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영유아 건강권 지원사업 ‘건강권 사각지대 이주아동을 위한 지역사회의 과제’ 토론회 개최
“태어났을 때부터 단백질을 못 먹는 질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태어난 병원에서 그걸 모르고 일반 분유를 먹여서 뇌손상이 와버렸어요. 희귀질환에 장애가 있는 아이지만 나라의 지원을 못 받고 있어요. 이주민이라서요.”(이주아동 양육자 A씨)
“저희 같은 미등록 이주민은, 특히 아이가 있는 경우는요. 아픈 게 가장 두려워요. 병원에 가면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을 요구하지만 없잖아요. 병원비가 너무 비싸요. 그렇다고 아이를 병원에 안 데려갈 수도 없잖아요. 아이가 2살~3살 때부터 사시가 있다는 걸 알아챘지만 수술비가 너무 비싸 못하고 있었어요”(이주아동 양육자 B씨)

지난 1월 14일 부산시의회에서 진행된 <건강권 사각지대 이주아동을 위한 지역사회의 과제> 토론회는 이주아동 양육자 인터뷰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아픈 아이와, 안간힘을 쓰며 그들을 지키는 부모의 분투, 그리고 사랑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양육자들의 이야기가 영상을 통해 흘러나온다. 아이들만이라도 이주민이라 차별받지 않기를, 미등록이라 배제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번 토론회는 ‘이주민과함께’와 ‘아름다운재단’이 손잡고 진행하는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자원발굴과 연계, 지방정부 차원의 제도화를 추동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주최 측인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사무총장과 이주민과함께 조병준 이사장, 부산광역시의회 반선호 의원을 비롯하여 이주민 양육자들과 병원 공공의료사업실, 아동권리옹호단체, 부산·울산·경남 이주인권단체와 지원기관, 복지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권 현황을 공유하고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을 모색했다.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지원사업’을 통해 2024년에 24명, 2025년에 16명의 미등록 이주민 영유아들이 긴급의료비를 지원 받아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그러나 민간의 지원사업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제도 개선이 중요한 과제지만 비국민에게 폐쇄적인 현재의 한국 법·제도를 바꾸는 과정은 험난하다.
그렇다면 민간지원과 공적 제도화의 중간단계로 지역사회의 활용 가능한 자원을 연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국가 법령의 변화에 앞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방안은 무엇일까? 오늘 토론회에서 구하고자 하는 답이다.

발제: 사례를 통해 본 이주아동 건강권 현황과 과제 (김아이잔, 이주민과함께 팀장)
2024~2025년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지원사업’ 선정자의 45%가 신생아였다. 이는 전체 이주아동 중 한국에서 출생한 아동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통계와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선정자 중 90%가 미등록이었고, 나머지 10%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G1 비자 소지자이거나 보험료 체납으로 인한 자격 중지 상태, 희귀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아동이었다.
지원 의료비의 77%가 입원수술비로, 대부분이 중증 응급상황이었다. 2억 이상의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한 사례도 5명이나 있었다. 의료보장에서 배제된 미등록 이주민들은 자녀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월세방 보증금을 빼고 주변의 아는 사람 모두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밀린 병원비를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아픈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할 수 없어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동을 본국으로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건강권 사각지대 이주아동을 위해 정책변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관행처럼 되어버린 병원의 국제수가 적용을 금지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 무자격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지자체 차원의 의료지원사업이 별도로 신설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등록 산모가 산전진찰과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는 것은 신생아 건강에 중요한 걸림돌이 되므로, 보건소를 거점으로 신분에 관계없이 모자보건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토론 1: 이주아동 건강권 증진을 위한 타 시도 사례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경기도는 2019년 도 예산으로 ‘미등록 이주아동 건강권 지원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2023년 경기도형 이주민 보건의료 지원 프레임워크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2024년 경기도 이주민 건강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등 국가법령이 보장하지 못하는 미등록 이주민과 이주아동 의료서비스를 지자체 차원에서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25년에는 ‘경기도 출생 미등록 외국인아동 발굴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아동확인증’을 받은 이주아동이 공적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외국인주민 지원조례’도 개정되었는데 체류자격이 없더라도 재해, 질병 등으로 긴급 구호가 필요하거나 영유아로 기본권 보장이 필요할 경우 지원대상으로 명시했다.
