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마인드풀가드너스의 활동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
‘정원’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는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 주택에 딸린 마당을 상상하며 한국의 거주환경 특성상 익숙하지 않은 낯선 문화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원의 개념은 그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개념적으로 정원은 인간이 개입하여 풀, 나무, 물, 흙, 돌 등 자연의 요소들을 사용하여 조성한 공간을 의미합니다. 비록 처음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간이었으나 아주 작은 크기라도 스스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이유는 바로 열려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며 이러한 ‘준자연’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관리하느냐는 도시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원의 역사적 의미 변화를 살펴 보자면 한 때는 인간 중심적 이상향을 구현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원은 자연을 이미지적으로 모방하거나 소비하는 것이 아닌 자연의 본디 모습대로 살아가기를 고려하는 공간으로 요구받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겪고, 부인할 수 없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자연의 본모습 본질을 구현하지 못한 정원은 더 이상 낙원도 아니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마인드풀가드너스 사회적협동조합은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에게 닥친 절대적으로 위급한 문제를 우울감이나 죄책감이 아닌 긍정적인 에너지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정원과 액티비즘을 연결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정원사들이 모인 비영리 단체입니다.
우리는 정원을 거닐기를 좋아하고 정원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아가고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 자연을 감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액티비스트 가드너’라고 명명하며 뜻을 함께하는 정원사들을 모으고 연결하기 위해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액티비스트가드너 학교’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액티비스트가드너 학교’는 잘 꾸며진 화단만이 정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 멀어져 잃어버린 우리의 자연감각을 일깨워주는 것은 도시 녹지공간인 ‘정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그곳은 다양한 생명이 깃든 서식처라는 인식으로 전환하여 도시 야생동물은 잘 살고 있을까를 탐구하기 위해 서울의 크고 작은 ‘정원’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봄부터 우리는 서울의 공원, 하천변, 아파트 화단, 도로변의 가로수와 작은 녹지띠를 누비며 그곳에 깃들어 있는 생명들에서 관계 맺고 있는 주변 환경까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액티비스트 가드너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마을정원으로 커먼즈를 실천하는 ‘봄봄마을정원’과 인간 중심적이며 소비적인 공간 사용 후 그곳에 버려진 식물을 구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을 방문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원사’들이 할 수 있는 실천으로 도시 야생동물을 위한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실천으로서 조성된 ‘야생동물을 위한 정원’은 정원 그자체로서 온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은 공생에 대한 깨닮음으로 재야생화(rewilding)되었고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연결되는 노동의 기쁨을 경험하여 다음의 실천을 이어갈 진정한 ‘액티비스트가드너’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도시를 공생과 공존을 위한 환대의 공간으로 바꾸는 일은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살피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꼭 삽을 쥐고 땅을 파는 것만이 ‘정원사’가 되는 길은 아닙니다. 이미 정원사, (gardener)라는 단어에는 무엇인가 돌보고 키우며 촉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여러 곳에서 중의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액티비스트가드너 학교 과정을 통해 공간으로서 ‘정원’보다 ‘돌보는 사람’ 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었으며 사람이 살피고 연결하는 힘은 환대의 공간으로서 훨씬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액티비스트 가드너들이 도시 곳곳의 작은 정원을 연결하고 만들어가는 상상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라며 여러분도 나의 일상과 지구타자를 함께 돌보는 ‘정원사’가 되기를 제안합니다.
글, 사진 : 마인드풀가드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