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창 窓
창문은 차단보다 연결에 중점을 둔 문이다. 빛과 바람, 빗소리와 자동차 경적음, 소리 없이 내리는 눈조차 흰빛으로 창문을 두드린다. 바깥 세계의 기척은 투명한 경계선으로 존재하는 창을 투과해, 그 안에 머무는 사람에게 닿는다. 옆 건물 벽면이 창밖 풍경의 전부일지라도, 창을 통해 스며든 어스름한 새벽빛은 잠든 이의 눈두덩을 쓸어주며 어김없이 밝아오는 아침의 감각을 일깨운다.
첫 번째 창 이야기: 빛을 연결하는 창
커다란 통 유리창으로 기세 좋게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창문 프레임 안에 담긴 샛노란 은행나무가 가을볕 아래 찬란하다. ‘청년, 공간’의 첫인상은 세 개의 통창이 빚어낸 환한 개방감으로 다가왔다.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의 거점공간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이른바 만남의 장소다. 노숙 또는 노숙위기군에 있는 주거취약상태 청년들과의 첫 만남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햇빛과 계절을 넉넉히 끌어안은 ‘청년, 공간’의 창문 ⓒ현일수, 2025
통창의 목적은 채광과 전망이다. 빛을 끌어들이고 풍경을 담기 위해 존재하는 창이라, 카페나 휴양지 숙소처럼 정서적 쉼이 중요한 공간에서 선택하는 인테리어 요소이기도 하다. ‘청년, 공간’ 설계 과정에도 창은 중요한 이슈였다. 창이 없는 고시원에 거주하거나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거리생활 하는 청년들이 이곳에 머무는 시간만이라도 햇빛과 계절을 넉넉히 누릴 수 있길 바랐다. 그런 마음을 한껏 담으려니 기존의 협소한 창으론 만족할 수 없어서, 벽을 뚫어 창을 새로 냈다.
주거기반이 취약한 이에게 햇빛은 소중한 자원 중 하나이다.
새잎이 돋고 무성해지고 잎이 물들고 지는 풍경을 담아내는 창은 시간의 흐름을 상영하는 스크린과도 같다. 어떤 날은 대사도 자막도 없는 그 느린 영상 위로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라는 문장이 깨달음처럼 지나가기도 할 것이다. 계절이 깃든 창의 위로는 문득, 그렇게 발생한다.
‘청년, 공간’은 노숙위기청년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한편, 유용한 정보와 자원을 연결한다.
‘청년’과 ‘공간’이란 단어 사이에 찍은 쉼표는 두 단어를 같은 무게로 연결하는 한편, ‘청년 쉼 공간’의 의미로도 읽힌다. 햇빛과 계절을 넉넉히 끌어안은 큰 창문처럼, ‘청년, 공간’ 안엔 노숙위기청년들의 쉼을 위한 심적, 물적 지원의 디테일이 구석구석 섬세하다. 관심과 관찰이 빚은 디테일이다.
가령, 1인 샤워실과 건조기를 갖춘 세탁실은 청년들이 처한 주거상황에 초점을 맞춰 구성한 시설이다. 거리생활 중이라면 씻을 곳이 마땅치 않을 테고,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면 빨래 건조가 어려울 테니까. 갈아 신을 여분의 신발이 없거나 신발에 땀이 찰 수밖에 없는 노동 후 센터를 방문하는 청년들을 위해 신발 살균기도 구비했다. 청년들이 신발을 벗길 꺼려한다는 걸 눈치 채고, 좌식 휴게 공간도 신발을 신고 이용하게끔 변경했다.
신규 통합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과 상담 중인 김영호 실장
생필품과 식료품, 간식 진열대를 채우며 하루를 시작하는 김수진 팀장
‘청년, 공간’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 즈음. 김수진 팀장은 생필품과 식료품, 간식 진열대를 점검하고 채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위생용품부터 밀키트까지, 지원되는 생필품 품목은 의식주 전반을 꼼꼼히 아우른다. 겨울 점퍼나 핫팩처럼 계절을 반영해 추가되는 의류와 방한용품도 있다.
