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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는 아름다운재단이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엠와이소셜컴퍼니와 함께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 기반의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입니다. 본 사업은 사회가 당면한 복잡한 난제들을 단일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지역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공공·민간·중간지원조직·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전문성과 자원을 연결해, 마을공동체가 단독으로 풀기 어려운 지역 과제를 협력으로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사회변화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 참여 마을공동체
‘우리동네연구소 안산퍼즐협동조합’ 이진경 이사장
안산시 상록구 일동은 녹지가 풍부하고 오랜 삶의 역사가 담긴 원도심이다. 이진경 이사장은 이곳에서 동네 주민들과 함께 2018년부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을 운영해오고 있다. 협동조합은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았다. 마을 안에서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었던 엄마들이 모였고, 그런 다음 함께하는 이웃 주민들이 모였다. 2012년 ‘마을 자치활동’을 시작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관계성을 넓혀왔다.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 이진경 이사장
그러나 2020년의 어느날, 마을공동체는 처절한 현실과 마주했다.
“평소에 좀 가깝게 알고 지내던 동네 어르신이 어느 날 독거사(고립사)로 만나게 되는… 일주일 만에 발견되는 상황들을 저희가 접하면서, ‘아, 이렇게 그냥 지내서는 안 되겠다’라고 하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충격적인 사건은 퍼즐협동조합의 활동을 ‘시니어 마을 돌봄’으로 완전히 전환시켰다. 곧바로 주민자치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연계하여 400여 명의 어르신을 전수조사했고, 마을의 어르신들이 ‘굉장히 취약한 관계망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퍼즐협동조합은 재정적 지원보다 ‘관계’를 통한 생활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하고, ‘서로 일상을 챙길 수 있는 이웃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퍼즐협동조합은 2024년 ‘퍼즐재가장기요양센터’를 설립하여, 매주 목요일이면 마을 어르신들이 커뮤니티 공간에 모여 건강 증진 프로그램 ‘우리동네 건강살롱’을 열고, 매달 한 번씩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한다. 여름에 열무김치 하나에 비빔밥을 먹기도 하고, 지역의 100명 이상의 어르신들과 함께 매년 교복을 입고 ‘낭만 소풍’을 다녀오고 있다.

“올해는 ‘낭만소풍’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후원금이 조금 부족했어요. 조합원 카톡방에 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올렸는데, 불과 30분 만에 부족한 금액이 십시일반으로 채워지는 거예요. 정말 감동했죠. ‘내가 다는 못해도 5천 원은 낼 수 있지.’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조합원들을 보면서, 퍼즐협동조합의 힘은 각자의 여력 안에서 기꺼이 함께할 때 실감하는 것 같아요.”
마을 돌봄의 개선 지점을 고민하며 성장한 공동체의 최근 아젠다는 ‘상인과 어르신들의 연결’이다. 일명 다정곳간 프로젝트. 안산 일동의 모든 곳에 퍼즐협동조합이 있을 수 없어 생활권 곳곳에서 다정곳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사업의 비전은 ‘돌봄이 필요할 때, 주민이 편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마을 구조 만들기’를 실현하는 것이다. 새로운 돌봄 거점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역에 있는 마을 안의 상점을 돌봄 거점화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수 있는 거점으로서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들리는 곳, 이용하는 곳, 시간을 보내는 곳인 상점을 선택했다.
“다정곳간은 올해 처음 시도해 본 사업이에요. 마을에서 ‘관계를 기반으로 한 돌봄’이 이루어지려면 거점이 굉장히 중요한데, 퍼즐 혼자서 동네 어르신들을 모두 케어하고 연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다행히 저희 동네는 상인분들과 주민들 사이의 협력과 신뢰가 이미 잘 형성되어 있는 곳이에요. 그 장점을 살려 상인분들과 함께 동네 골목의 ‘사랑방’ 역할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이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동네에서 주민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곳은 미용실이다’, ‘굳이 돈 들여 새로운 공동체 거점을 만들지 말고, 미용실에 뜨개실만 놓아도 사람들이 몰린다’, 이런 농담 같은 수다를 나누다가, 오히려 그런 일상적인 공간이야말로 진짜 거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럼 우리 상인분들과 함께 이런 활동을 직접 해보자’ 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렇게 ‘다정곳간’이 탄생하게 된 거예요.”
이진경 이사장은 ‘필요할 때는 도움을 청하세요’라고 늘 말하지만, 관계가 쌓여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말이 있어도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도움을 주고받는 일의 출발점은 결국 ‘관계’라고 강조했다. ‘다정곳간 프로젝트’를 상인회 임원회에 처음 소개했을 때, 네 곳의 상점과 한 곳의 마을 공동체가 망설임 없이 참여를 결정했다. 동네의 당구장, 미술학원, 문화공간, 피아노 학원 등은 각 공간의 특성을 살려 시 쓰기, 그림그리기, 당구클럽, 마을정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자연스러운 ‘동네 사랑방’ 역할을 만들어갔다.
“잘 걷지 못하시는 할머니가 2층에 있는 당구장 계단을 씩씩하게 올라오세요. ‘내가 당구 친다니까 아들이 웃어’ 하시면서 너무 즐거워하시더라고요. 동네 아저씨들도 당구장에 할머니들이 등장하니까 처음에는 다들 신기해했죠. ‘이 할머니들은 뭐지?’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한 테이블씩 맡아서 어르신들과 공을 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아- 이게 바로 퍼즐이 꿈꿨던 다정곳간이고, 우리가 필요로 했던 ‘관계의 연결’이구나 싶었어요.”
그는 이어 말했다.
“동네 어르신과 상점이 연결되고, 그게 계기가 되어 상점을 이용하는 고객과 어르신들이 다시 연결되고… 이런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관계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도 이어지는 신뢰로 확장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다정곳간 상점 주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사례도 생겼다. 퍼즐협동조합이 의도했던, 일상에서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연락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게 된 것이다.
“어떤 어르신이 넘어져 팔을 다치셨는데, 다정곳간 상점에 직접 연락을 하셨대요. ‘내가 이만저만해서 아프다’고요. 약 바늘을 꽂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걸 가서 빼드리기도 했대요. 그걸 들으면서 이 관계가 진짜 깊어지고 있구나 느꼈어요.”
인터뷰 속에서 이사장님은 “동네를 기반으로 하다보니 늘 사업비나 이런 것들은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어쩔때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활동의 지속가능성이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하면서, 프로젝트를 정착화 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많은 어르신들이 생활 속 돌봄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다정곳간’ 사례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요즘은 봉사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어요. 사람들과 어울리고 관계를 이어가려면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이 필요한데,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애시당초 우리가 퍼즐을 만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퍼즐의 역량을 기반으로 많은 상인들과 함께하고, 그분들이 더 많은 어르신과 관계 맺고, 그렇게 마을 전체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요.”
인터뷰 내내 이사장님의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사장님은 인터뷰 중간중간에도 종종 어르신들의 전화를 받곤했다. ‘아 내일 어르신 병원가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어르신의 상황을 이미 아는 듯 했다. 퍼즐이 고민해온 관계의 힘, 관계의 연결, 그리고 그 확장이 일동 곳곳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취재 | 조승미 작가
글 | MYSC 김민선 연구원
사진 | 도비즈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