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인생정원’에서 만난 이경미 기부자와 남편 이명동 님
강원도 홍천. 산으로 둘러싸여 아름답게 흐르는 강이 있는 곳. 정남향 주택 ‘인생정원’ 거실 창으로 11월의 햇살이 가득 쏟아진다. 늦가을 강에 원앙새 무리도 함께 찾아왔다며 부부는 직접 말린 산사나무 열매 차를 내왔다.
팟캐스트 ‘미앤비 인생정원 전인치유연구소’를 8년째 운영 중인 부부는 2022년부터 기부자로 재단과 인연을 시작했다.

‘미앤비 인생정원’의 정원지기 이경미 기부자와 이명동 님
‘인생정원’이라는 이름
“처음에 주소를 보고 가드닝 정원인 줄 알았어요.”
식물을 사랑하는 나는 기부자 님 주소의 ‘인생정원’이라는 이름에 끌렸다. 예쁜 정원이 있는 집일 거라 상상했는데, 이곳은 식물의 정원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의 안식을 돕는 ‘인생정원’이었다.
‘미앤비 인생정원’의 ‘미’는 이경미 기부자, ‘비’는 이명동 님을 가리킨다. 손자가 할머니를 ‘미’, 할아버지를 ‘비’로 부르면서 생긴 애칭이지만, 여기에는 더 깊은 뜻이 있다. ‘미(美)’는 아름다울 미, ‘비(備)’는 채울 비. ‘가정을 아름답게 채우기 위해서 우리가 돕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생정원을 가꾸고 있는 정원지기 ‘미’와 ‘비’. 이 부부는 8년째 매일 온라인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에는 이명동 님이 아침 산책 묵상을, 일요일은 온라인 예배를 진행한다. 이경미 기부자는 매주 목요일 밤 9시 30분에 성경 공부를 진행한다. 한 달에 한 번 두 분이 함께 ‘미앤비의 인생이야기’로 삶의 주제를 나눈다.

미앤비 인생정원 전인치유연구소(사진 출처 : 강원영동CBS)
우연히 찾아온 인연, 기다리던 인터뷰
“인터뷰 요청받고 전혀 놀라지 않았어요.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죠.”
이경미 기부자의 첫 마디는 예상 밖이었다. 대부분의 기부자들이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하는 것과 달리, 그는 오히려 반가워했다.
“저희가 낼 수 있는 건 월 2만 원 정도예요. 은퇴자니까요. 하지만 물질보다 더 나눌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멘토링이요.”
이경미 기부자는 반평생을 지리교사와 교회 청년부를 위해 일하고 퇴임했다. 그녀가 아름다운재단 기부를 시작한 건 2022년 ‘열여덟 어른’ 캠페인 영상을 보고 나서였다. 만 18세가 되면 시설을 떠나야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제가 평생 청소년과 청년을 가르쳤거든요. 언제나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은 그들이었어요. 그래서 캠페인 영상이 너무 가슴 아팠죠. 어른이 필요한 사람들이잖아요.”

손수 가꾼 정원에서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더 겸손해야 합니다
이명동 님이 30년 넘게 목회를 하며 지켜온 철학은 ‘나눔’이다. 그는 타인에게 ‘주는 방식’을 강조했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겸손해야 해요. 안 그러면 폭력이 됩니다.”
이경미 기부자도 같은 생각이다.
“주는 사람이 으스대서 받는 사람이 상처받으면 안 돼요. 대등한 인격체로서 나누는 거, 이게 정말 중요해요.”
부부는 온라인 뿐만 아니라 ‘미앤비 인생정원’에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중증 장애가 있는 한 청취자가 찾아왔을 때, 함께 양양까지 짧은 여행을 떠났던 기억도 꺼냈다.
“그분이 ‘가족 모임 외에 카페를 가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조금만 마음을 쓰고 수고하면, 그렇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드릴 수 있어요.”
가정을 아름답게 채우기 위해 돕는다는 ‘미앤비’의 뜻처럼, 부부는 이웃들의 삶을 아름답게 채우고 있다. 아름다운재단뿐만 아니라 뉴스타파, 굿네이버스, 국경없는의사회 등에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이경미 기부자는 선교사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3년간 대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다. 그 곳에서 목마르고 배고픈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처음엔 자선단체들이 너무 비대하고 조직 운영비가 많이 든다는 게 신뢰가 안 갔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누가 하겠어요? 내가 직접 다 도울 수는 없잖아요.”
이명동 님은 더 명확하다.
“한 번 믿었으면 끝까지 가는 거예요. 선교사들한테도 그랬어요. ‘보고하지 마라, 행복하게 일하고 싶을 때 소식 주라’고요. 재단도 마찬가지예요. 한 번 믿었으면 믿는 거예요.”

기부자님과 아름다운재단 매니저들
열심히 도와주고 욕 얻어먹는 일
이명동 님이 어느 강의에서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복지가 뭐냐고 묻는다면, 열심히 남들을 위해 일하고 욕 얻어먹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욕하거든 ‘이게 정상이고, 내가 제대로 일을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는 아름다운재단에도 이 말을 전하고 싶어 했다.
“좋은 일 하는데 의심받고 욕 먹을 때가 있을 거예요. 그러려니 생각하세요. 거룩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어서 못합니다. 그냥 욕 먹는 일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행복해집니다.”
듣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었다. 인터뷰 말미, 두 분에게 나눔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눔은 평범한 삶이에요. 밥 먹고 사는 것처럼, 너무 당연한 거예요.”(이경미 기부자)
“저는 서울역 쪽방에 계신 분한테 ‘더러운 건 싫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더러운 걸 용납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당신도 더 깨끗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랬더니 다음에 깨끗한 차림에 꽃 한 송이를 들고 오셨어요. 나눔은 대등한 인격체로서 서로 주고받는 거예요.”(이명동 님)

이명동 님의 손때가 묻은 현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25주년, 재단에 전하는 메시지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은 재단에 두 분은 각자의 메시지를 남겼다.
“열심히 할 생각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할 생각도 하지 마세요. 그냥 행복하게 일하세요. 저는 목사 생활이 정말 좋았어요. 행복했어요. 여러분도 너무 좋아서 하는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이명동 님)
“앞으로 더 융성하길 바랍니다. 청년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 관계 맺기에 더 집중해주세요.”(이경미 기부자)

직접 지은 오두막과 계단. 계단을 처음 밟은 손님이 되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부부가 직접 지은 오두막, 손수 가꾼 정원이 11월 햇살 아래 평화로웠다.
“몇 해 전, 한국의 정치 상황이 속상해 각별한 마음으로 나무 세 그루를 심었죠. 지금 쑥쑥 자라고 있어요. 우리는 절망하지 않고 나무를 심었어요.“
나무 뿌리가 건강해지면 가지가 건강해지고 좋은 열매를 맺듯이, 그들의 상담은 이웃의 마음 문제를 살피고 돌보고 있다.
‘인생정원’에서 만난 진짜 인생 멘토. 두 분의 말씀 하나하나가 우리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기부자를 만나러 갔다가, 삶의 선배를 만나고 온 날이었다.

인터뷰에서 느낀 마음을 담아 AI로 만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