넷, 결국에 남는 것은 사람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지원사업을 통해 ‘사람’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지원사업 참여 후 자신의 삶을 나눌 누군가를 한명이라도 만들어가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고, 사업담당자들이 실제로 가장 바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참여자들이 서로 관계를 쌓고,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 노력이 전달되어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그들의 삶을 지지하는 시간이자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사업담당자들도 지원사업을 통해 만나게되는 참여자들 한 명, 한 명의 인연이 특별합니다. 지원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사님께서 저희에게 보내주신 믿음과 애정이 저희를 좀 더 그럴듯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했던 것 같아요. 간사님이 보여주신 사랑과 믿음을 저희도 앞으로 만날 장학생 친구들에게 베풀겠습니다. 사랑합니다.” –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참여 청년

길잡이를 통해 이어지는 아름다운재단다움
다섯, 아름다운재단다움의 경험을 잇다
아름다운재단의 가치가 담긴 지원사업을 경험한 참여자는 또다른 지원사업에서 그 경험을 이어가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후배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선배 장학생들이 길을 안내한다는 뜻을 담아 ‘길잡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장학생이었던 참여자가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의 길잡이로 참여해,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보호대상아동’에게로 연결하는 선순환 모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립준비청년 선배로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아닌, 아름다운재단에서 지향하는 가치를 녹인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의 경험과 배움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도 중요한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친구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서로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쉼표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만나면 어떤 게 좋은지 물어보니까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더라고요. 쉼표의 커뮤니티 활동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활동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청소년들이 교육비뿐만 아니라 모임에서 만난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인연들로 여기까지 왔거든요.” –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참여 길잡이
아름다운재단, 협력단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
지금까지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의 지향점과 가치, 관점을 전해드렸습니다. 눈에 바로 보이는 결과보다 과정을 지지하고 가치를 담는 일은 오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한 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중요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작은 시도들이 모여 조용하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사업을 만들어가는 일은 함께하는 협력단체의 지지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가치를 녹여 진행하는 일이 때로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해도 참여자를 향한 마음으로 기꺼이 수고해주시는 협력단체 담당자들이 있기에 아이디어를 내며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지원사업을 담당하며 협력단체 사업담당자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을 때면 고민과 노력들이 헛되지 않음을 느끼며 힘을 내게 됩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저를 돌아보게 했던 일은 사업 참여자들을 ‘대상화’시키지 않으려는 재단의 노력이었습니다. 간단한 문구 수정에서도 그러한 노력이 스며들게 하시는 것 보고, 저도 제 감수성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 고등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협력단체 사업담당자
“매니저님을 통해 배운 것, 성장한 것들이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저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시는 ‘파트너’였던 것 같아 감사드려요.” –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협력단체 사업담당자
“2년간 꼼꼼하고 세심하게 신경써주시고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무자들이 사업에 집중하다보면 운영에 매몰되기 쉬운데 전체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때 저희에게 첨언해주셔서 도움도 많이 되었습니다. 사업진행하며 긴장하거나 실수하는 경우 잦았는데 그럴때마다 많은 의지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협력단체 사업담당자
“함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무리 사업에 애정이 있더라도 담당자 간에 맞지 않으면 일이 힘들기 마련인데, 간사님은 항상 배려해주고 같이 고민해주시면서 함께 만들어가주셔서 더욱더 재밌고 편하게 그리고 애정을 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협력단체 사업담당자
“사업을 통해 재단과 소통하고 간사님과 합을 맞추어 나갈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1년 동안 사업의 시작과 끝을 함께 잘 맺을 수 있게 협조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의견 제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새롭게 만날 기관들의 활동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 – 아동청소년 문화 지원사업 협력단체 사업담당자
현장단체와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해나가는 저희 팀에서는 앞으로도 현장단체의 전문성과 아름다운재단의 노하우를 담아 ‘가치’가 담긴 지원사업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단체 간 좋은 파트너십을 통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재단다운 지원사업으로 참여자의 변화를 함께 바라보고 그들의 삶을 지지하는 ‘곁’이 되어 줄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갈 변화를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