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돌고래다!” 딱 1년 전 여름, 동료들과 제주로 워케이션을 다녀왔어요. 서귀포 일대에서 인생 처음으로 돌고래를 봤습니다. 뉴스를 통해 각종 해양 쓰레기로 고통받는 돌고래를 보다가 자유롭게 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보니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어요. 당시 낚싯줄에 걸린 남방큰돌고래 ‘종달이’를 구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을 때거든요. 종종 ‘빨리 구해달라’는 댓글도 볼 수 있었는데 저도 사실 궁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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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줄에 걸려 힘겹게 헤엄치던 종달이의 마지막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주 워케이션 과제 차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돌고래 구조는 단체가 판단해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해양보호생물이니까 구조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가 필수적인데요. 돌고래 관련 전문가 혹은 전문 기관들이 여러 군데가 있어요.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되고 다 오케이를 해야지 구조 작업을 할 수가 있어요.”
핫핑크돌핀스는 2024년부터 구조단을 결성해 복잡한 절차를 모두 거쳐가며 종달이 구조를 시작했습니다. 몸에 얽힌 낚싯줄을 여러 차례 걷어냈죠. 그러나 2025년 안타깝게도 또 다른 낚싯줄에 걸렸고, 구조 작업이 개시되기 전에 자취를 감췄어요. 현재는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종달이처럼 호기심이 많은 어린 돌고래들이 다시 또 그물이나 낚싯줄에 걸리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합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멈춰있을 우리가 아니잖아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변화를 만들어야 할지 공유할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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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가까이에 왔지만
바다에서 돌고래가 점프한지 30분 정도 지나면 배가 가까이 옵니다. 멀리서 배가 출발할 때 내는 엔진음을 듣고, 수면에 몸을 부딪혀서 다른 돌고래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관광선박으로 인해 지느러미가 찢어지기도 하고, 스트레스 또한 높은 편이니 서로 상황을 알리는 거죠.
종달이처럼 그물에 걸리는 개체가 눈에 띄는 것일 뿐 사실 많은 남방큰돌고래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런 돌고래들을 곁에서 꾸준히 관찰하고, 위험 신호에 귀 기울이는 활동가들이 있어요. 덕분에 찾아온 변화 2가지를 소개합니다.
1️⃣남방큰돌고래 구조 전담팀 구성
종달이처럼 어구에 걸려 폐사하는 개체들이 많아지면서 제주도 차원에서 전담팀을 꾸려 구조 정무부지사를 단장으로 전담팀(TF)을 구성한다고 합니다.
2️⃣제주 신도리해역,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
멸종 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인 제주 신도리해역이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어요.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서만 120마리 미만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해양생물의 포획·채취·이식·훼손 행위, 건축물 신·증축, 공유수면(공공용으로 사용되는 국가 소유의 수면) 변경, 바다모래 채취, 폐기물 투기 등이 제한됩니다.
후후레터가 오늘도 분주하게 바닷가를 누비는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에게 종달이 이야기와 더불어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만든 변화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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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종달이 해상구조훈련 및 모니터링, 해상 쓰레기 수거(ⓒ핫핑크돌핀스, 돌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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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아마도 많은 분들이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 같은데요. 혹시 제주로 여행을 가신다면 우리 세 가지만 명심해보는 건 어떨까요? 제주의 돌고래들이 이렇게 외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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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양보호구역? 여기서… 낚지마. 낚이는 건 나니ㄲ ㅏ… 🎣
해양보호구역에서는 무엇이든 금지될 것 같지만 사실 낚시나 관광은 규제를 받지 않아요. 보호구역 안팎에서는 여전히 낚시가 성행하는데요. 낚시를 하다가 돌에 걸려 끊어져 버리는 경우에는 긴 줄이 그대로 바다에 남아요. 돌고래들이 헤엄치다 낚싯줄에 걸리는 이유랍니다. 보호구역 일대에서는 낚시하지 말고 아름다운 바다 근처를 산책해 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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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내 친구들, 두 번 지켜줘 세 번 지켜줘…. 🚯
꼬리에 밧줄을 달고 사는 돌고래 ‘행운이’가 얼마 전에 또 폐어구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었어요. 몸에 한번 이물질이 걸리면 다른 물체도 걸리게 되는 만큼, 바닷가에서 어구를 발견하면 꼭 주워주기로 해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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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용히 해줄래? 헤드폰 쓰고 싶어… 🎧
돌고래들은 자신들을 보러 오는 관광선박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요. 너무 가까이 오는 통에 소음에 시달리는 셈인데요. 무엇보다 초음파로 소통하고 먹이를 찾는데, 선박 때문에 이를 방해받기도 해요.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멀리서 그저 조용히 잘 살기를 바라주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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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후후레터는 제주 바다에 사는 남방큰돌고래를 지키는 사람들과 찾아온 변화, 그리고 우리가 해야할 것들에 대해 전해드렸어요. 다음 중 남방큰돌고래를 위협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정답을 맞힌 분들 중 추첨을 통해 5분께 선물을 드립니다.
🪢 폐어구 🎣 낚시줄 🔭 모니터링 🚢관광선박 🤿플로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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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레터 ‘청소년부모’편에서 소개해드린 육아선배력 테스트(🔗링크), 다들 해보셨나요?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완벽한 육아선배’는 문제를 모두 맞혀야만 나오는 결과인데 다 맞히신 분들이 진짜 많았어요. 무엇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엄마아빠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선택하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이미 존재만으로 멋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청소년부모들 모두, 정말 멋진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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