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2019년부터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 협력하여 아동·청소년의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해 ‘문화와 룰루라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문화와 룰루라라’를 함께 하고 있는 전주기린지역아동센터, 박진호 선생님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도전과 성장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시끌벅적한 골목을 울리는 아이들의 신나는 웃음소리. 그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만의 필명을 붙여 시를 소리 내어 읽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전북 전주의 기린지역아동센터다. 

기린지역아동센터는 지난 2021년부터 아름다운재단과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가 함께 하는 ‘문화와 룰루라라’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아이들은 매년 자신이 살아가는 동네를 주제로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리고, 모형을 만드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리고 올해는 아이들이 직접 동시를 쓰는 작업에 도전하고 있다. 어느덧 5년을 함께 하며 아이들은 진심을 담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기린지역아동센터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가가 되고, 시인이 되고, 작은 움직임으로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까? 아이들의 성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기린지역아동센터 박진호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린지역아동센터 박진호 선생님

기린지역아동센터 박진호 선생님

Q1. 아이들이 동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하나요?

방과 후 외부 강사 선생님이 센터에 오셔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은 같은 책상에 모여 그날 떠오르는 주제나 시감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각자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요. 특히 우리 센터에서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주제로 다양한 글을 써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시들은 하나의 시집으로 엮여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특별한 작품이 됩니다.

Q2.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를 주제로 선택하신 이유는요?

센터가 위치한 동네는 굉장히 조용하고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요. 낡은 골목들이 많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나 즐길만한 문화거리가 적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생활하는 이곳을 더 밝고 재미있는 공간이 될 수 있게 그들이 자연스럽게 이웃과 동네를 사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문화와 룰루라라’를 통해 아이들은 동네, 더 나아가 전주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시의 주제를 찾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Q3. 구석구석 동네 탐험이라니, 흥미 있는 주제네요. 수업 분위기나 아이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모두가 조용히 앉아 집중하며 글을 쓸 것 같지만, 실제 수업 분위기는 훨씬 생동감 있어요. (웃음) 시 선생님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자기 얘기를 쏟아내며 왁자지껄할 때도 있고 반대로 연필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만 들릴 만큼 몰입하는 순간도 있죠.

최근에는 아이들 각자가 자신만의 필명을 정하는 활동을 했는데요, 모두 진지하게 고민하더라고요. “이 이름이 나랑 어울릴까?”라며 친구에게 묻고, 단어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보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자신을 표현하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또 그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시쓰기 수업 풍경

시 쓰기 수업 풍경

Q4. 지금 5년째 ‘문화와 룰루라라’에 참여하고 계시는데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아이들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더 크게 느껴져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아이들이 클레이로 지역사회의 모습을 만드는 활동을 했을 때예요. 서로 생각을 나누고 상상한 장면을 손끝으로 만들어내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땐, 아이들이 이런 협동 작업을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클레이는 단순히 그리고 색칠하는 것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친구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작업이잖아요. 하지만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쓰고, 시를 쓰며 표현의 폭이 넓어진 아이들이 이제는 입체적인 작업까지 해내고, 서로 마음을 모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내더라고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 사업이 아이들과 저 모두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Q5. 매년 아이들만 만든 작품으로 결과공유회도 하신다면서요. 사업 담당자로서 뿌듯하시겠어요.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을 하나의 작품으로 엮고, 이를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아요. 그럼에도 아이들이 직접 만든 결과물 하나하나를 더 잘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고민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어요.
작품을 전시하는 자체 시화전도 열었는데요,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노력에 아낌없이 칭찬을 건넸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조금씩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어요.

Q6. 사업을 통해 여러 변화가 있는데, 이 사업이 사회에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요?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단순히 문화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문화 향유’라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쩌면 그 움직임이 작고 미약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결과물이 완성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마주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이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해요. 사업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길러내기 위한 소중한 발판이 되어 주었습니다.

아동청소년이 함께 만든 시집

아동청소년이 함께 만든 시집

Q7. 아름다운재단은 남들보다 먼저, 남들에게 기준이 되는, 영향력을 만든다는 ‘마중물’ 기준을 사업 방향으로 잡고 있어요. 지난 5년간 참여한 룰루라라 사업은 이런 기준에 부합하나요?

네 ‘마중물’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함께 결정하며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성장해 왔어요. 
‘문화와 룰루라라’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도 지역과 이웃에게 나눌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배웠고요. 그런 점에서 이 사업은 아이들에게 시민 의식을 키워주고 또 지역사회에 작은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마중물 역할을 해주었다고 느낍니다.

Q8. 마지막으로 사업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으로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무엇보다 오랜 시간 ‘문화와 룰루라라’에 함께해 준 우리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사실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이 사업이 이렇게 오래 이어질 수 없었을 거예요. 작년에 참여했던 한 친구가 “내년에도 또 참여해도 되냐”라고 물어봤을 때 ‘이 사업 하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느낀 것처럼 아이들도 ‘문화와 룰루라라’에 참여한 모든 시간이 좋은 경험과 소중한 기억으로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글 |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진 |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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