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모 지원, 5년 간의 성과를 소개합니다

조금 이른 나이에 아기를 낳았을 뿐인데 세상은 이들을 손가락질했다. 사회는 물론 원가족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새로운 가족을 꾸리고 아기를 기르는 일상이 이들에겐 너무 멀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 하나 쉬운 일은 없지만 가장 절박한 것은 아무래도 집이다. 일단 집이 있어야 아기나 부모의 건강을 지킬 수 있고 가족의 삶도 비로소 자리 잡을 수 있다. 뭘 해보려 해도 안정된 주소지가 필수다.

“우리도 아늑한 집에서 평범한 가족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외치는 목소리에 응답한 사업이 바로 🔗청소년부모 주거 지원사업이다. 사업 이름은 ‘주거지원’이지만 집만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집을 기반으로 초밀착 사례관리가 시작된다. 청소년부모의 양육과 생활 전반을 보살피고 지원 이후의 삶도 함께 고민한다.

청소년부모 이슈를 제기했던 ‘청소년부모가족 현실과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2020.2.7.)’

청소년부모 주거 지원사업이 만든 사회성과를 측정해보니

청소년부모 곁을 지켜온 지 벌써 7년째. 2024년에는 그간(2019~2023년) 사업성과를 분석한 연구를 진행했고 최근 그 결과가 나왔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연구 결과는 무척 놀라웠다. 사업의 10개 핵심지표를 도출해 화폐가치로 환산해보니 무려 42억 원의 사회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가 약 7.7억 원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무려 6.4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뿐만 아니다. 49가정(청소년부모 79명, 자녀 60명)이 독립적인 거주지를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98.3%가 성공적으로 주거를 유지했다. 청소년부모의 정부 지원 편입에 지원사업이 기여한 정도는 89%로 평가된다. 고교 이상의 학력을 가지게 된 인원은 15명, 대학 입학을 하게 된 인원은 6명에 달한다.

또한 ‘부모의 건강개선(4.4점)’, ‘자녀의 건강 개선(4.5점)’, ‘부모의 양육·살림 역량 향상(4.5점)’, ‘자녀와의 관계 개선(4.6점)’ 등 부모와 자녀의 건강 및 관계가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되었다. ‘회복탄력성 향상(4.4점)’, ‘사회적자본 증가(4.4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청소년부모들이 지원 이후에도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심리적 기반, 사회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회복탄력성·사회적자본도 ‘쑥쑥’… “반영하지 못한 가치도 많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청소년부모주거지원사업의 성과를 연구해 온 ‘임팩트리서치랩’의 김하은 부대표와 유예솔·표정완·김지현 연구원을 만나 연구의 의의에 대해 물어보고 연구 과정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일단 가장 궁금한 점, 투입한 사업비의 6.4배인 42억이라는 수치는 어떻게 나왔을까? 혹시라도 취지가 좋은 사업이라고 해서 긍정적인 면이 부풀려지진 않았을까?

임팩트리서치랩 연구원

임팩트리서치랩의 김하은 부대표는 “화폐가치는 보수적으로 환산했다. 오히려 반영하지 못한 가치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원 이후에도 계속된 청소년부모의 장기적 변화를 담지 못했고, 지금도 확장되고 있는 청소년부모 지원생태계의 발전도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애당초 ‘사회적 가치’처럼 추상적 개념은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측정이 가능하다고 해도 매일매일 정신없이 바쁜 지원 현장에서 꼼꼼하게 데이터를 수집할 수가 없다. 여기에 더해 청소년부모주거지원사업의 특성도 연구를 어렵게 만들었다. 통상 사업성과를 화폐가치로 환산하려면 시장에 나와 있는 유사 서비스의 가치를 찾아 산식에 대입한다. 그러나 청소년부모주거지원사업과 유사한 서비스는 세상에 없었다. 또한 청소년부모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지원 내용을 항목화하는 것도 어려웠다.

결국 연구원들이 직접 부딪히는 것 외엔 답이 없었다. 현장을 여러 번 찾았고, 활동가나 전문가는 물론 청소년부모들도 만났다. 유예솔 연구원은 “혹시나 질문이 폭력적으로 느껴질까 봐 걱정하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청소년부모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연구원들은 데이터를 다시 정리했다.

