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 속에서 봄을 기다리던 어느 날,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 봄처럼 반가운 연락이 한 통 도착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받은 용돈을 기부하고 싶다는 아홉 살 김태준 어린이의 소식이었습니다. 선물 대신 나눔을 떠올린 아이의 선택에, 재단 사무실에 금세 온기가 번졌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데 쓰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인생 첫 ‘플렉스’를 나눔으로 선택한 태준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엄마, ‘기’로 시작하는 거 하고 싶어요.”
크리스마스 용돈을 받은 태준이가 엄마에게 꺼낸 말입니다. 엄마는 ‘기차레고’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태준이가 말한 ‘기’는 달랐습니다.
“기차 말고, 기부요.”
달콤한 간식도, 인기 있는 장난감도, 요즘 푹 빠져 있는 포켓몬 카드도 아니었습니다. 아홉 살 인생 첫 ‘플렉스’는 누군가를 돕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냥 ‘기부’가 하고 싶었어요.
기부하고 싶다는 태준이의 말에 엄마는 물었습니다. ‘기부가 뭔데?’ 태준이는 잠시 생각하고는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돈을 나눠줘서 사람을 돕는 거예요.” 라고요.
엄마는 혹시 아이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시간을 두었습니다. 기부는 ‘후회 없는 마음’ 일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태준이는 여전히 같은 말을 했습니다. 길을 가다 기부에 관한 광고를 보곤 당장 가서 하자고 차안에서 지나가면서 말을 다시 하면서 재촉했어요
“그때 느꼈어요. 태준이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요.”
엄마는 태준이와 기부처를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단체를 찾아 설명을 해주자 태준이는 스스로 기준을 세웠습니다.
“반은 사람, 반은 자연을 돕는 데 쓰였으면 좋겠어요.”
태준이는 용돈으로 받은 20만 원을 두 곳에 나눠 기부했습니다. 10만 원은 아름다운재단에, 나머지 10만 원은 환경보호단체에 전달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금은 사회안전망영역에 5만 원, 공익활동영역 5만 원으로 나누었습니다.
저금통을 지나치지 못했던 습관이 기부로 이어진 것 같아요
사실 태준이에게 나눔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집 근처 빵집이나 식당 계산대 앞에 있는 기부 저금통을 보면 자연스럽게 동전을 넣곤 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돈을 넣고 싶다고 하길래 그냥 하게 뒀는데, 그게 반복되더라고요.”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이 반복되면서 나눔의 습관이 태준이의 마음 안에 들어온 것입니다.
엄마는 태준이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태준이의 장래희망은 ‘환경미화원’이었어요. 지구를 보호하는 일을 직접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말이에요.” 유치원에서 소원을 적는 시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건강하게 해주세요.’라고 쓸 만큼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먼저 떠올립니다. 태준이에게 기부는 특별한 선택이라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세상이 함께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누는 마음을 닦으면 점점 더 반짝거려요
‘기부’를 하고 난 뒤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에 태준이는 황금 사과와 나무, 사과를 닦는 손을 그렸습니다.
“황금사과는 마음이고요, 휴지로 마음을 닦고 있어요.”
사과 옆에 나무는 ‘사람’을 뜻한다며 태준이는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나무(사람)안에 마음이 있는데, 기부를 하면 제 마음이 다른 사람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게 돼요.” 기부란 사람의 마음을 빛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태준이는, 뜻밖의 말을 또렷하게 덧붙였습니다.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이 마음이 가면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질 거예요. 그 사람도 또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지고요.” 어른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나눔의 순환’을 아홉 살 태준이는 이미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태준이의 ‘플렉스’는? 뿌듯함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했다는 점을 가장 칭찬해주고 싶어요. 바르고 따뜻한 아이로 자랐으면 하고 바라왔는데,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지닌 것 같아서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엄마의 말처럼, 아홉 살 태준이의 일상 속에는 이미 작은 나눔의 마음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가게 저금통에 동전을 넣던 그 작은 습관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사람과 환경을 함께 돕고 싶다는 기부의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커져 있었던 것입니다.
“뿌듯해요.”
기부를 통해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묻는 말에 대한 태준이의 답입니다. 태준이가 말한 뿌듯함이야말로 나눔이 주는 가장 확실한 감정일지 모릅니다.
기부 이야기에 쑥스럽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이다가도 태권도 품새를 멋지게 보여주고, 좋아하는 포켓몬 카드를 자랑하는 태준이. 그 귀여운 모습 속에는 나눔의 기쁨을 아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플렉스’는 비싼 소비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태준이에게 그것은 누군가를 돕는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따뜻한 마음은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