종일 방문객이 줄을 잇는 날이었다. 오전엔 신규 통합지원대상자로 선정된 청년이 주거지 탐색을 위해 방문했고, 점심 무렵엔 무료법률상담을 신청한 청년과 서울대공익법률센터 이제호 변호사가 방문했다. 오후엔 ‘자취 요리 만들기’를 주제로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느라 ‘청년, 공간’이 내내 북적였다. 활동에 참여한 청년은 모두 다섯 명. 강사와 보조 진행자까지 총 일곱 명이 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눠먹으며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들과 상담 중인 두 사람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는 아름다운재단과 협력해 노숙위기청년들이 생활 제반의 법률 분쟁과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률 상담 및 소송 서비스를 지원한다
‘자취 요리 만들기’를 주제로 진행된 커뮤니티활동 시간. 실생활에 유용한 레시피와 조리 팁만큼이나 중요한 건, 함께하는 식탁의 경험이다.
노숙위기청년들에게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삶의 기본적인 안전망이라 할 가정이 부재한다는 점이다. 부모와 형제자매 등 혈연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가정폭력으로 탈가정 후 보호시설을 거쳐 불안정한 주거지를 전전하게 되는 사례처럼, 혈연 가족이 존재하더라도 돌봄과 지지의 관계를 갖지 못한 경우다.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고립되기 십상이며, 우울감과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청년, 공간’은 그런 청년들을 위해 마련된 동행과 연결의 장소다. 부동산에 동행해 같이 집을 보러 다니고, 생활 속 법률 강좌와 무료법률상담을 연결하고, 혼밥이 일상인 이들을 여럿이 둘러앉는 식탁에 초대한다. 그 동행과 연결의 자리엔 햇빛이 넉넉히 깃든다. 벽을 뚫고 창을 내어 확보한 환대의 빛이다.
생필품 키트에 얹은 응원의 메시지
지난 여름, 이곳을 찾은 청년들에게 제공된 생필품 키트는 수건, 치약, 칫솔, 풋샴푸, 실내용 슬리퍼, 탁상용 선풍기, 무선이어폰, 비타민D 등 실생활의 쓸모를 고려한 생활용품들로 알차게 꾸려졌다. 그중 의외의 물건은 카세트테이프 모양의 녹음기였는데, 무슨 용도일까 궁금해 만지작거리다 재생버튼을 누르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혼자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든 존중하고 응원합니다.
다음 계절에는 우리가 좀 더 웃고 있었으면 해요.”
두 번째 창 이야기: 최소한의 창
노숙 또는 강제퇴거 위기 상황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긴급주거지원은, 고시원처럼 당장 입주 가능한 방을 단기 지원한다.
고시원 룸 타입을 분류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창문의 방향이다. 건물 외부로 난 창을 외창, 내부 복도 쪽으로 난 창을 내창이라 부르는데, 아무래도 자연광이 들어오고 공기 순환이 더 나은 외창방의 가격이 높다. 밤에 일하고 낮에 수면을 취해야 한다면 내창방이 더 효율적이란 의견도 있으나, 고시원 생활을 좀 해본 사람들은 내창방과 외창방에 대해 한마디로 규정한다. 단기간 머문다면 내창도 상관없으나 오래 머문다면 외창을 선택해야 한다고.
안으로 난 창을 부르는 말, 내창. 고시원 내창은 복도 쪽을 향한다.
잠만 자는 방에 창문은 필수 요소일까, 선택 사항일까? 일단, 수면의 기본 조건은 몸을 눕힐 수 있을 만큼의 공간과 침구류,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 적당한 온도일 것이다. 즉, 창문이 없어도 수면은 가능하다.
