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이음 지원사업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자립준비청년들이 지속적인 관계망을 만들 수 있도록, 말 그대로 청년들을 잇는 사업입니다. 청년들은 ‘월간 이음모임’을 통해 매달 서로를 만나고 즐겁게 교류하고,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임팩트모임’을 꾸릴 수도 있습니다. 청년 이음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청년이 직접 쓴 후기를 공유드립니다.
즐겁고 뜨겁게 임했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작은변화 프로젝트(팀별 커뮤니티활동) 피날레 전시가 열린 홈커밍데이의 기억이 흐릿해져갈 즈음 ‘청년 이음 지원사업’ 오픈모임이 열렸다.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났다. 이제는 아름다운재단과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의 가족이 된 것 같다.
선생님들과의 편안한 대화와 자주 만나던 친구들과의 재회에서 푸근함이 느껴진다. 심지어 처음 보는 친구들과의 어색한 공기마저 기대된다. 이 친구들은 또 어떤 멋있는 꿈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그들과 나 사이의 인연의 실은 또 어떤 모양일까 생각한다.

오픈 모임에서 테이블에 앉은 친구들과 자기소개를 하면서 ‘나를 표현하는 네 가지 문장’이라는 게임을 했다. 세 가지는 ‘참’, 한 가지는 ‘거짓’ 문장을 써서 자신을 소개하는 게임이다. 외모와 말투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데에는 분명 무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릿한 재미가 있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동안은 재밌는 상상과 유추에 빠져 있다가, 이내 다가올 내 차례를 의식하며 나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해 쓴 문장들은 뽐내고 싶은 모습, 웃음을 위해 살짝 드러낸 약점, 어제 했던 생각, 어쩌면 늘 되뇌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거짓’ 문장을 무엇으로 할지는 쉽게 정해지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나’에 대해 쓰기로 했다. 30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해 나가는 사람.

일상의 고단한 풍경을 바꿔주는 재즈
청년 이음 지원사업에서는 매달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는 ‘월간 이음모임’을 진행한다. 2025년의 첫 모임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이었다. 나는 재즈인간이다. 재즈는 자유롭고, 쿨하고, 신나고, 따뜻하다. 일상에서 재즈를 마주할 때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하다. 풍경은 세피아 톤으로 바뀌고 일상의 고단함은 동화의 필수 요소인 갈등 부분으로 느껴진다. 결국엔 행복한 풍경이 찾아온다. 페스티벌에서 하루 종일 행복한 무대를 경험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최소 세 종류의 새가 지저귀고, 따사로운 햇살이 드리운 수변공원에서였다.
재즈 보컬 문미향의 무대였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관객들이 동그란 원형 극장에 옹기종기 모여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간질간질 따뜻했다. O pato(오리)라는 곡을 부를 때 ‘꽉꽉’하는 추임새를 넣어달라고 했는데. 관객들이 꽉꽉거리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노래는 분위기와 어우러져 나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 한 컷으로 저장되었다. 물론 플레이리스트에도.

발표 잘 하는 사람이 되고싶다면
나는 늘 발표를 잘하는 사람을 동경해왔다. 개인적으로 스피치 학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건축가가 될 나에게는, 내가 연구한 내용을 얼마나 감동적이고 몰입감 있게 전달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학원 등록을 계속 미뤄왔다.
그러던 중 9월, 월간 이음모임에서 스피치 세미나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조금씩 생겼다. 그저 평범한 강연일 것이라 생각했던 이 세미나가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남길 줄은 미처 몰랐다.

이 멋진 경험으로 나를 이끌어 준 스피치 튜터 이규원 선생님은 첫 수업 날, 수업 시간보다 먼저 교실에 들어와 우리를 맞아 주셨다. 그것이 발표 불안을 줄이기 위한 자신의 루틴이라고 했다. 이후 발성법과 스몰토크의 요령, 발표 불안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태도 등, 내게 꼭 필요했던 이야기들을 차분히 들려주셨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깊이 남은 것은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태도였다. 매 순간 명확한 발음과 집중된 발성,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 덕분에 나 역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었고, 나 또한 힘을 다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스피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이전에 ‘나를 표현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그 마음이 있을 때 말은 비로소 사람에게 가 닿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준 ‘청년이음지원사업’
꿈을 향해 바쁘게 달려가는 나의 일상 속에서, 청년 이음 지원사업에서의 경험은 자주 되새김질 되었다. 정신없이 흘러가던 하루들 사이로 ‘홈커밍데이’가 쉼표처럼 다시 찾아왔다. 따뜻한 음악과 분위기가 흐르는 넓고 높은 공간은, 나의 연말에 꼭 필요한 풍경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친구들의 열의에 찬 눈빛들은 더 멀리 생각하고, 더 성실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채워 주었다. 대학생교육비 × 청년 이음 지원사업을 통해 성장한 경험들을 귀엽고도 매력적으로 풀어낸 전시를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내년의 나를 떠올렸다. 전시 속 장면 어딘가에 서 있는, 장학생으로서의 나를.

청년 이음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나는 ‘순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오다가, 이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비일상적인 경험을 하며 얼마나 경직된 상태로 살아왔는지를 깨달았다. 세상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을 밝고 또렷하게 바라보는 방법은 내 마음에 집중하고, 내 삶의 순간 속에 머무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감동은 특별한 사건이나 무대에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순간에 살며 다양한 풍경과 대화에 귀를 기울일 때, 일상 속에서도 크고 작은 감사와 감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 높은 곳만을 바라보며 허둥대기보다, 지금 내 삶을 또렷이 바라볼 때 비로소 더 단단하고 멋진 나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청년 이음 지원사업,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 그럼에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품게 되었다.

글&사진 . 김하늘(가명) ㅣ 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