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만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죠?’ 안부를 묻고, 물 흐르듯 대화가 이어지는 사람. 그런 사람과의 만남은 오래전부터 기다려진다.  

매년 가을이 오면 아름다운재단 공익사업팀은 그런 이들과의 반가운 만남 자리를 마련한다. 바로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받아 설립한 단체들이 한 데 모이는 네트워크 워크샵 ‘함께 숨고르기’다. 이번 워크숍은 2017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일곱 번째다. 지원사업 졸업단체인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제주다크투어,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부산인권플랫폼 파랑과 현재 지원사업을 받고있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바다살리기네트워크, 아카데미의 친구들 총 9개 단체 20명의 활동가가 모였다.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공익단체의 설립과 초기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과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자발적 움직임이 공익단체 생성으로 이어지고, 각 분야에서 시민사회 역동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오랜기간 지원을 이어왔다. 

아름다운재단 공익단체들과 워크숍 가요!

의미있는 시간을 더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0에서 시작해 단체를 설립하며 겪은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는 이들은 1년에 한 번, 워크숍에서 만나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자리에는 지원사업이 종료된지 한참된 졸업단체 다수가 여전히 참여하고 있다. 

“처음 인큐베이팅 워크샵을 보면서 ‘지원사업도 끝나는데, 왜 모이는 걸까?’ 싶었어요. 꾸준히 만나다보니 여기 오는 다른 단체의 활동과 활동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이 워크샵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다시 시작하는 지점’으로 여기게 되었죠. 이 의미있는 시간을 더 의미있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획단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ㅡ 자유, 지리산이음 

 

“단체 내부 활동가가 교체되는데, 활동가가  저 외에도 다른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큐베이팅 네트워크가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바쁘지만 신입활동가와 계속 동행해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활동을 오래하면서,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긍정적 지지나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여기 인큐베이팅 네트워크에 오면 가장 긍정적으로 반응해주면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런 반응들 때문에 여기에 계속 참여하고 있어요.” ㅡ 잔디, 제주다크투어 

 

“이제 막 시작한 단체에게는 ‘지원사업 종료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활동이 가능할까?’ 고민이 들 거예요. 물론 종료단체들도 활동을 지속하려고 여전히 우당탕탕하고 있지만, 워크숍에서 선배단체들이 어떻게 해왔고, 또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같이 나눠주고자 해요. 그러면 워크숍이 끝나도 고민이 있을 때 마음 편히 찾아올 수 있을 거고요. 워크숍에서 신규 단체들이 졸업한 기존 단체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관계와 가능성을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해요.” ㅡ 정민석, 띵동 

 

올해는 지리산이음, 띵동, 제주다크투어의 활동가 3명이 기획단으로 참여해 워크숍을 함께 준비했다. 이들은 굵직한 시민사회 활동 경력만큼이나 재단 네트워크 워크샵 경험도 길다. 앞선 경험자로서 이제 막 단체를 설립한 활동가들이 네트워크 워크숍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기획단 3인은 바쁜 시간을 쪼개 머리를 맞대고 ‘모두에게 알찬 워크숍’을 만들기 위한 회의의 회의를 거듭했다. 

2022~2025년까지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마무리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에게 전달한 감사패

네 마음, 나도 알지 : 이심전심상담소 

기획단은 워크숍에서 모두와 함께 나눌 대화 주제로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이는 신규단체, 졸업단체 할 것 없이 모두의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참여 중인 단체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금이 있어 운영비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지만 앞으로 자립을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지속가능성의 토대를 닦아야 한다. 지원사업이 종료된 단체의 경우, 운영비 뿐 아니라 활동가의 성장과 돌봄, 후원관리 등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여러 차원의 고민이 새롭게 생겨난다.   

기획단은 각 단체가 지속가능한 활동에 관한 다양한 고민들을 속 시원히 꺼내 놓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도록 ‘이심전심 상담소’를 열었다. 오고가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 단체의 현재와 미래를 비춰보고,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은 도전 과제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이심전심상담소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OOO은?
✅활동 연차가 늘어날수록 단체에 새롭게 결합하는 활동가도 많아지는 법. 새로운 동료를 잘 맞이해서 조화로운 조직을 만들기 위해 시도해 본 것  : 수퍼비전제도, 안식월제도   
✅활동가의 성장과 돌봄을 마련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 볼 수 있을까? : 책읽기 모임, 활동가의 날
✅조직의 지속가능성 보다 중요한 건 ‘활동가의 지속가능성’ : 조직은 없어지더라도 남는 건 ‘활동가’니까!
✅완벽하지 않더라도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 모금은 필수! 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해보는 게 중요하다. 

제주에서 만난 ‘선배’ 활동가

이번 워크숍은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2020년에 졸업한 ‘제주다크투어’가 있는 제주에서 열렸다. 제주에는 제주다크투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제로 활동하는 선배 활동가들이 있기도 하다. 워크숍 기획단은 제주의 선배 활동가와의 만남이 조직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활동가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도 많은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장애, 인권, 동물권, 생태, 평화 등 다양한 의제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을 찾아가 그들의 활동기를 청해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제주의 선배 활동가들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생생한 이야기부터, 활동을 이어오게 한 원동력, 그리고 활동에서 겪는 어려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은 진솔하게 나눠주었다. 

제주 지역 단체와 활동가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오미센터, 핫핑크돌핀스, 강정마을사람들, 곶자왈사람들, 삼달다방

워크숍이 열린 2박 3일 동안 활동가들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쉼 없이 이야기했다.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 활동가들은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구했다. 그런 대화들이 차곡차곡 쌓여 인큐베이팅 네트워크 워크숍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갔다.  

📫“매년 활동이 끝날 때마다 (워크숍을 통해) 단체 활동을 마무리하고 또 돌아보게 됩니다. 다음 스텝을 내디딜 때 선배님들의 조언을 들으며 교류하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다 이렇게 서로가 있음을 확인하며 존재만으로 위로받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오가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 활동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도 받을 수 있었어요.” 

📫“1년에 한 번 모이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 좋았고 관계를 지속해갈 수 있어 풍성한 네트워킹이 되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동료가 되어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 2박 3일 워크숍을, 그것도 한창 바쁜 11월에 함께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어느 한 단체도 빠지지 않고 일정을 함께 했다. 이런 열정이 가능한 것은 워크숍에서 나누는 대화와 그 속에 담긴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응원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 참여한 모두는 단체 설립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완수했고, 활동을 이어가는 여정에 있다.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가 되어준다. 함께 길을 걷는 동료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계속해나갈 큰 힘이 된다. 서로의 성장과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그 응원에 힘입어 각자의 영역에서 멋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9개의 인큐베이팅 단체들. 그들의 도전이 계속되기에, 아름다운재단도 모두가 함께 모이는 이 자리를 계속 만들어갈 계획이다.

진심 어린 응원이 담긴 재회의 인사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며, 2025년 워크숍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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