경기도 시흥시는 2023년 이 조례를 제정했고 경상남도는 입법 검토 중이다. 광주광역시는 외국인주민의 건강증진에 관한 조례가 있어 이주민 무료진료소를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고 건강보험 미적용 이주민 대상 의료비 지원연계, 의료통역 활동가 무료파견 등을 시 예산으로 운영한다.
토론 2: 공공의료 기관을 통해 산모부터 영유아까지 시스템 구축 방안 (김영수,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공공보건사업실장)
국제협약은 모든 이주민이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보건의료서비스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치료 접근성이 차단된 현실에서 최소한의 공공개입 기준이 필요하다.
우선 국제수가 적용 등 건강보험이 없는 이주민 산모, 신생아에게 청구되는 재난적 의료비 문제를 해결해야하고 산모·영유아 맞춤형 의료비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보건소가 진행하는 생애초기건강관리 사업에는 이주민을 배제하는 조항이 없다. 이를 근거로 보건소를 거점으로 삼아 산모·영유아 건강관리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국립대병원이 각자의 위상과 역할에 맞는 미등록 이주민 산모와 아동 지원서비스를 체계화하고, 의회와 지방정부는 이 시스템이 제도화되어 정착할 수 있도록 조례와 재원을 만들어야 한다. 경상남도에서는 이미 민관협력이 시작되었다. 이주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의 보편적 출생등록을 위한 지원조례를 추진 중이고, 민간에서는 로터리 클럽과 지역 병원, 가족센터, 이주민센터가 협력하여 ‘경남 미등록 이주민 산모 산전진찰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토론 3: 보건소가 이주아동 건강증진 사업의 거점이 되기 위한 조건들 (이정민, 부산시 사상구 보건소장)
이주아동의 건강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예방접종 미이행, 영유아 건강검진 누락, 발달·정서 문제의 조기 발견 실패, 보호자의 정보 부족과 언어장벽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보건소는 이미 모자보건사업과 통합건강증진 사업을 하고 있다. 보건소 건강관리사업의 대상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을 배제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대상으로 포함하는 조항도 없다.강제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보건소가 적극적으로 미등록 산모와 신생아 건강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하기 어렵다.
제도의 보완 위에서 보건소가 이주아동 건강증진사업의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 가능한 공공 공간으로서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공공의료서비스의 연계 플랫폼으로서 구조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접근, 발견, 연결, 신뢰, 지속이라는 공공보건의 기본 기능을 이주아동에게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 핵심이다.
토론 4: 이주아동 건강권 보장을 위한 지자체 제도화 및 예산 확보 방안 (반선호, 부산광역시의원)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출생 미등록 아동이 6,179명이고, 이중 보호자가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아동이 4,052명으로 약 65%에 달한다. 이들은 의료·예방접종 체계에서 누락되고 교육, 보육,복지 서비스 접근이 차단되며 사고, 질병, 학대 위험에 더 취약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이제는 ‘이주아동에 대한 지원이 왜 필요한가’라는 문제의식을 넘어 ‘왜 지금, 지방정부가 나서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한다. 현행 부산시 조례는 미등록 이주아동을 보호 체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의 생명과 건강은 체류 지위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상위 법령에 한계가 있더라도 지역사회 내 위기 아동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주아동 지원은 이민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의 문제다. 부산시는 아동의 국적이 아니라 아동의 삶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도시가 되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주아동 건강권 토론회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키워드는 미등록 이주아동 발굴 및 지원조례, 국제수가, 협력체계였다. 제도 밖 이주아동을 위한 민간의 지원과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한 이주아동 건강증진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지방정부의 제도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제가 만들어졌다.
반선호 의원은 이번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서와 협의해 미등록 이주아동 건강권 보장을 위한 후속 행정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내 조례제정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행정의 호응이다. 이주·아동·건강 3개 영역을 걸친 이 조례의 ‘소관부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반이민 정서와 이주민 혐오, ‘외국인에게 왜 우리 세금을 쓰는가’라는 차별인식도 걸림돌일 터이다.
토론회 한 번에 제도가 만들어지고 그 제도 아래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권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지난 30년간 해온 것처럼 고립된 사람을 찾아내고, 돕고, 문제를 공론화 하며 하나씩 바꾸어 가야 한다.
글 사단법인 이주민과함께 정지숙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