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약은 우체통으로 가라!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박주희 매니저

2026.01.22

읽는 시간 0분

아직 설날 전이니 본격 2026년은 아닌 것으로 치자. 그 사이에 잽싸게 비우고 싶다. 방 청소든 주방 청소든 뭔가를 해야한다. 그러나 망설이게 하는 건 역시나 골치아픈 분리수거다. 분리수거에 진심이라 그렇다.

아무리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매일 쏟아져나오는 쓰레기 규모를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고는 한다. 글을 쓸 자격이 있나 자문도 해봤지만 로빈슨 크루소처럼 자연에 들어가서 살 게 아니라면 오히려 덜 쓰고, 잘 쓰고, 제대로 버리는 법을 익히는게 현명한 일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완벽하지 않아서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제로웨이스트의 성공과 실패 어딘가에서 망설이고 답답해하는 사람들과 마음으로 연결되고 싶다. 자 그럼 고통의 분리수거, 슬슬 시작해볼까?

화장품 🧴‘재활용 어려움’ 막 이럴래?

일단 참회하자. 쓰다말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이 있는 그 누구라도 참회하자. 있는 건 다 쓰고 사자는 우리만의 원칙을 지키지 못했음을 반성하자. 참회와 반성이 끝났다면? 이제 제대로 버려야한다.

파우치나 화장대에 있는 기초화장품을 보면 분리수거 등급이 붙어있다. 제품 구매 단계에서부터 소비자가 직접 등급을 확인하고 재활용이 용이한 것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제도다. (🔗시민들이 만들어낸 변화다.)

등급은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떼기 힘든 라벨이 붙어 있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는 어려움 등급을 받는다. 그러나 화장품 매장에서 등급을 확인하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 했다. 심지어 박스 안에 있어서 소재 자체를 모르고 사는 경우도 많다.

자주 쓰는 핸드크림, 재활용 우수
유통기한이 지난 선크림, 재활용 어려움
여행에서 사용하는 클렌징, 재활용 보통

그러나 재활용이 어렵다고 표기되어있더라도 버리는 방법이나 소재에 따라 재활용은 가능하다. ‘어렵다’는 의미이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렵다면 아래 표시를 기억하자. 분리배출 표시에 적힌 소재들은 모두 플라스틱으로 모아 버리면 된다.

PET, HDPE, LDPE, PP, PS, OTHER 표기는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튜브형, 용기형 화장품
로션이나 폼클렌징 등이 주로 해당된다. 버리기 전에 잠깐! 내용물이 남았다고 변기에 넣거나 세면대에 흘려보내면 절대 안 된다. 남들 쓰는 수돗물을 화장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안의 내용물을 최대한 끝까지 다 쓰고, 반으로 잘라서 내용물을 닦아서 버리자.

함정이 있는 경우가 있다. 뚜껑과 본체 재질이 다른 경우다. 해당 선크림의 뚜껑(캡)은 PP이고, 본체는 LDPE다. 상단 이미지에 모두 있는 재질이다. 즉, 분리배출하면 된다.

다 쓴 상태여서 반을 잘라봤는데 뚜껑 쪽에 소량 남아있어 모두 닦아서 썼다.

다 썼으니 반을 잘라본다.
입구 쪽에 소량 남아있어 모두 사용하고 폐기했다.

섀도, 블러셔 등 고체, 가루형 화장품
내용물을 비워야한다. 예리한 도구로 긁어내거나 부숴서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 안타깝게도 케이스의 경우 재질이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거울이 붙어있어서 난감하다. 분리수거가 불가하다. 앞으로는 거울이 없는 것,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야한다. 내용은 덜어냈지만 거울이 붙어있고, 혼합재질이라 재활용이 불가하다.

내용물을 비워도 재활용이 불가한 블러셔, 일반쓰레기다.

스포이드, 펌프 등 소재 결합형 화장품
애초에 배출 표기에 선이 그어져있다. 분리배출이 불가하다는 표식이다. 최대한 시도해보아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재활용 불가 표시가 되어있다.

몸이 좀 괜찮아졌다면? 약💊을 보내주자

화장품을 처리했으니 약을 처리해보자. 얼마전 감기에 걸려 코가 꽉 막혔고 목도 따가웠다. 인후염 약을 처방받아 먹었는데 언제 그랬냐는듯 낫고 나서는 오갈 곳이 없어졌다. 어떻게 처리할까, 이 많은 약을?

