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는 ‘비영리 안의 비영리(이하 비안비)’가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모여 관심사를 나누고 배우는 사내모임 제도입니다. 사내 네트워크 확장과 강화, 업무 꿀팁 교류 등을 목적으로 자발적 모임들을 권장하고 지원해요.(자세히 보기) 박소진 매니저(다자간협력팀 소속 / 한부모여성 창업대출 지원사업 담당)가 비안비 활동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독립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개합니다. |
“재단은 어떻게 입고 다녀야 돼요?”
“각설이처럼 입고 다녀도 돼요.”
10여년전 신입 매니저님과의 대화 이후 그녀는 때로는 편안하게, 때로는 개성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옷입기를 하고 있고.
여전히 각설이는 나였다.
비안비 [몸튼튼 마음튼튼]에서 계획한 퍼스널컬러 진단.
영원히 비밀로 숨겨두려 했던 나만의 아름다움을 만방에 떨쳐 보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주어졌다.
“2명씩 예약해서 한 달 내에 다녀오세요.”
아… 이번 달 우리팀 심사랑 면접이랑 외근도 많은데 예약 못하면 어떡하지?
퍼스널컬러 진단 못 받으면 나는 앞으로도 출근 시간마다 오백 시간 고민하다가 결국 어제 입었던 각설이 옷 다시 꺼내 입고 출근할 거고,
기회를 놓쳤다는 아픔에 슬프고 우울해질 거고,
우울하면 일하는 데 집중력도 떨어지고,
집중력 떨어지면 크고 작은 실수도 반복하고,
결국 모지리가 되고,
재단에 피해가 되고,
최종적으로 짤릴지도 모르는데… ㅜ.ㅜ
예약하고 진단 다녀오는 것만이 나와 재단 모두가 사는 길이다!
예약을 하고 팀 동료 류주연 매니저와 함께 두근거리며 센터로 향했다.
지금까지의 옷 입기와 화장법을 뛰어넘는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게 되어 다른 사람들이 날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그냥 서서히 발전해야 겠다.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화장 지우시구요. 머리 뒤집어 쓰시구요.”
미용실, 안경점 거울 앞에서는 최소한 화장은 지우지 않았건만.
거울 속 민낯의 나를 보며 이 모든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 그냥 집에 보내주세요. 쓸쓸함이 나를 휘감아왔다.
“주연님은 밝은 톤이 어울리세요. 메이크업과 헤어는 이런저런 스타일이 어울리시구요. 스타일링은 이런저런 옷차림이 맞으시겠네요.”
오. 전문가의 손길.
“ 저는요?”
“소진님은 그냥 지금이 최선이세요.”
?????
드라마에서 보던 주인공이 안경 벗고 머리 풀면 샤랄랄라 변신하는 그런 마법같은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잊지도 않도 또 온 이유는 그게 최선이어서 였던 거다.
신데렐라가 푸른 드레스와 유리구두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요정 대모의 힘이 아니라 그녀가 여름쿨톤이어서 가능했던 것은 아닌지.
“그냥 원하는대로 입으시고 가끔 필요하실 때 참고해주세요.”
컨설턴트의 촉촉한 눈가와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을 애써 모른 척하며 밝게 대답해본다.
“그럼요. 그런데 혹시 근처에 맛있는 곱창집 아시나요?”
[몸 튼튼, 마음 튼튼]
아름다운재단 역사와 전통의 비안비모임.
건강한 몸과 마음을 다지기 위한 다년간의 활동은, 오늘의 퍼스널컬러 진단이 내게 이기지 못할 충격이 되지 않기 위한 수련이 되어주었다.
센터를 나오니 장맛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