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의 청년 경제교육 지원사업 ‘미래에셋 청년 씨드온(Seed-on) 프로젝트’는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에 종잣돈(ETF)을 지원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고, 건강한 재무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경제교육과 재무상담을 지원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이 직접 쓴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청년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청년들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내 씨앗이 나무가 되는 그날까지, 가족돌봄청년 미아(가명)
처음 만난 ETF, 재무 포토폴리오를 보며
28살, 취업 준비생. 엄마를 돌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전부였던 내게 ‘ETF’라는 단어는 그저 뉴스에서나 듣던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투자? 그건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 아닌가. 당장 이번 달 생활비 걱정하는 내가 무슨 투자를 한다고. 그런 내게 ‘2025 미래에셋 청년 씨드온 프로젝트’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먼저 받은 건 ETF 기금운용보고서였다. 솔직히 리포트 결과를 보자마자 머리가 아팠다. ‘S&P500’, ‘나스닥’, ‘듀레이션’… 외계어 같은 용어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기금운용보고서를 보니 천천히, 우리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려고 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ETF는 여러 주식을 한 바구니에 담아놓은 거예요. 삼성전자 주식 하나 사려면 몇십만 원이 필요하지만, ETF는 만 원대로도 시작할 수 있죠.”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은 400만 원의 투자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면서, 3.54%에서 8.24%로 수익률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숫자가 살아 움직이는 게 신기했다.
9월에는 평가손익이 900만 원 정도였는데, 10월에는 3,2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52명이 함께 투자한 돈이 2억 원에서 2억 4천만 원으로 불어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났다. TV에서만 보던 ‘장기투자’, ‘분산투자’의 의미를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내 지갑상담: 내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
제일 내게 있어서 의미 있었던 건 재무상담이었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상담사님과 2시간 넘게 진행된 ‘내 지갑상담’은 그냥 돈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 삶 전체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상담사님은 내가 계획적으로 돈을 관리하고 사용하며 저축하는 모든 모습을 보고 극찬해 주셨다. 사실 나는 그냥 버티기만 한 줄 알았다. 아르바이트하고, 과외하고, 엄마 병원비 내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쌓인 돈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상담사님은 내 통장 내역을 하나하나 보시면서 ‘이만큼 계획적으로 관리한 사람이 드물다’고 하셨다. 금전성향 진단에서 나온 ‘안전형+계획형’ 성향. 맞았다. 나는 항상 불안했고, 그래서 저축에 집착했다. 청년도약계좌 70만 원이 부담스러워도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상담사님이 나를 위한 돈이 너무 적다며 저축을 30만 원으로 줄여도 괜찮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미아님, 저축도 중요하지만 지금 미아님의 삶도 중요해요. 여행 통장도 만들고, 운동도 하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거예요.”
그 말이 내 안에 있던 죄책감을 조금 덜어냈다. 엄마 돌보느라 나를 위해 돈 쓰는 게 늘 미안했는데, 나를 위한 소비도 필요하다는 걸, 그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처음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진로코칭: 내 미래를 그리다
진로코칭 시간에는 막연했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코치님과 함께 5년, 10년 후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생애설계표를 채워나갔다.
“언제쯤 취업할 것 같아요? 결혼은 생각하고 있나요? 내 집 마련은요?“
하나하나 답하다 보니,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보였다. 단순히 ‘돈 많이 벌고 싶다’가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서 엄마 걱정 덜 하고, 나도 1년에 한 번은 여행 가고, 35살쯤엔 작은 집이라도 마련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들도 명확해졌다.
공기업 취업 준비를 위한 한국사 공부, 코딩 강의 수강, 면접 준비, 해커스 강의를 결제하고, 아이패드를 사고, 헬스장을 등록한 건 그냥 소비가 아니라 내 미래를 위한 투자였던 거다.
사실상 진로 코칭이라는건 내 생애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또 지킬 수 있도록,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조별 요리 대항전: 애들아 우리 웃으며 살자. 행복하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요리하GO!, 나누GO!’ 프로그램이었다. 서울청년센터은평에 열린 요리 대항전. 우리 팀은 ‘구수한 아욱 된장국’, ‘향긋, 상쾌함으로 입맛을 돋우는 참나물&부추 무침’, ‘가을 맛채소 3총사와 함께 튼튼함을 책임져줄 ‘항정살 간장 조림’ 이 세 가지 메뉴를 만들었다.
처음엔 어색했다. 가족돌봄청년들, 자립준비청년들끼리 모였는데, 다들 나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표정들이 좀 굳어있었던 것 같다. 근데 채소 다듬고, 양념장 만들고, 맛보면서 킥킥거리다 보니 어느새 웃고 있었다.
“언니, 이거 간장 더 넣을까?”, “아, 이 향 좋다! 진짜 맛있겠는데?”
같은 조 언니가 웃으면서 숟가락을 건네주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 순간 만큼은 돌봄 청년도, 취업준비생도 아니었다. 그냥 함께 밥 만드는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요리를 완성하고 다 같이 둘러앉아 먹을 때, 처음으로 ‘나도 이렇게 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랑 밥 해 먹고, 웃고 떠들고, 그런 평범한 행복이 내게도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ETF 기금운용리포트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9월과 10월, 단 한 달 사이에 수익률이 4.35%에서 14.96%로 올랐고, 어떤 종목은 52% 넘게 수익이 났다. 하지만 어떤 종목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게 인생이랑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가 있고, 정체되는 시기가 있다. 중요한 건 꾸준히 가는 거, 포기하지 않는 것. ETF도 장기투자가 핵심이라고 배웠는데, 내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실 지금은 취업 준비 중이라 많이 답답하고 불안하다. 엄마 돌보느라 친구들보다 늦은 것 같아 초조하다. 근데 괜찮다. 나는 나만의 속도로 가고 있으니까. 청년도약계좌도 7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줄일 예정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넣고 있다. 이게 5년, 10년 쌓이면 큰 자산이 될 거다. 씨앗에서 나무가 되는 그날이 오리라 믿으며.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기를 믿으며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씨드온(Seed-on)’이다. 씨앗을 심는다는 뜻이다. 400만 원의 ETF 투자금은 단순히 돈이 아니었다. 내 미래를 위한 씨앗이었다.
경제교육을 통해 금융지식이라는 씨앗을 심었고, 재무상담을 통해 계획적인 소비 습관이라는 씨앗을 심었다. 진로코칭으로 구체적인 목표라는 씨앗을, 요리 프로그램으로 함께하는 행복이라는 씨앗을 심었다.
이 씨앗들이 언젠가 나무가 되어, 내가 힘들 때 그늘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엄마가 아플 때 의료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나무,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작은 집도 마련할 수 있게 해주는 나무가 말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건,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돈을 모으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행복은 미래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도 있다.
미래에셋, 아름다운재단, 서울시, 희망가치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가족돌봄청년인 나에게 단순히 돈만 준 게 아니라, 꿈꿀 수 있는 용기와 계획할 수 있는 지혜와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을 선물해 주셔서.
이제 나는 안다. 작은 씨앗이 시간이 지나면 큰 나무가 된다는 것을. 400만 원의 ETF 투자가 10년 후 내 집 마련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고, 지금 배운 재무관리 지식이 평생 나를 지켜줄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취업도 하고, 엄마도 잘 돌보고, 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꾸준히 가면 된다. 씨드온 프로젝트가 그렇게 가르쳐줬으니까.
글 청년 경제교육 지원사업 참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