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부산반빈곤센터의 활동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
‘공영장례’를 아십니까?
공영장례는 연고자가 없는 사람 또는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 무빈소 직장(直葬)의 방식이 아닌, 사별자와 공동체 구성원들의 애도가 가능하도록 공공이 애도의 공간과 시간을 보장하는 장례를 말합니다. 반빈곤센터는 2021년 부산광역시 공영장례 조례 제정운동을 통해 시 조례를 제정했고 이어 실효성 제고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해 오고 있습니다.
조문과 모니터링부터 ‘사회적 돌봄’까지
이번 사업의 목적은 1인가구 주민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조직하고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주민들에게 사회적 돌봄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단지 공영장례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권’과 ‘공영장례’에 대해서 배운 이들이 참여실천연구(PAR) 형태로 제도개선에 직접 동참하도록 독려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조문현장에서 사별자를 만나고 제도에 대해서 알리는 활동, 직접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여 시행에 있어서 실효성을 높이는 활동, 더 나아가 부산전역의 장례식장에 대하여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접근성 전수조사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장애인권 운동과 조문단 운동이 만나기도 했습니다. 또한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 분들이 직접 조문단 양성과정에 참여하면서 권리를 인식하고 1인가구 주민들이 서로 ‘사회적 돌봄’할 수 있도록 관계맺기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단순히 개인의 장례를 준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공영장례’를 매개로 죽음 이전에 삶을 서로 돌보는 관계를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6월 13일, 부산시민 공영장례 조문단 양성과정(2기) 수료식

9월 11일, 부산시민 공영장례 조문단 양성과정(3기) 수료식
거점조직화와 변화의 기록
조문단 양성과정을 상․하반기 20명, 24명이 각각 수료했고, 월 1회 후속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6개 구․군에서 거의 매일 산발적으로 공영장례가 진행되기 때문에 조문단에 참여하는 개인을 중심으로 중․동구, 영도구, 금정구, 해운대구 등에서 상시적인 조문을 하고 있습니다. 코딩작업을 통하여 실시간 알림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원활한 조문활동이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사업기간 중 총 170회의 조문과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이는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외 부산광역시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을 자체적으로 추모하는 환경조성에도 기여했습니다(자문, 공동의 추모식 진행 등). 이러한 활동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사회적 관계망 형성과 서로 돌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고 기록하기 위해 심층인터뷰와 에세이 등을 엮어 ‘만남의 공동체’라는 책으로 발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콘서트를 진행하며 논의를 풍부화하고 부고를 모은 온라인 추모관, 영상 제작 등으로 공영장례를 사회적으로 알려냈습니다.

7월 3일, 고 유00 님의 추모식을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모습

12월 19일, ‘만남의 공동체’ 북콘서트
지역간 연대를 모색하다, 그리고…
6월 18일, 공영장례 연구팀은 서울시 공영장례 조문에 함께하고 (사)나눔과나눔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시와 부산시의 공영장례의 특성을 비교하며 장단점을 인식하고 부산시 공영장례의 공공성 제고방안에 관하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12월 12일, 인천가족공원에서 진행한 인천시 공영장례에 견학 후, 부귀후원회와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간담회를 통해 인천시 공영장례의 현황을 파악하고 지역간 연대를 위한 물꼬를 틀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공영장례 제도의 공공성 강화와 지역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추후에도 지속적인 연대를 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먼저 연락을 하거나 찾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경남, 경북 등에서 부산지역의 활동소식을 전해 듣고 조언과 자문을 구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주민공동체, 종교단체 등 찾아가는 간담회를 진행하고 저희의 활동과정과 성과에 대해서 최대한 전파하고 타지역에도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용빈소를 운영하는 부산시설공단 영락공원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부산시와도 만나며 민관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 총 18회 이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을 모아 모아 올해도 힘차게 후속모임과 더불어 자체적인 조문단 양성과정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타인의 삶과 죽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있다하더라도 직접적인 실천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하는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는 과정이었습니다. 봉사를 넘어서서 사회권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보다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결심하게 된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식의 개선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호응에 힘 입어서 과정마다 더 다양하고 확장된 형태로, 생성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활동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글,사진 : 부산반빈곤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