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후후레터는 추억 여행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잠시 여러분의 25살 때를 떠올려주세요. 왜 하필 25살일까 궁금하실 텐데요. 그 이유는 바로 내일(22일), 아름다운재단이 25살이 되기 때문이에요. 2000년 8월, 시민들의 참여로 설립된 재단이 어느덧 25주년을 맞는답니다. 하지만 이번 후후레터에서는 재단의 지난 25년을 돌아보기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25살 시절이 더 궁금해졌어요. 다시 질문해볼게요. 여러분의 25살 때, 세상을 크게 흔든 일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25살이던 2020년은 코로나19가 한창이었어요. 매일 확진자 수는 갱신됐고, 5인 이상의 인원이 모일 수도 없었어요. ‘평생 마스크를 써야 하는 걸까’하는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죠. 하지만 시민, 단체, 기업, 정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애썼고, 조금씩 일상을 회복했어요. 물론 지금도 코로나 확진자는 발생하고, 팬데믹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모두가 두려움에 떨던 그 시기를 지나온 것만으로도 분명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해마다 새로운, 그리고 심화된 사회문제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조금씩 흔들리면서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 또한 잃지 않습니다. 이번 후후레터에서는 저마다의 25살에 마주했던 사회문제와 그 시기에 만들어낸 변화, 그리고 앞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전해드리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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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생부터 1990년대생까지, 다양한 세대의 아름다운재단 구성원에게 25살이던 시절 마주했던 사회문제와 변화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겪은 사건들과 그 속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변화에 관한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1998년생, 조은지 모금기획팀 매니저
2022년 10월 29일, 평범한 주말 저녁을 보내고 있던 중 갑자기 TV에서 뉴스 속보가 나왔어요. 서울 이태원에서 수십 명의 20대가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죠. 혹시 그 자리에 내 친구나 지인들이 있었을까 불안한 마음에 급하게 연락을 돌렸어요. 또래 친구들이 코로나 이후 추억을 만들려고 놀러 간 자리에서 한순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이태원 참사는 우리에게 큰 충격과 변화를 남겼습니다. 압사 사고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체감하게 해주었고, 지금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역이나 인파가 많이 몰리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안전 관리 인력이 배정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되었어요.
🌎 1988년생, 김선우 공익마케팅팀 매니저
2012년 여름, 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했었어요. 전국적으로 휴교령이 내려지고, 수백 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으로 마음이 무거웠죠. 곳곳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고 정전 사태가 이어지는 등 피해가 심각했어요. 뉴스 속 침수된 마을과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보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새삼 실감했던 해였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때보다 더 심각한 기후위기 현상을 겪고 있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그때 많은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피해 복구에 나선 경험은 작은 참여와 연대가 큰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워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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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12년 8월 28일 KBS뉴스광장
🖥️ 1974년생, 장윤주 연구사업팀 팀장
1999년 12월 31일, 밀레니엄 버그로 세상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온 사회를 덮고 있던 시기였어요. 저는 IMF 이후 여성 실업자를 위한 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당시 인터넷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시대의 덕을 봤다고 할까요? 마침 인테리어 쇼핑몰에서 웹 프로그래머로 이직 제안을 받아 코딩을 배우고 익히기도 했습니다. 이때 배운 기술과 시도는 지금 비영리 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기반이 되었고, 기술 변화가 사회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 1966년생, 이기형 전략실 전문위원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 속에서 20대 초반을 보냈고, 25살이던 1991년에도 여전히 저의 청춘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흘러갔습니다. 그 무렵 전 세계를 뒤흔든 소련 해체 소식은 제게도 큰 충격이었어요. 국민학교 시절부터 당연하게 여겨온 세계 질서의 틀은 크게 흔들렸고,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청춘의 고민과 혼란은 더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통해 이념 대립과 갈등을 넘어, 연대와 나눔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라는 깨달음을 얻었죠. 한때 사치처럼 여겨졌던 가치들이 제 삶 속에서 의미를 얻기 시작했고, 개인과 사회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낀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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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의 25살 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였던 여러 사회문제가 떠올랐어요. 안전, 기후위기, 디지털 기술, 시민 의식 등 말이죠. 이런 문제들은 지금도 낯설지 않아요. 과거의 사회문제들이 2025년에도 여전히 중요한 화두로 남아 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만들어 온 변화들을 여러분께 소개하려 합니다.
⛑️ 압사 사고 이후, 우리 사회의 안전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의 집단 안전 시스템을 되돌아보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왜, 어떻게 발생했는가”라는 물음을 놓지 않았어요.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요구로 2024년 5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4년 9월에는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2025년 6월에는 본격적인 조사 절차가 시작되었고, 이 모든 과정은 우리 사회가 안전을 다시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 재난 속 시민 연대와 참여
2012년 여름,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하며 큰 피해를 남겼습니다. 당시 민·관·군과 시민들이 함께 복구 활동에 나서 연대의 힘을 보여줬어요. 이후에도 여러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의 기부와 자원봉사로 연대의 정신이 이어졌는데요. 최근에도 대형 산불과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기부와 자원봉사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모금 플랫폼에 댓글을 달거나 개인 SNS에 공유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눔에 참여했고,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서도 힘을 보탰습니다. 경남에서는 산불 피해를 겪었던 이재민들이 이번에는 수해 현장으로 달려가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의 피해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만, 시민들의 연대와 참여 또한 날로 단단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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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협력단체 에이팟코리아와 함께 산불피해 긴급 지원사업을 진행한 아름다운재단
🖥️ 디지털 기술로 확장된 비영리
밀레니엄 시기는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일상에 자리 잡으며 사회와 활동 방식을 바꾸던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흐름은 비영리 조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어요. 온라인 모금 플랫폼을 통해 시민 참여의 문을 넓히고, 기부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모금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게 되었어요. 줌(zoom)과 클라우드 같은 협업툴은 국경과 지역을 넘어선 협력을 가능하게 했고, 디지털 노마드형 활동도 보편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AI가 챗봇 상담, 캠페인 성과 분석, 기부 예측 모델 등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동시에 데이터 윤리와 공정성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며, 기술이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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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7일, 여의도 집회 현장
📣 청춘과 민주주의, 연대로 만든 변화
1980년대 후반, 민주주의를 향한 청춘들의 열망은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2024년 계엄 이후,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어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각자의 목소리를 모아, 응원봉 집회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시민들의 열망은 여전히 변함없었어요. 이러한 열망들이 거리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가들이 함께했습니다. 집회 신고부터 무대 설치, 공연 섭외, 발언자 선정, 질서 유지, 홍보까지, ‘집회’라는 광장을 열고 지키는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시민들의 목소리가 안전하게 퍼지도록 도왔죠. 당시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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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후후레터에서는 아름다운재단 창립 25주년을 맞아 재단 구성원들의 25살 때의 일들에 대해 물어보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변화에 대해 살펴봤어요. 이제 여러분 차례입니다! 여러분이 만든 변화, 혹은 만들고 싶은 변화를 함께 나눠주세요. 답변을 보내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5분께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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