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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는 아름다운재단이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엠와이소셜컴퍼니와 함께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 기반의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입니다. 본 사업은 사회가 당면한 복잡한 난제들을 단일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지역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공공·민간·중간지원조직·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전문성과 자원을 연결해, 마을공동체가 단독으로 풀기 어려운 지역 과제를 협력으로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사회변화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익숙한 협력, 낯설게 만나다
2025년 10월 1일, 뷰티풀 커넥트 사전 워크숍 현장은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답게,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웃음이 오갔다. 활동가들의 표정에는 반가운 만큼 긴장감도 느껴졌다.
“마을 안에서 협력은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은 처음이에요.” – 이혜옥 활동가 (여주 노루목향기)

마을공동체 워크샵 발표 모습 (여주 노루목 향기)
이혜옥 활동가의 말처럼 협력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다섯 마을이지만, ‘다자간 협력’은 낯설다. 마을 주민끼리만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공공, 민간, 시민사회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주체들이 함께 문제를 푸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경로를 벗어나 낯선 파트너와 만나려는 이유는 명확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을이 잘 아는 오늘, 함께일 때 지속가능한 내일
사전 워크숍에 참여한 여주 노루목향기는 동갑내기 세 명의 할머니가 작은 마을에 함께 살며 시작됐다. 이들은 최근에 ‘어떻게 하면 시설이 아닌 마을에서 서로 돌보는 공동체를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새로운 질문에 직면했다.
부천 영케어러 거버넌스(이하 부천 영케어러) 준비모임은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이 혼자가 되지 않도록, 주민기획단과 복지기관, 학교, 지자체가 힘을 모아 만든 단체다. 이들의 목표는 각자의 전문 영역을 활용하여 영케어러들을 발굴하여, 그들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농촌 공동체인 연천 개미산마을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위기 속에서 떡 공장을 통해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떡 공장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다.
성남 태평마을사회적협동조합(이하 성남 태평마을)은 마을 공유 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활용해 돌봄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안산 퍼즐협동조합은 독거노인과 치매 환자가 늘어나며 돌봄 강화와 동시에 마을주민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뷰티풀 커넥트 마을공동체 사전워크샵 전경
“오늘 워크숍은 우리 마을의 문제가 다자간 협력 방식으로 풀어볼 수 있는 문제인지, 또 우리 마을공동체가 그럴 준비가 되어 있을까 탐색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 MYSC 서민종 팀장
뷰티풀 커넥트는 마을공동체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현장 맥락에 대한 공감대, 깊은 경험을 가진 마을공동체가 전문성과 자원을 연계할 다양한 파트너들과 만날 때 마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시작인 사전워크숍을 통해 다섯 마을공동체는 다자간 협력이 필요한지 탐색하고 판단할 예정이다.
외부 파트너와 만나는 ‘협력의 좌표’
워크숍은 <체크인> 세션으로 시작됐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기대, △우려, △강점을 적으며 다자간 협력이라는 새로운 지도를 그려 나갔다. “새로운 주체들과의 만남이 시너지를 낼 것 같다”는 기대와 “사공이 많아질까 걱정”이라는 우려가 공존했다. 마을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구나”라는 신뢰를 쌓았다.
그럼에도 마을 공동체가 스스로 마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유로는 다년간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실행력을 꼽았다.

마을공동체 워크샵 전경 (성남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어지는 세션에서 참여자들은 사전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된 <다자간 협력 모델 캔버스>를 받았다. 이 캔버스는 △우리 마을의 의제는 무엇인가?, △그 의제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가? △현재 가진 자원은 무엇이고, 어떤 외부 자원과 역량이 필요한가?를 구조화하는 도구다.
여주 노루목향기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발견을 했다. 그동안 막연히 ‘노인 돌봄’을 고민했는데, 공동체의 핵심 의제와 이를 기반으로 목표한 미래가 노인은 돌봄의 수동적 대상이라는 편견을 깨고, 노-노 케어(노인-노인 돌봄)의 새로운 모델을 찾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성남 태평마을은 “마을 공유 공간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돌봄을 강화하는 방법”을 의제로 명확히 하며, 공간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했다. 두 공동체 모두 내부 자원으로는 활동 경험과 주민 네트워크를, 외부 자원으로는 경제적 자립을 도울 연구자와 전문가, 행정 지원, 성과 지표 개발 등을 꼽았다.

마을공동체 워크샵 전경 (부천 영케어러 준비모임)
의제와 자원을 확인했다면, ‘어떻게’ 자원을 목표한 의제에 맞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도전 질문>을 만들었다. 도전 질문은 바로 답을 찾으려는 습관을 깨고, 문제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하는 도구다.
안산 퍼즐협동조합은 “어떻게 하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어떻게 하면 돌봄이 필요할 때 도움을 편하게 요청하게 할 수 있을까?”로 뒤집었다. 주민들을 ‘찾아내는’ 방식 아니라 ‘찾아오게 만드는’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한 순간, 해법이 보였다. 작은 돌봄 거점 만들기, 치매 친화 문화 만들기, 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홍보 등 아이디어가 잇달아 나왔다.
부천 영케어러는 “어떻게 하면 부천 네트워크를 연결해 영케어러를 돌볼 수 있을까?”를 도전 질문으로 삼아 곧 열릴 지역 행사에서 부스를 열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영케어러부터 발굴하기로 실행 계획을 세웠다. 연천 개미산마을은 “어떻게 하면 마을 떡과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를 연결할 수 있을까?”를 도전 질문으로 정하며, 지역 소멸이라는 막연했던 마을 의제를 명료화했다. 질문이 선명해지자 군부대와 학교 급식과 연결, 축제와 연계, 펀딩 등 구상만 했던 아이디어들이 하나의 길로 이어졌다.
관계의 지도를 그린 다섯 마을공동체
마지막으로 마을별 결과물이 벽면에 전시되자, 참여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마을의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앉아서 토론하던 분위기가 자연스레 대화의 장으로 바뀌었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떡 공장을 하려니 포장과 마케팅 등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협력하고 싶습니다.” – 어완수 활동가(연천 개미산마을)

마을공동체 워크샵 발표 모습 (성남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다자간 협력을 통해 마을 공유 공간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와 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마을의 돌봄이 강화될 것 같습니다.” – 황정주 활동가(성남 태평사협)
워크숍이 끝난 후, 참여자들의 소회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워크숍 덕분에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면서, ‘다자간 협력의 문제 해결 방법론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민들레 활동가(부천 영케어러)

마을공동체 워크샵 발표 모습 (안산 퍼즐협동조합)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고, 앞으로 이렇게 가야 하는구나, 방향이 명확하게 정리되는 시간이었어요.”- 이진경 활동가(안산 퍼즐협동조합)
사전워크숍을 통해 다섯 마을공동체는 ‘다자간 협력’이라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지도를 함께 그렸다. 이 지도는 단순히 위치나 거리만 표시한 것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구와 연결되어야 하는지 그 관계망을 담고 있었다. 사전워크숍을 밑그림 삼아, 앞으로 뷰티풀 커넥트에 참여하게 될 마을공동체들은 다자간 협력이라는 새로운 지도를 채워나갈 예정이다.
글 | 우민정
사진 | 도비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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