새로운 지식과 경험이 쌓이는 동안 화폐가치 환산을 위한 산식은 여러 번 바뀌었다. 현장을 보고 배우는 과정에서 연구원들이 기존 자료에 담기지 않는 상황을 새로 발견하면 산식을 엎어야 했다. 아름다운재단 및 킹메이커와 연구원들 사이의 회의도 수시로 열렸다. 연구보고서를 읽어보면 화폐가치 말고도 눈에 띄는 숫자가 많다. 설문조사를 통해 지원사업에 참여한 청소년부모의 변화를 확인해 보니 아기와 부모의 건강, 부모의 생활역량, 심리적 안정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수치가 거의 만점에 가깝게 높았다. 연구원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한 성과”라고 하면서도 특히 ‘회복탄력성’과 ‘사회적자본’에 주목했다.

임팩트리서치랩 유예솔 선임연구원

이에 대해 유예솔 연구원은 “가족을 지키고 자립할 수 있도록 마음이 단단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위기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청소년부모들은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지원사업을 통해 ‘마음의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표정완 연구원 역시 “믿을 만한 어른을 만나고 괜찮은 환경을 겪으면서 청소년부모들이 ‘나도 뭔가 해볼 수 있겠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 경험을 누적했다”고 강조했다.

힘든 과정을 거쳐 산출된 결과지만, 이러한 숫자들이 사업성과의 전부는 아니다. 청소년부모들의 변화를 모두 측정하거나 숫자로 환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사각지대의 의제는 여러 문제가 중첩적으로 얽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정과 인력의 투입이 산출, 결과, 임팩트로 깔끔하게 이어지는 기존의 선형적 구조로 사업성과를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는 ‘임팩트 캔버스’라는 방식을 적용했다. 임팩트 캔버스는 주거지원사업과 청소년부모의 여정과 변화를 시각적으로 정리한 자료이다. 현장의 맥락과 지식, 노하우와 내러티브, 이미지 요소를 활용해 사회문제의 배경과 상황, 맥락을 함께 표현하며, 사각지대 청소년부모 이슈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생태계와 당사자의 변화 과정을 유연하게 보여줄 수 있다. 이 캔버스에서 청소년부모의 불확실한 현실은 ‘안개’로, 중첩된 위기는 ‘파도’로 표현되었다. 사업이 변화를 만들면서 짙은 안개를 걷어내어 청소년부모들이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업 3년 차에 ‘청소년부모신설법’ 및 지원정책 등 제도화 결실

지난 5년, 변화는 청소년부모에게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청소년부모주거지원사업도, 사업을 수행해 온 킹메이커도, 더 나아가 우리 사회도 조금씩 조금씩 달라졌다.

김하은 부대표는 “임팩트를 넓히는 방향으로 사업이 꾸준히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청소년부모가 자립 단계를 밟아가면서 지원의 영역이 다각화되었고 사례도 다양해졌다. 킹메이커는 2019년 아름다운재단의 <주거영역통합공모사업> ‘주거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활동’ 부문에 선정되면서 아름다운재단과의 협력을 시작했다. 안전한 출산을 위한 단기 순환형 주거 모델인 119응급하우스와 1~2년 장기 주거 모델인 인큐베이팅하우스를 운영하여 청소년부모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했다. 사업 2년 차인 2020년에는 인큐베이팅하우스 지역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어 2021년에는 다른 단체들도 청소년부모를 지원할 수 있도록 ‘청소년부모 사례관리 매뉴얼북’을 제작·배포했다. 후기청소년(만 20~24세)부모 대상으로 주거 상향 지원도 시작했다. 2023년에는 위기 임신·출산을 지원하는 ‘119응급하우스’의 지원 대상자와 사업 수행지역을 확대했다. 현장의 고민과 당사자의 수요가 만나 사업이 계속 진화해 온 것이다.

임팩트리서치랩 김하은 부대표

경험이 쌓이면서 아름다운재단과 킹메이커의 파트너십이 공고해졌고, 사업을 수행하는 킹메이커의 역량과 인프라도 크게 성장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문제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오랫동안 투자하면서 킹메이커가 청소년부모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재단이 사각지대 현장에서 실제적인 변화를 만드는 킹메이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인큐베이팅 했다. 또한 유연한 지원체계를 통해 신속한 문제 대응과 당사자 맞춤형 지원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사회의 변화도 극적이다. 지난 2021년 3월 청소년복지지원법 청소년부모 지원조항이 신설되어 같은 해 지원정책이 나왔다. ‘청소년부모’라는 말조차 낯설던 때 사업을 시작해서 3년 차에 벌써 제도화의 결실을 본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아름다운재단과 킹메이커의 숨은 공이 크다. 사업 첫해인 2019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청소년부모 생활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듬해 「청소년부모가족 현실과 개선방안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를 시작으로 국회입법조사처 주최의 「자녀양육 청소년미혼부모 지원을 위한 입법·정책 과제 간담회」, 「자녀양육 청소년부모 지원을 위한 국회 정책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하는 등 정책 제안 활동을 이어나갔다. 킹메이커는 정부가 처음으로 실시한 청소년부모 실태조사인 「2022년 청소년부모 현황 및 아동양육비지원 실증연구」 자문에 참여하여 청소년부모 설문대상자 모집, 청소년부모 심층 인터뷰 참여 등으로 협력하였다.

