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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핸드폰 없이는 어딜 간다는 생각조차 못하죠? 급할 때 꼭 필요한 전화와 메시지 기능은 이제 기본이고요. 이번 레터를 준비하면서 ‘이 동물에게도 핸드폰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덧없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어떤 동물인지 한 번 맞혀보실래요? 200만 년 전 인간보다 먼저 한반도에 출현했고 빙하기도 버틸만큼 강한 동물… 호랑이나 사자같은 동물을 떠올리셨겠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약해보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동물, 산양입니다.
2023년 겨울부터 2024년 봄까지 드넓은 산을 자유롭게 누비던 산양 1,022마리가 폐사했습니다. ‘도대체 왜 죽었을까?’ 모두가 폭설이 원인이라고 말할 때 시민단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다른 원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샅샅이 뒤져가며 조사하고, 전문가들과 행동 특성을 분석했죠. 폭설에 갇힌 건 맞지만 산양을 죽음으로 옭아맨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였어요. 전염병 확산을 막겠다며 3,000km가까이 설치한 긴 울타리로 인해 서식지가 좁아졌고, 먹이를 구하지 못해 탈진하고 굶어죽고 말았습니다. 위가 네 개라 되새김질을 하며 오래 버틸 수 있는데도 아사, 탈진으로 사망한 개체가 가장 많습니다.
앞서 했던 상상을 이어서 해봅니다. 산양에게 휴대폰을 쥐어주었다면 아마 1,000건이 넘는 긴급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왔을 거예요. 우리가 전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산양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일 수는 있습니다. 오늘 후후레터는 산양이 보낸 신호를 따라 가봅니다. 그 끝에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지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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