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운동선수, 부상 후 nn년만에 재기 B 소상공인 재기하는 방법 C 예술인, 000작품으로 재기 성공
문득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서 검색해봤습니다.
사전적 의미를 보니,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다시 일어서는데는 많은 힘이 필요할 것 같은데, 혼자서 할 수 있을까? 이번 ‘한부모여성 재기 지원사업’ 긴급 지원 서류 심사를 참관하면서 훨씬 더 크게 느껴진 질문입니다.
한부모여성 재기 지원사업은 자녀와 보다 안정되고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긴급지원비, 아이돌봄비, 미래 설계를 위한 교육비, 그리고 참여자 간 교류를 위한 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한부모여성은 양육과 생계유지, 자립을 동시에 홀로 해내야 하기에 실직이나 질병 같은 갑작스러운 위기에 특히 취약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한부모여성의 현실을 고려해 한국미혼모가족협회와 협력해 2023년부터 ‘한부모여성 재기 지원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모금기획팀 신입이 본 한부모여성의 삶
한부모여성 재기 지원사업은 긴급 지원, 아이돌봄, 교육비 3개 파트로 나뉩니다. 올해 처음으로 저는 긴급 지원 파트를 참관했습니다. 심사를 진행하는 한부모 지원 분야 전문가의 곁에서 저는 신청서와 데이터를 살펴보았습니다.
과정을 함께하며 한부모여성의 현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긴급 지원의 경우 지원자는 30명이지만 신청자는 139명으로 4배가 넘는 서류가 접수되었습니다. 신청서 한 장 한 장에는 예상치 못한 위기 앞에서 막막해하는 한부모여성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서류와 접수된 데이터를 보니, 한부모여성 가장의 삶은 숫자로 요약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절박했습니다.
“아이와 단둘이 살며 꾸준히 일을 해왔지만, 최저 임금으로는 아무리 아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한부모여성)
한부모여성 가정은 공통적으로 ‘모든 돌봄과 생계가 한 사람에게 집중된 구조’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공적 급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생계
신청자의 65.8%가 기초생활수급자였고, 여기에 조건부 수급자와 차상위를 포함하면 약 87%가 공적 급여를 중심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아이를 홀로 돌봐야 하고, 주 양육자인 자신이 몸이 아프거나 여러 이유로 인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프1_공적 급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한부모여성이 공적 급여에 의존하는 데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갑작스러운 소득 공백이 두려워 안정적인 지원을 포기하고 자립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의존이 길어질수록 자립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 지원이 중단되는만큼 그때는 자립을 시작해야 하지만, 이미 오랜 경력 단절로 인해 노동시장 재진입이 힘듭니다.
안정적인 근무가 어려운 상황
노동 상황을 보면, 일하고 있는 사람은 55.5%로 절반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중 정규직은 극히 일부인 11%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은 계약직, 단기 아르바이트, 파트타임, 일용직 등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불안정 노동에 놓여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근무가 어려운 이유는 신청서 곳곳에 드러났습니다.
그래프2_불안정한 노동 환경
아이가 너무 어려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없는 경우, 아이 혹은 본인의 질병으로 인해 수술과 회복 과정 때문에 장기 근로가 어려운 경우 등
안정적으로 일할 수 없는 구조와 일을 하고 싶으나 상황상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서로 얽혀있었습니다. 노력만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불안정한 주거, 생존을 위한 지출
노동이 불안정하면 주거도 불안정해집니다. 실제로 신청자의 80% 이상이 월세, 전세 같은 민간 임대였고, 임시∙무상 거주 등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프3_불안정한 주거 환경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은 생활비(26.6%)였고, 그 뒤로 자녀 교육비(16.3%), 부채 상환(13.6%)이 이어졌습니다. 부채의 사유를 보면 아래와 같았습니다.
그래프4_생존을 위한 부채
전 배우자의 빚을 대신 떠안는 경우 주거 보증금 수술 등 의료 목적 생활비 부족을 채우기 위한 대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홀로 감당해야 했던 부채의 구조였습니다. 긴급 지원비 신청 사유를 읽어보면, 밀린 임대료/관리비 미납으로 의식주 불안정,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의료비 및 생활비 부족,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생계비(45.1%)였습니다. 겨울을 앞두고 난방비 혹은 난방용품이 없어 고민하거나, 아이들 겨울옷 등 기본 생활용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수입이 불안정하니 지출은 늘 위기였습니다.
또 다른 한부모여성은 갑작스러운 수술로 휴직하며 월급이 줄어든 순간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양육비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원비와 생활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덜컥 겁이 났습니다.”
예상치 못한 위기는 순식간에 생계 전체를 흔들었습니다. 2024년 긴급 지원비는 주로 생계비(86.6%)로 사용되었으며, 만족도 조사에서 ‘당장 생계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음’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지원받은 대상자는 “지원을 통해서 생필품을 구매한 덕분에 ‘나도 사람답게 살 수 있구나’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긴급 지원비는 한부모여성이 일상적 위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주었습니다.
홀로 영유아, 어린이를 양육하며 일할 수 있을까?
아이돌봄비 신청자의 83.1%가 청소년 이하의 자녀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래프 5_돌봄 공백
초등 저학년 아이와 어린아이를 둔 한부모여성에게는 안정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하교 시간은 빠르고, 아이를 혼자 둘 수 없고,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없고, 돌봄 비용도 크니 결국 단기 아르바이트와 같은 불안정한 노동을 택할 수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돌봄의 공백이 곧 노동 공백을 만들고, 다시 생계 공백으로 연결되는 구조였습니다.
교육비 사용 분야는?
그래프 6_교육비 신청 분야
올해 교육비 신청은 총 89건이 접수되었습니다. 단순히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를 넘어, 어떻게 하면 재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보였습니다. 가장 높은 신청 분야는 미용∙뷰티∙건강관리 분야로 전체 신청자의 19.5%를 차지했습니다. 짧은 교육 시간, 빠른 자격 취득, 창업 가능성 등이 선택의 이유로 보였습니다.
뒤를 잇는 분야는 보건∙복지∙요양∙의료 분야(18.4%)였습니다. 요양보호사 등 돌봄 관련 직종은 꾸준한 수요가 있고,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로 빠르게 연결된다는 점이 선택의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 외 애견 미용, 원예 등 소규모 창업이 가능한 직종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부모여성이 계획한 교육에는 현실적 생존 전략이 담겨 있었습니다. 단순한 배움보다 노동의 공백을 메우는 도구였습니다.
누군가의 ‘다시 일어섬’을 위해
한부모여성 재기 지원사업의 신청서와 지원받은 대상자 인터뷰를 읽어보니, 이 사업은 단순히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돌봄비는 엄마가 일할 시간과 일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기반이고, 교육비는 엄마가 다시 배우고 일어설 기회이며, 긴급지원비는 갑작스러운 위기에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 안전망이었습니다.
24년 성과공유회에서 한부모여성이 남긴 포스트잇에는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마음들이 담겨 있다.
처음 품었던 질문, ‘재기는 혼자 할 수 있을까?‘
어떤 운동선수도, 어떤 예술가나 소상공인도 ‘다시 일어섬’의 순간 뒤에는 누군가의 도움과 응원이 있었습니다. 혼자 의지를 다잡는 것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특히 모든 돌봄과 생계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한부모여성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재기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기회를 주고,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게 받쳐주는 손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한부모여성 재기 지원사업은 바로 그 손이 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 줄 때, 비로소 사람은 넘어지지 않고 다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한부모여성이 더 안정적으로, 더 단단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다시 일어서는 그 발걸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