이렇게 나온 보고서나 매뉴얼북은 정책 입안 과정에서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었다. 연구원들은 청소년부모 관련 정책 전문가들이 “참고할 자료를 찾아보니 아름다운재단과 킹메이커의 실태조사밖에 없었다. 그게 절대적이었다”, “청소년부모 지원정책이 만들어진 데는 이 사업의 기여도가 아주 크다”는 말을 들었다. 꾸준한 노력으로 청소년부모가 사회적으로 조명받는 마중물을 마련해 온 것이다.

임팩트리서치랩 김지현(좌), 표정완(우) 연구원


“짙은 안개와 높은 파도의 삶… 청소년부모를 위한 등대가 되어주세요”

부모에게 아이는 기쁨의 원천이자 삶의 이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 노릇은 누구에게나 고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책임이다. 생계를 꾸릴 준비가 잘 되어있고 원가족이나 사회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만만치 않은데, 청소년부모는 오롯이 힘겹게 그 역할을 해내야 한다. 독박도 이런 독박육아가 없다.

다행히 지난 5년간 청소년부모 49가족은 아늑한 집이 생겼고 든든한 어른들도 만났다. 다시 내일을 꿈꿀 수 있게 되었지만, 이들에게 다가올 내일은 여전히 녹녹하지 않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되려면 20년은 걸린다. 큰 고개 하나를 넘는다고 평탄한 길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들 앞에 놓인 인생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오르막길에 가깝다.

청소년부모들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으니 청소년부모주거지원사업도 끝나지 않았다. 길은 다시 시작되고 새로운 성과들을 쌓을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이다. 그리고 사업성과를 확산해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길을 갈 수 있도록 불러내는 초대장이기도 하다. 더 넓어진 새 길은 오르막이라고 해도 조금은 걸을 만한 길이 될 것이다.

지난해 내내 청소년부모의 현실을 들여다본 연구자들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청소년부모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남겼다. 청소년부모들을 위해 마음을 내어준 기부자에게도 감사와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왼쪽부터) 아름다운재단 임주현 매니저, 임팩트리서치랩 김지현, 표정완, 유예솔 연구원, 김하은 부대표, 킹메이커 배보은 대표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청소년부모들이 느낄 지금의 막막함이 막막함으로만 남지 않고, 삶의 양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청소넌부모 가정이 너무 혼자만 애쓰지 않고,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부자님들에게는 아름다운재단을 계속 잘 믿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업을 연구하다 보면,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사람을 믿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거든요.” (김하은 부대표)

“연구를 통해서 만난 청소년부모들은 누구보다 자녀에게 책임을 다하려는 ‘부모’ 였고, 자립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는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청소년부모의 임신과 출산을 개인의 일탈이나 탈선의 결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들이 마주하는 위기는 개인의 의지로만 극복해야 하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와 깊이 연결된 것이라는 사실을 더 많은 분들이 함께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예솔 연구원)

“청소년부모들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저도 많이 배웠고 감사했습니다.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길 바라고, 저 역시도 그렇게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임팩트 캔버스에 청소년부모들이 겪는 위기 상황을 파도와 안개로 비유했어요. 주거지원사업을 통해서 안갯속을 조명한 셈인데, 기부자들이 계셨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가능했어요. 등대가 여럿 있어야 항로가 생기고 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잖아요. 앞으로 기부자들이 청소년부모들의 등대로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표정완 연구원)

“청소년부모들도 여느 청년들과 크게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놓인 상황이 다르다 보니 노력도 더 많이 필요하고 소진되기도 쉬운 것 같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살펴보니 어느 정도 지원을 받아서 생활이 안정된 것 같은 청소년부모들도 계속 크고 작은 위기를 겪으면서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외로운 상황이 많이 있겠지만 ‘느슨한 연대자’가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부자님들도 함께 청소년부모를 지지하는 연대자가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지현 연구원)

[행사안내] 청소년부모 주거 지원사업 임팩트연구보고 <조명하다>

아름다운재단은 2025년 6월 17일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  임팩트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청소년부모 당사자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를 진행합니다. 지난 5년간의 청소년부모를 위한 주거 중심 통합지원 사업의 성과를 돌아보고, 청소년부모 지원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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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청소년부모 주거 지원사업 임팩트연구보고 ‘조명하다’ 포스터

글 ㅣ 박효원, 사진 ㅣ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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