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바이벌 슈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폭발적 흥행 뒤에 선 사람이자 이제 그 성공의 결실을 사회로 돌려주고 있는 사람을 소개해드릴게요. 2020년 가족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나눔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족기금인 ‘아름다운바오밥나무기금’을 통해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은 김강석 기부자님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그를 만나고 떠오르는 질문은 두 가지였습니다.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을까?” 그리고 “왜 다음 여정을 시작했을까?”

마중물기금 협약식에 참석한 김강석 기부자님

성공을 만든 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

김강석 기부자님의 커리어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도 성장기와 궤를 같이합니다. 온라인 게임의 시작과 세계화의 중심에 있던 네오위즈를 거쳐, 그는 블루홀(현 크래프톤)을 창업해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즐기는 ‘배틀그라운드’를 탄생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는 이 여정을 회상하며 가장 먼저 “행운”이라고 표현했지만, 곧 그 속에서 얻은 배움들을 차분히 풀어놓았습니다.

“훌륭한 인재들을 만나 팀을 빌드업하고, 함께 장기적인 시각과 대담한 목표를 향해 치열한 일상을 살아내는 여정이 우리 능력을 극대화하더군요. 조직이 이런 문화를 가진다는 건 그 자체로 예술품 같습니다.”

그가 풀어낸 성공의 비밀은 ‘문화와 과정’에 있었습니다. 개인이 혼자 빛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공유하는 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 실패를 학습으로 바꾸는 분위기가 있을 때 성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또한, 장기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선행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으셨다고 해요.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시각으로 믿어주는 현명한 투자자, 그리고 결과보다 과정을 지켜보는 인내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도 경험했다고 전했습니다.

“거대한 성공을 거두는 잭팟 스타트업은 극히 드뭅니다. 중요한 건 끝없이 시도하고, 실패 속에서 배우는 겁니다. 현실을 신화로 만드는 유일한 과정이죠.”

그래서 그는 사업의 성공을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만으로 설명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능하게 한 것은 사회의 교육 시스템, 제도, 문화적 에토스가 만든 총체적 시너지라고 말합니다. 이 시선이 훗날 기부를 결심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부를 쓰는 과제 앞에 서다

배틀그라운드가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가던 어느 날, 당시 자신의 자산 규모를 처음으로 파악했습니다. 게임 개발과 운영에 몰두하느라 숫자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수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규모였습니다.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서 일해야 되겠구나… 덜컥 무섭고 아찔했습니다.”

그에게 부는 결코 사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공이 사회적이라면, 그 성과물도 사회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철학에 개인적 신앙관이 더해졌습니다. 성경적 경제관에 따르면, 부유한 자는 맡겨진 재물을 흘려보내 이웃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더 정의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사명을 ‘특별한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후 사각지대를 겨냥한 프로젝트형 기금, 생태계 성장을 위한 투자형 기금 등 다양한 기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마치 스타트업을 키울 때처럼, 시도하고 배우는 “Learning by doing” 방식이었습니다. 기부의 영역에서도 혁신과 실험이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재단과의 또 다른 만남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이사회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처음엔 정중히 거절하는 방법부터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첫째, 사무총장과의 대화를 통해 아름다운재단이 수년간 이어온 변화와 혁신,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특히 그 변화의 일환으로 기부자를 이사회에 합류시키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둘째, 이사회 회의록에서 발견한 ‘일하는 이사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치열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는 회의록은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서는 활발한 토론의 장이었습니다.”

“아직 비영리와 임팩트 분야에서는 초보지만, 배울 게 많겠다”고 생각하며 이사직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사로 활동하면서 재단이 조직문화를 업그레이드하고, 구성원들의 역량 성장을 위해 투자하며, 비영리 생태계에서 재단의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과거 자신이 기업 경영에서 추구했던 철학과 재단의 방향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 김강석 기부자님

활동가 기반조성기부의 제안

그러나 그는 한 가지 우려도 발견했습니다. 신규 정기기부자의 증감 추이였습니다. 시민 기부자의 기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아름다운재단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선, 이 추세를 반드시 반전시켜야 했습니다. 그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신규 기부자 매칭 형태의 기반조성기부인 ‘마중물기금’ 입니다. 신규 기부자의 기부금에 대한 매칭 기부를 통해, 재단의 조직적 성장과 구성원 복리후생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한 금전 지원이 아니라, 재단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활동 기반’을 만드는 투자입니다.

“뚝심과 믿음을 가지고 인내하는 투자와 같은 기부가 절실합니다. 기업의 CSR로는 어려운 영역이기에, 개인 고액기부자가 맡아야 할 몫이라 생각합니다. ‘마중물기금’을 통한 선진적인 시도가 비영리 생태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 확신합니다.”

너, 내 동료가 되라

김강석 기부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배틀그라운드’의 한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서로를 엄호하며 팀이 끝까지 살아남는 장면인데요. 그의 기부는 ‘사회’라는 팀이 함께 성장하는 장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김강석님의 기부가 던지는 메시지를 오랫동안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그 팀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주시길 기대해봅니다.

마중물기금 협약식에 참석한 아름다운재단 구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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