하지만 주거공간은 수면방이 아니다. ‘주거(住居)’란 ‘머물러 삶’을 뜻하는 말이고, 머물러 사는 공간에선 잠만 잘 수 없다. 사실, 잠만 잔다고 해도 잠의 앞뒤로 붙는 생활이 있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옷과 수건이 쌓였다면 세탁하고, 젖은 빨래를 널고, 출출한 배를 채우는 일들. 그러자면 음식 냄새가 빠져나갈 만큼 바람이 통해야 하고, 젖은 수건이 마를 만큼 볕이 들어야 한다. 창은 생활의 숨구멍과도 같다. 2평 남짓 작은 방에도 창이 필요한 이유다.
긴급주거지원을 받아 3개월째 고시원에 임시 거주중인 박희준 청년의 방
통념상 ‘고시원’이라 부르지만, 고시원 간판을 내건 고시원은 드물다. 대체로 ‘OO하우스’란 간판을 내걸고, 하우스 앞엔 ‘봄’이거나 ‘꿈’ 같은 단어들이 붙는다.
박희준 청년은 긴급주거지원을 받아 3개월 째 ‘OO하우스’에 산다. 마주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벽면에 몸을 밀착해야 두 사람이 오고 갈 수 있을 만큼 좁다란 복도 쪽으로 창을 낸, 1.5평 남짓한 방이다. 긴급주거지원은 3개월을 기준으로 진행되는 단기지원이다. 시설 보호가 종료되거나 강제퇴거 상황에 놓인 청년에게 고시원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고, 긴급 생필품을 제공한다.
“다이소 매장이 가까워서 편리해요.”
선선히 자신의 방을 열어 보여주고, 공용 주방과 욕실, 세탁실 등 고시원의 편의시설까지 안내해준 박희준 청년은, 넌지시 ‘다이소세권’ 인프라를 자랑한다. 책상 위엔 그 매장에서 구입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액정·모니터 전용 클리닝 티슈가 놓여 있었다. 방의 규모가 생활의 동선을 제한할 만큼 작더라도, 돌아갈 방이 있는 사람은 그 방에서 할 일들을 만들어낸다. 태블릿 액정을 깨끗이 관리하고픈 욕구가 생긴다는 것, 그 욕구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것. 청년은 사소한 생활의 감각을 회복하고 있었다.
긴급주거지원을 받아 1개월째 고시원에 임시 거주중인 윤정후 청년의 방
내창을 가린 부직포 블라인드를 살짝 접어 올려 바람의 통로를 확보한 방은, 비좁은 와중에도 여백이 많다. 천장 행거엔 겨울점퍼 한 벌이 걸려있을 뿐, 빈 옷걸이만 촘촘하다. 책상 위엔 헤어드라이어와 물티슈, 탁상용선풍기와 무선이어폰 박스가, 수납장엔 수건 몇 장과 속옷, 로션과 비타민 한 통이 전부다. 모두 ‘청년, 공간’에서 제공한 생필품으로, 청년이 신고 있던 소음방지용 실내 슬리퍼 역시 생필품 키트 구성품 중 하나다. 안정된 주거지를 가져 본 적 없는 청년의 살림은, 2박3일 여행을 떠나는 이의 여행가방 속 짐보다 적다.
생필품 키트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건 무선이어폰이다. 소음에 취약한 고시원 생활엔 필수용품 중 하나.
“방에 있을 땐 거의 이어폰을 끼고 지내는데, 유선이어폰은 휴대폰 충전 중엔 사용할 수 없잖아요. 무선을 처음 써 봐요. 휴대폰 충전 중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편하더라고요.”
윤정후 청년이 머무는 고시원은 ‘청년, 공간’과 가깝다. 자전거로 배달 일을 하는 터라 언덕이 많은 동네보다 평지인 동네를 원했는데, 거점공간이 있는 동네의 지형이 그가 원하는 조건과 맞았다. 긴급주거지원으로 고시원에 거주한 지 이제 한 달 남짓 되었다. 노동 여건이 나아진데다 잠자리 걱정을 덜어서인지, 청년은 다소 안정감을 찾은 듯 했다. 이전에 머물던 고시원은 언덕이 많은 동네에 있었다. 지인의 방에 몰래 얹혀 지내다 퇴소 당했다. 한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최소 규격으로 설계된 방에 더부살이가 가능할까 싶지만, 친구가 일을 나간 틈에 자고 나오는 식으로 노숙 생활을 이어가는 청년들이 있다.