우체통 앞으로 가면 된다. 서울시가 2023년 7월부터 진행한 ‘우체통 활용 폐의약품 수거 시범사업’이 2024년부터는 전국 지자체로 확대됐다. 제대로 버려서, 제대로 처리해야한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뭉친 결과다. 버리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첫째. 알약, 가루약은 잘 밀봉해서 우체통 회수함에 넣으면 된다. 일반종이봉투에 ‘폐의약품’이라고 표시해 버리거나, 폐의약품 회수 봉투를 받아 배출하면 된다. 우편물 넣는 곳과 폐의약품 넣는 곳이 나뉘어 있으니 구분을 잘해서 넣어야 한다. 동료의 아기인 ‘뚜아’도 직접 알약을 밀봉해서 우체통에 버려보았다. (👶🏻정말 귀엽다)

동료의 아기 ‘뚜아’가 약을 우체통에 버리고 있다.
서울 통인동 우체국의 우체통, 폐의약품을 버릴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둘째. 물약, 안약, 연고 등은 우체통에 버리면 안 된다! 새지 않도록 뚜껑을 잘 닫아서 폐의약품 수거함이 있는 주민센터, 보건소 등에 배출하면 된다.

셋째.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다. 비타민이나 유산균 등의 식품은 일반쓰레기로 배출하자.

‘뭘 이렇게까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안되는건가?’라고 생각했다면 그거 참 큰일이다. 약은 우리 몸에 흡수되도록 만들어졌다. 인간에게도 흡수되는데 동식물은 안 될까? 똑같다. 물에 녹아서 바다로 흘러가고, 땅에 흡수되고 그 땅과 바다에서 사는 동식물을 거쳐 우리 몸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잘 버리자.

종이팩🧃도 가야할 길이 있다

우유가 소화가 안 되다보니 오트음료를 대체품으로 골랐다. 문제는 버리는 것이다. 종이팩이든, 안쪽이 은색으로로 코팅된 멸균팩이든 배출이 애매하다. 근처에 아마 분리배출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쓰레기통에 버린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다행히 정책이 바뀔 예정이다. 우유팩·두유팩 등 종이팩이 별도 분리배출 항목으로 분류되고, 공동주택 분리수거장에는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설치된다. (🔗참고)

종이팩, 멸균팩을 제대로 버리면 이점이 많다. 모아서 휴지, 종이 등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따로 분리배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주민센터에 갖다줘도 되고, 지역마다 있는 한살림 매장 ‘종이팩 되살림함’에 넣어도 된다.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의 경우 서촌 지구봉사단을 통해 서울 서촌 일대의 카페를 돌며 우유팩을 수거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우유팩은 제지회사로 전달해 종이로 재탄생한다. 가득 쌓인 멸균팩을 바라보던 나는 지구봉사단에 함께 해보기로 했다. 다같이 지소행 가방을 들고 걸어가본다. 문을 연 카페에는 다 같이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한 사람만 들어가서 종이팩을 받아온다.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 들어가 받아오는 배려였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우유팩 하나에 6~7개를 꽉꽉 채워주는 사장님들

가게 사장님들은 기다렸다는듯이 주말 동안 쌓인 우유팩을 내어줬다. 우유팩을 들고 나오면 다같이 개수를 세어서 차곡차곡 넣는다. 가방 안에는 혹여나 우유팩에서 액체가 새어나올 수 있어 비닐이 깔려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깨끗했다. 아침 10시라 오픈하지 않은 카페들은 미리 우유팩을 담아 바깥에 두었다. 수집가방 겉면에 쓰레기가 아니라고 세심하게 기재해두기도 했다.

모아온 우유팩은 근처 거점공간으로 옮겨둔다

카페를 모두 돌고 나니 종이팩 168개가 모였다. 이렇게 모은 종이팩을 들고 근처 거점공간으로 향했다. 월수금 동안 모은 종이팩을 여기에 둘 수 있도록 배려해준 곳이다. 어느정도 종이팩이 쌓이면 지소행에서 재활용처로 보내고, 재활용처가 별도 공정을 거친 이후 제지회사로 보내면 재생휴지 등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시작하기

종이팩 줍깅까지 마치고 나니 사무실에서도 다같이 뭔가를 해보고 싶어졌다. 다들 아침마다 많이 먹는 두유, 오트음료, 우유 등을 잘 버릴 수 있도록 팀 서랍장 위에 배출함을 두었다. 과연 얼마나 참여해줄까 기다렸는데 동료들이 매우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저금통에 쨍그랑 한 푼, 두 푼 쌓이는 걸 보는 것만큼이나 기쁘다.

사무실 책장 위에 둔 종이팩 배출함
직접 종이팩을 배출하러 와준 동료 매니저님, 최고!
3일 사이에 이렇게나 많이 쌓였다! 아주 깨끗이 닦아서 배출해준 동료들!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것 이전에 중요한 건, 무분별한 소비를 지양하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우리도 지구에 덜 해로운 습관을 들여보자. 유행이라는 핑계로, 싸다는 이유로, 한 번 쓰고 버릴 생각으로 사지 말기! 약속!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박주희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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