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는 독특한 사내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비영리 안의 비영리’, 줄여서 ‘비안비’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인데요. 재단 구성원들이 학습이나 취미와 같은 소규모 조직을 운영하며 함께 성장하는 활동입니다. 2025년 비안비 <밑줄긋기클럽> 활동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밑줄긋기클럽은 ‘교환독서’를 하는 책모임입니다. 흔히 책모임이라고 하면 한 명이 정한 책을 모임 구성원들이 다같이 읽는데요. 교환독서에서는 내가 읽을 책을 다른 이와 ‘실물’로 교환해서 읽습니다. 이때 책만 교환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며 그은 밑줄과 귀퉁이에 적은 메모로 각자의 생각도 교환하게 됩니다. 그래서 교환독서의 책들은 밑줄과 메모, 플래그로 휘황찬란해지죠.

교환독서를 하는 책 모임을 만든 건 순전히 제 청개구리🐸같은 독서취향 때문입니다. 책모임에서 다같이 읽자! 결정한 책은 첫 장을 펴는 데 이상하게 힘이 들더라고요. 모임 날짜가 다가온다는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책을 펴지만, 그 순간까지 가기가 한-참 걸립니다.
반면, 제가 선택한 책의 경우, 책이 도착한 순간부터 빨리 읽고싶은 마음에 설렙니다. 하지만 또 혼자 읽는 건 어쩐지 심심합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에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책 내용으로 수다를 떨고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모임에서 정해준 책은 읽을 마음이 잘 안 들고, 그렇다고 혼자 읽기는 싫다면, 교환독서가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흥미로운 독서모임을 올해 아름다운재단의 비영리안의비영리 제도로 도전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이 생소한 독서모임 방식을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아니, 독서모임인데 같은 책을 안 읽는다고?’, ‘책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달라고?’ 낯설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함께 한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밑줄긋기클럽 만나기 전, 설레는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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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으면 즐거움이 배가 될 것 같아요!” 🧡”동료들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까. 전자책은 어떻게 교환할까.” 🩵”다양한 책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책 한 자 안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신청을 주저했는데, 마침 너무 읽어보고 싶은 책을 발견해서 무모하게 신청합니다. 이렇게 안 하면 장바구니에만 담아두고 끝내 읽어보지 못할까 두려웠는데… 잘 됐죠, 뭐!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들고 올지 무척 기대됩니다” 💙”참여하는 분들 책이 너무 궁금합니다! 밑줄긋기클럽을 통해 각자의 독서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책읽고 어떻게 기록하고 계신지 경험이 있다면 같이 듣고 싶어요!” |
점심시간, 짬을 내어 첫 밑줄긋기클럽이 열렸습니다. 밑줄과 메모로 채워진 동료들의 책은 소설부터 사회과학서, 자기계발서와 에세이까지 무척 다양했습니다. ‘내 동료가 이런 취향과 관심사가 있었군!’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동료들은 책을 읽으며 무엇을 생각했고, 내가 밑줄 그은 구절은 어디인지 돌아가며 소개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책을 읽고싶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책 소개가 끝나고, 교환할 책을 골랐습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 도전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분야의 책을 골랐습니다”, “제가 가져온 책과 연관된 주제의 책 인것 같아 관심이 가서 골랐어요.” 서로 겹치는 책이 없게 골고루 책을 교환한 후, 한달 뒤 다시 만날 약속을 정했습니다. 이날 교환한 책을 각자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두 번째 밑줄긋기클럽에서 만나게 됩니다.
밑줄에 밑줄을 더하기
한달 뒤 열린 두번째 밑줄긋기클럽, 지난번 교환해 간 책에 밑줄과 메모를 더해 가져왔습니다. 내 동료가 이미 쳐 놓은 밑줄과 나의 밑줄이 만나는 곳은 어딘지, 새롭게 밑줄 그은 구절은 무엇인지. 책 주인의 애정어린 소개만큼이나 책을 교환해 간 동료의 책 감상도 열정적이었습니다. 첫번째 회차에서는 그 책을 알고 있는 이가 1명이었다면, 두 번의 모임을 거치면서 책을 공유한 이가 2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니 책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도 2배나 많아졌죠.

밑줄긋기클럽을 만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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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클럽>이 내게 어떠했는가 생각해보니,이제 책을 맘놓고 분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그리고 멤버들과 의견이 같은 문장이나 스토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더 기억에 오래 남게 되고,다른 의견이나, 내가 미처 짚어내지 못한 구절을 들으며 역시 책은 한번에 끝내면 안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동료들의 책 취향을 알아볼 수 있어 좋았고, 모임 속에 수다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특히 밑줄을 그으면서 동료와 나와 생각이 닿아있는 부분들을 발견할 때, 우리는 지금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위로도 되는 아주 소중한 모임이었어요.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생겼고,처음 접해보는 책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그보다 더 좋았던 건 그리 접점이 없던 동료들과“오- 나도!!”, “맞아맞아”, “통했어~!”를 외치는 감칠맛나는 순간을 가졌던 거예요. 🖍️네트워킹 아니고 🧠뇌트워킹한 느낌 아실런지요? 같은 부분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 이렇게 공감할 수 있구나! 놀라웠던 시간이었습니다. 1권만 준비해도 6~7권은 읽을 수 있는 떠떠떠블독서의 재미! |
2회차에 걸쳐 밑줄긋기클럽 시즌 1이 마무리 됐습니다. 올해는 시즌 2까지 진행해서 총 4번의 모임을 진행했는데요. 처음 진행해보는 탓에 동료들에게 교환독서를 설명하는 데 애를 좀 먹기도 했습니다🥲. 또 책에는 낙서하면 안된다는 가르침이 아직 몸에 밴 탓에 능동적으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는 게 어색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내 동료의 책 취향과 평소 관심사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교환독서 방식을 빌어 평소 접할 일 없는 새로운 책에 도전해 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동료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컸습니다. 회의자료와 모니터로만 만나던 동료를 책의 밑줄과 메모로 만나니 더 친밀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료, 이전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료, 업무를 더 잘하고 싶어 책에서 지식을 찾는 동료, 독서로 위로 받는 동료 등등. 새로운 얼굴로 만난 동료들이 추천해 준 책은 그래서인지 좀 더 정감이 갑니다.
긴 겨울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동료들이 추천해 준 책들을 찬찬히 읽어볼까 합니다. 책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달며 그 책을 추천해 준 동료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 같습니다. 재미난 책읽기가 될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