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6 이걸 걷어내면, 내 눈물도 그칠거양🐑🐃
요즘 핸드폰 없이는 어딜 간다는 생각조차 못하죠? 급할 때 꼭 필요한 전화와 메시지 기능은 이제 기본이고요. 이번 레터를 준비하면서 ‘이 동물에게도 핸드폰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덧없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어떤 동물인지 한 번 맞혀보실래요? 200만 년 전 인간보다 먼저 한반도에 출현했고 빙하기도 버틸만큼 강한 동물… 호랑이나 사자같은 동물을 떠올리셨겠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약해보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동물, 산양입니다.
 
2023년 겨울부터 2024년 봄까지 드넓은 산을 자유롭게 누비던 산양 1,022마리가 폐사했습니다. ‘도대체 왜 죽었을까?’ 모두가 폭설이 원인이라고 말할 때 시민단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다른 원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샅샅이 뒤져가며 조사하고, 전문가들과 행동 특성을 분석했죠. 폭설에 갇힌 건 맞지만 산양을 죽음으로 옭아맨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였어요. 전염병 확산을 막겠다며 3,000km가까이 설치한 긴 울타리로 인해 서식지가 좁아졌고, 먹이를 구하지 못해 탈진하고 굶어죽고 말았습니다. 위가 네 개라 되새김질을 하며 오래 버틸 수 있는데도 아사, 탈진으로 사망한 개체가 가장 많습니다. 
 
앞서 했던 상상을 이어서 해봅니다. 산양에게 휴대폰을 쥐어주었다면 아마 1,000건이 넘는 긴급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왔을 거예요. 우리가 전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산양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일 수는 있습니다. 오늘 후후레터는 산양이 보낸 신호를 따라 가봅니다. 그 끝에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지 기대해주세요.   
 
영국엔 셜록, 설악산엔 이 사람📹🐃
울타리에 걸려 죽은 산양, 그 앞에서 죽은 산양, 먹거리를 찾아 도로까지 내려와 이리뛰고 저리뛰다 차에 치인 산양… 처참해서 눈을 돌리고 싶을 때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인철 사무국장은 산양이 남긴 발자국을 쫓았습니다
울타리에 걸려 폐사한 산양 
도로 경계석 너머에 있는 산양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정인철 국장  
울타리 일대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정인철 국장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직감이 있었거든요. 산양을 쫓아다니며 기록하고, 사망원인, 발견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원인을 파악해냈습니다. 법의학자처럼 죽음의 원인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리포트를 완성한 열정에 저도 모르게 감탄했습니다. 
 
덕분에 2주 전 공식적으로 ASF차단 울타리를 철거하겠다는 정부의 로드맵이 나왔습니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혼자 해낸 일이 아니라 말합니다. ‘서로 정신차리자’며 집요하게 파헤치고 물었던 사람들이 있거든요. 강원지역 일대를 말벌아저씨처럼 누빈 정인철 국장과 2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산양을 지키고 싶은 여러분과 함께
“정부의 울타리 철거 로드맵 발표는 시민들의 관심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산양을 살리기 위한 첫걸음일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당장 올겨울, 폭설이 내리기 전에 산양의 이동로를 막고 있는 죽음의 울타리들이 신속하게 제거되어야 합니다. 작년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약속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하는 시민들의 매서운 눈이 필요합니다. 이 변화의 여정에 끝까지 함께해 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인철 사무국장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인 끝에 ASF차단 울타리 철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갈 길이 멉니다. 3,000km를 철거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테니까요. 무엇보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모두 철거될 때까지 지켜봐야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앞으로도 쭉 활동을 응원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산양의 이야기를 한번 더 살펴보고, 많은 분들께 공유해주세요. 
 
오늘 후후레터를 읽은 분들이라면 누구나 맞힐 수 있는 퀴즈를 준비했습니다. 정답을 맞힌 분들 중 추첨을 통해 5분께 선물을 보내드려요. 
 
Q.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산양의 특징이 아닌 것은?
① 양보다 소에 가깝다.
② 위가 두 개이다.
③ 주요 서식지는 설악산 일대다. 
④ 최근 몇 년간 폭설과 ASF차단 울타리로 인해 집단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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