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대학생의 학업을 지원하는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팀별 커뮤니티활동 ‘작은변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사진촬영이나 플로깅, 책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는 건 바로 ‘길잡이’입니다. 후배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선배 장학생들을 길을 안내한다는 뜻을 담아 ‘길잡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길잡이’들은 활동을 기획하고 후배 장학생들과 함께 참여하며 이끌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작은변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길잡이들의 수고와 헌신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간과 마음 쓸 일이 많은 ‘길잡이’ 역할을 무려 5년 간 해 온 승연(가명)님을 만나 그동안의 활약과 앞으로의 포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승연 님, 처음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장학생이었을 때 어땠나요?
처음 장학생으로 들어왔을 때 코로나 시기라 모임도 거의 없었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지원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사람들과 깊이 연결될 마음도 없었고, 조용히 내 몫만 챙기면 된다고 여겼어요. 그때의 저는 사람에게 경계가 많았고, 누군가 잘해주면 왜 나에게 잘해주는지 의심부터 하는 사람이었어요. 친한 친구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에게 벽을 세우고 살았던 것 같아요. 어려운 환경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터득한 방식이었다고나 할까. 날카롭고 뾰족뾰족 고슴도치 같은 사람이 바로 그때의 저였어요.

Q. 그런 승연 님이 길잡이 활동까지 하게 되었어요.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변화의 시작은 2020년 드림 프로젝트에서 각자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만들기에 참여하면서부터였어요. 장학생들이 쓴 글을 읽게 되었는데, 그 글들이 이상하게 마음을 건드렸어요.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성장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요. 저는 쓸데없이 가오를 잡고 폼잡는 걸 좋아했는데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달랐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대했고, 허세가 전혀 의미가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었죠. 자연스럽게 지원사업에 대한 애착이 생겼고, 다른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길잡이’라는 역할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길잡이를 하면 ‘나에게도 뭔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생겼어요.
Q. 실제로 길잡이를 하면서 변화를 경험했나요?
저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지만, 길잡이 활동을 하면서 사실은 사람들을 무척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선배 길잡이들이 왜 이 역할을 계속할까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그것은 소속감과 유대감이었어요. 제가 장학생일 때 받았던 챙김을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어요. 성장하는 장학생들을 보며 ‘나도 저랬었지’라고 떠올릴 때마다 묘한 감정이 밀려왔어요. 내가 누군가의 성장에 작은 힘이 되고 있다는 감각이 뿌듯함을 주었어요.

Q. 지원사업으로 다녀왔던 ‘제주 한달살이’가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도 했었죠?
네, 맞아요. 원래의 저 같으면 그런데 참여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왠지 그곳에서 사람들과 깊이 친해지고 성장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이전의 나는 이기적이고 제게 직접적인 이득이 되지 않으면 굳이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았어요. 제주에서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진심 어린 축하와 응원을 온전히 받아들였어요.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해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었어요. 저도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그때 처음으로 했어요. 사람들에게 무심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새 누군가가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지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죠.
예전에는 날카롭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저를 많이 아껴주고 세워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저는 점점 둥글어졌어요. 그 변화가 스스로도 신기해요. 후배를 보며 과거의 저를 떠올린 적도 있어요. 경계가 심하고 소극적이던 모습이 낯설지 않았죠.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제주 한달살이 기간 동안 많이 가까워졌어요. 사람은 변할 수 있고, 그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또 다른 기쁨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Q. 길잡이를 하면서 배운점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2023년 길잡이 대표를 맡으면서 팀활동 계획 발표를 했는데 앞에 나가서 이렇게 이야기 했어요.
“다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어요. 작은변화 프로젝트 팀활동으로는 주로 ‘운동&액티비티’ 팀을 맡았어요. 성장하는 후배들을 보면 제가 ‘마음으로 낳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해요. 사연 없는 사람은 없어요. 어려운 현실 속에서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걸 보면서 저에게도 동기부여가 돼요. 산업디자인 전공을 살려서 2024, 2025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홈커밍데이 디자인 연출을 맡으면서, 한 해 동안 우리에게 있었던 변화와 성장을 한 공간 안에 담아내는 작업도 했어요. 보람을 많이 느꼈죠.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과대평가되지 않았나 하는 경계도 해요.

Q. 이제 곧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다고 들었어요. 어떤 포부와 계획이 있나요?
옛날부터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있었어요.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서울에 혼자 떨어져서 자립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은 어디를 가도 잘 적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호주가서 돈도 벌고, 현지 생활도 잘 누리고, 캠핑카를 사서 주요 도시를 한 달씩 다니며 여행하고 싶어요.
저는 경험이 중요한 사람이에요. 경험에서 나오는 소위 ‘짬바’를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고자 호주로 갑니다. 후배 장학생, 길잡이들에게도 ‘하고 싶은 건 다 해봐라,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숨기지 마라. 눈치 보지 말고 진짜 나다움을 찾아 하고 싶은걸 용기 있게 하라’ 이야기하곤 해요.

Q.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승연 님에게 OOO다?
아름다운재단은 제게 엄마 같은 존재에요. 마음으로 나를 낳아준 곳이요. 이곳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예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우물안의 개구리도 아니고, 마치 ‘알’ 같은 사람이었어요. 알을 깨고 자랄 수 있는 양분이 되어준 것이 재단 지원사업이었고, 알을 깨고 자라서 우물 밖을 나와 보니 생각보다 세상은 흥미롭고 아름답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평소 과묵하고 털털한 승연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그가 혹시 마음을 잘 꺼내지 못하면 어쩌나 조금은 염려했다. 그러나 막상 마주 앉은 그는 예상과 달리, 놀라운 말들을 차분히 쏟아냈다.
한때는 단단한 벽 안에서 경계와 의심 속에서 살았던 그는 이제 누군가를 비추는 사람이 되고 있다. 그의 버킷리스트에는 ‘재단 설립해서 장학금 지원하기’, ‘받은 만큼 베푸며 살기’가 포함되어있다. 그는 오늘도 꿈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간다.
승연이 친구들과 함께 출간한 드림프로젝트 책 표지에 그가 좋아서 골랐다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꿈을 지녀라. 그러면 어려운 현실을 견딜 수 있다.” 앞으로 그에게 많은 도전과 어려운 과제들이 펼쳐지겠지만 꿈을 지니고 있는 그는 분명 이전과는 다르게 그 도전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기획, 글 공익사업팀 임주현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