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기억을 잇는 ‘한국전쟁 다크투어 아카이브’

공익사업팀 박수진 매니저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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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의 '공익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공익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은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을 개편해 2025년 새롭게 선보이는 사업입니다. 작지만 중요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공익 단체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이어지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20개 단체가 직접 작성한, 작은 움직임에서 비롯된 변화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앞으로 공익 단체들의 활동이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한국군의 과거 성찰(역사), 국방정책에 대한 시민의 개입(시민), 군대의 비군사적 방안 수용(평화), 즉 역사·시민·평화에 열린 군대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이번 아름다운재단 공익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에는 ‘역사’에 열린 군대를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허락되지 않은 기억의 장소들

거리를 다니시면서 한두 번쯤은 현충탑이나 전적비 같은 전쟁기념물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꼭 현충원이 아니더라도 공원 같은 곳에도 종종 있기 마련이니까요. 혹시 학살지를 보신 적은 있나요? 물론 제주4・3기념관이나 여순항쟁 관련 장소, 거창사건추모공원 등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공간도 있습니다만, 그에 비해 덜 알려진 학살지는 검색을 해도 찾아가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전쟁 다크투어 웹 아카이브’는 그런 장소들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또 그곳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다크투어 아카이브는 2021년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프로젝트를 통해 발간했던 ‘허락되지 않은 기억을 찾아서—한국전쟁 다크투어 가이드북’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이드북을 만들면서 전국 곳곳을 누볐습니다. 30여 개 도시에 있는 80여 곳의 장소를 방문하고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습니다. 민간인이 전쟁 피해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장소들은 전적비 같은 군인들을 기억하고 승전을 기념하는 장소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특히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군사독재 기간 동안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민주화 이후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이 있었고, 정부 차원에서 진실규명에 나서면서 조금씩 이야기들이 드러났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수십 년 동안 어느 인적 없는 들판이나 외진 천변, 등산로와 해변, 심지어 도심의 아스팔트 아래에서 숨죽여왔습니다. 저희는 2019년부터 한국전쟁 과거사 관련 활동을 해왔어서 관련 내용을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음에도 실제 학살지를 방문했을 때에야 그 기억이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는지를 그제서야 감각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현장, 2025년과 2021년 모습을 비교해보았다

장소에 연대하기

아카이브를 만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훼손이나 유실 같은 장소의 변동사항을 조금이나마 기록하고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저희는 서울 기반으로 활동하기에 아무래도 해당 장소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모니터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카이브 웹페이지 하단에 ‘제보하기’ 버튼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번 아카이브 제작을 위해 변동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은 9곳의 장소를 다녀왔고, 그 중 3곳에서 크고 작은 훼손이 있었음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전쟁 현장 2021년과 현재 모습 비교

그 중 두 곳에 대해 국민신문고로 민원을 넣었고,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긴 했습니다. 훼손이 덜 했던 곳은 근처에 택지 개발로 공사 과정에서 실제 학살이 있었던 곳에 옹벽이 들어섰습니다. 아무래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들은 상대적으로 개발 등 변동에 취약하기에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유족들도 대부분 활동하시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근처에 가실 일이 있을 때 한 번 들러서 살펴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장소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가이드북을 활용해 한국전쟁 기억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과정에서 ‘장소에 연대한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길이 없는 곳도 많은 사람이 방문해 길을 걸으면 길이 생겨나는 것처럼, 그 장소들을 찾는 발걸음이 많아질수록 기억 역시 보다 많이 확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전쟁 다크투어 웹 아카이브’를 많이 활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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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을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를 위한 군대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군의 문제점에 대한 감시 및 비판적인 활동과 함께 긍정적인 부분을 견인하기 위한 실천활동을 합니다. 나아가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 실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http://www.militarywatch.or.kr/

글,사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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