김수진 팀장은 청년을 만날 때마다 밥은 먹었는지, 필요한 생필품은 없는지 묻는다. 건강 상태와 근로 상황 등 살펴야 할 게 많지만, 일단은 씻고 입고 먹을 것부터 챙긴다. 몰래 숨어들지 않아도 되는 방, 안심하고 머물러도 되는 방에 이제 막 도착한 사람에게 처음 건넬 것은 “식사했어요?”라는 질문과 보송하게 마른 수건일 것이다.
세 번째 창 이야기: 최선의 창
창밖의 풍경이라곤 옆 건물 벽면뿐이지만, 아침을 일깨워줄 빛이 스미기엔 충분한 창이었다.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 지 집안에서도 감각할 수 있도록, 집밖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투명한 경계선.
통합지원을 받아 올해 2월 주거지 구성을 마친 김슬기 청년의 방
김슬기 청년이 꿈꾸는 집은 ‘깔끔한 집’이다. ‘깔끔’이란 단어에 유독 힘을 준다 싶더니, 행거에 걸어둔 옷가지와 싱크대 수납장에 쌓아둔 즉석밥까지 ‘칼각’을 자랑한다. 책상과 커튼을 화이트 톤으로 맞추고, 이부자리를 화이트와 진한 그레이로 조합한 컬러 감각도 돋보인다.
주거지원을 받은 청년은 취향껏 방을 꾸미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올해 2월에 입주했는데, 장롱과 책상, 행거와 수납장 위치를 세 번, 네 번 바꿨어요. 지금 구도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집에 정이 좀 든 거 같아요.”
제자리를 찾은 가구처럼, 김슬기 청년도 작은 원룸 안에서 쉴 자리를 찾았다. 고심하여 고른 책상과 의자,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을 모아둔 장식장. 옷과 신발은 깨끗이 갈무리하고, 냉장고엔 밑반찬과 과일을 챙겨둔다. 집을 방문한 날도 청년은 대파와 양파 같은 식재료를 다듬어 보관용기에 소분해 담고 있었다.
“즉석곰탕 밀키트에 대파를 넣으면 더 맛있으니까, 미리 준비해두는 거예요.”
취향을 반영해 방을 꾸미고 다음 끼니를 준비하며, 스물두 살 청년은 그렇게 자립의 감각을 익혀가는 중이다.
신규 통합지원대상자로 선정돼 주거지를 구성중인 한지우 청년의 방
통합지원대상자에겐 보증금과 월세 지원 외에도 주거환경 조성이 제공된다. 침구류를 비롯해 가전, 가구 등의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장만해주는 것인데, 말하자면 자녀가 집을 떠나 자취방을 꾸릴 때 부모가 해주는 일과도 같다.
한지우 청년의 새 보금자리로 침구류와 커튼을 미리 주문해둔 김수진 팀장은 약속시간에 맞춰 원룸을 찾았다. 입주 청소를 마치고 간단한 살림만 들인 집은 아직 온기가 없다. 낯선 집에 먼저 도착해있던 청년은 주인이 아니라 손님처럼 쭈뼛거렸지만, 곧 김수진 팀장과 호흡을 맞춰 토퍼와 베개에 커버를 씌우고 창문에 커튼을 달았다.
“커튼 색깔 마음에 들어요?”, “베개는 이 방향으로 두는 게 낫겠죠?”
김수진 팀장이 의견을 물을 때마다 청년은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다. 한지우 청년에겐 아직 선명한 욕구가 없다. 하지만 한결 안정된 주거환경 속에서 1년간 받게 될 맞춤형 통합자립지원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생애주기마다 1년이란 시간이 갖는 의미와 영향력은 다르다. 안부를 묻고 필요를 살피고 커튼을 달아주는 사람을 비로소 곁에 두게 된 청년은, 이제 고작 스물한 살이다.
가정이란 안전망을 갖지 못한 청년의 자립 과정엔 사회적 자원을 연결하고 동행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방음이요.”
주거 환경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어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었다. 유독 말수 적은 청년이 오래 생각하지 않고 바로 답하는 것으로 보아, 고시원 생활에서 힘든 점이 벽간소음인 모양이다. 긴급주거지원을 받아 현재 고시원에 거주하는 이수호 청년은, 얼마 전 통합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주택 보증금과 월세, 관리비 및 공과금, 중개수수료로 구성된 주거비 지원기간은 1년이다.
전월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진행되니, 남은 1년 치 월세와 관리비, 공과금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주거 구성을 마친 후 촘촘한 맞춤형 자립지원이 따르는 이유도 그 때문. 학업 및 직업훈련 교육비, 의료비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통합지원금과 식료품, 의복비, 생필품, 통신비 등의 항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지원금이 역시 1년간 지원될 예정이다.
신규 통합지원대상자로 선정돼 주거지를 탐색중인 이수호 청년과 김영호 실장
이수호 청년의 주거지 구성을 위한 첫 걸음엔 김영호 실장이 동행했다. 집을 구할 동네는 일단 ‘청년, 공간’ 인근으로 설정하고 부동산을 찾았다. 살고 싶은 집과 살 수 있는 집의 차이를 확인하며 한숨도 짓고, 내 선에서의 최선을 찾기 위해 질문과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곳이 부동산이건만, 청년은 내내 말이 없다. 이쯤은 포기해도 된다거나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기준과 취향도 경험에서 나온다. 스무 살에 독립해 월세방에 잠시 살아봤을 뿐,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하다 고시원에 거주중인 청년은 주거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방음’ 말고도 주거공간에 바라는 점이 하나둘 더 붙으려면, 일단 살아봐야 할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차려먹고,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세탁기를 돌리고, 유튜브를 봐야 할 것이다. 친구를 초대해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늦게까지 놀다가 늦잠을 자야 할 것이다. 창가 쪽으로 머리를 두고 누웠다가 웃풍이 스민다면 베개 방향을 달리하고, 다음 집을 고를 땐 창호를 더 꼼꼼히 챙겨봐야겠다는 구체적인 욕구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었다가 암막커튼을 투과한 아침햇살에 화들짝 눈뜨며, 출근 시간까지 남아있는 시간을 헤아려보는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청년, 공간’
영등포구에 위치한 ‘청년, 공간’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노숙위기청년 상담 및 이용공간으로 운영된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커뮤니티 활동이나 긴급지원이 필요할 경우 주말과 공휴일, 평일 야간에도 문을 연다. ‘청년, 공간’이 자리한 3층은 그 건물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층이기도 하다. 해가 떠있는 내내 창밖의 빛을 끌어들이던 통창은, 밤늦도록 ‘청년, 공간’을 밝힌 창 안의 불빛을 발산한다.
ⓒ 현일수, 2025
글 │ 고우정
사진 │ 현일수
아름다운재단 <2025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을 통해 노숙위기청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희망가치의 2025년 11월 12일 현장 동행취재로 진행되었습니다.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은 사회적으로 지원정책이 미비한 거리 노숙 또는 노숙위기군에 있는 주거 취약상태의 청년에게 개별 맞춤형 통합지원을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노숙 재진입을 방지하고 탈노숙을 위한 자립 안전망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 본 사업은 신한은행 지원 및 (사)희망가치와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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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고객과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ESG Leading Bank를 중장기 ESG 비전으로 설정하여 다방면에서 ESG 경영을 확대해오고 있으며, 특히 금융 본업에 기반하여 녹색금융과 상생금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는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과 더불어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료 지원, 청년 전세대출 고객 공과금 지원 등 청년주거안정 등을 통해 미래세대 청년을 위한 다양한 상생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